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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수행이야기』 (불광출판부)

기자명 김형규

수행, 가깝게 더 가깝게

저편의 수행 일상으로 끌어들여

삶과 함께 하는 깨달음 세계로 안내


수행은 어렵다. 생사를 초월한 깨달음. 모든 욕망에서 벗어남. 예사롭지 않은 목표들을 상기하다보면 수행은 그에 걸맞게 범인(凡人)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고원한 것이어야 한다는 최면에 걸리게 마련이다. ‘열풍’이라 할 만큼 수행 붐이 일고 있지만 수행을 직접 하기보다 선지식이나 훌륭한 수행자를 추앙하는 것으로 자기 위안을 삼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법상 스님의 책 『생활 수행이야기』를 읽노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수행에 대한 이런 관념들은 더 이상 마음에 담아 둬서는 안 되는 잘못된 생각들임을 깨닫게 된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생활 수행이야기』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생활 속의 수행이야기다. 굳이 좌복을 깔지 않아도, 어렵고 복잡한 호흡법에 노이로제가 걸리지 않아도 일상에서 약간의 ‘깨어있음’만 있으면 수행은 바로 현재형이다.

“방하착(放下着)…놓고 가는 이는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합니다.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기에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항상 여여(如如)합니다. 함이 없이 늘 묵묵히 일을 해 나갑니다. 이렇듯 함이 없이 해야 합니다.”(방하착)
“우리의 마음은 오랜 습(習)으로 인해 ‘안 되는 마음’ ‘못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오’ 하는 마음은 일단 안 되는 쪽으로 기운이 흐르게 합니다. 한편 경계에 닥쳤을 때 일단 ‘예’하고 긍정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그 마음이 법계를 울려 ‘되어지는 쪽’으로 기운을 일으킵니다.”(‘예’하는 밝은 마음)
『생활 수행이야기』는 일반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저편에 있는 수행을 우리 주변 일상으로 끌어내린다.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 항상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생각. 자신을 돌아보는 관, 이 모든 것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래서 약간의 노력만 있다면 수행은 어렵지 않다. 수행은 삶과 더불어 함께 있는 것이고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이다. 그래서 수행의 힘은 먼 훗날 한꺼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 자리에서 순간 완성되는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가슴 밑바닥 깊은 곳에서 퍼 올려 쓴 것 같은 잔잔함과 고요함이다. 대략 50여 가지의 주제를 수필형식으로 읽기 쉽게 펼쳐 놓았다.

이 책의 저자 법상 스님은 현직 군승으로 다음 카페 종교 칼럼에 ‘젊은 법사의 불교이야기’를 연재해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또 칼럼에 감명을 받은 열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이버 수행을 결사하고, 홈페이지 사이버 생활 수행도량 목탁소리(http://moktaksori.com)를 개설해 활동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바로 다음 카페와 목탁소리에 올렸던 생활 속 작고 맑고 밝은 깨침의 이야기들을 담은 것이다. 어려운 수행법에 주눅이 들었거나, 혹은 바쁜 일상으로 수행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지례 겁을 먹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한번 볼 필요가 있다. 첫 장을 펴는 순간 책의 맑은 기운이 먼저 온 몸을 감싸는 색다른 느낌을 맛보게 될 것이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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