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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 원력 담아내려 노력…성지에선 눈물도”

인도순례 동행취재 김현태 기자 인터뷰

새벽부터 6주간 하루 평균 17시간 강행군
큰 일교차 등 낯선 환경에 독감·배앓이도
인도불자들 공양·행진·순례단 축원 감동
한국불교 중흥 원력에 힘보태 보람 느껴

김현태 기자는 순례 전 일정을 동행하며 순례단의 모습, 성지 소식을 발빠르고 생생하게 보도했다.
김현태 기자는 순례 전 일정을 동행하며 순례단의 모습, 성지 소식을 발빠르고 생생하게 보도했다.

한국불교 중흥과 세계평화, 생명존중을 발원하며 부처님 전법의 길을 따라 1167km을 도보로 순례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43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그 순례단의 곁엔 발 빠르게 움직인 기자들이 있었다. 법보신문을 대표해 김현태 기자는 순례 전 일정을 동행하며 순례단의 모습, 부처님의 숨결이 스며있는 성지 소식을 빠르고 생생하게 보도해 한국 불자들에게 환희심을 전했다. 다음은 김현태 기자와의 일문일답.

▶ 43일간 1167km를 걷고 뛰며 취재했는데 소회는.
힘든 일정이었다. 새벽 1시50분 일어나는 순간부터 저녁 7시 저녁예불을 마치고 하루를 마감할 때까지 6주간 하루 17시간을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아프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했다. 그러나 하루 20도에 육박하는 기온 차이에 독한 감기를 앓아야 했고, 배앓이도 두 번이나 찾아왔다.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아프면 아픈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 순례기간 내내 장문의 기사를 올렸다.
매일 저녁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다음날 그에 맞춰 사진을 찍고 취재를 했다. 40여일의 순례기간 중 성지 자체를 방문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주제를 정하지 않으면 똥과 쓰레기가 널린 길을 걷고, 순례단을 환영하는 사람들로 마을마다 북적인다는 내용만 반복하기 십상이다.

순례를 할 때는 순례단과 움직이며 정해진 주제에 맞춰 취재하고, 순례가 끝나면 기사 작성을 위한 본격적인 일이 시작된다. 밥 시간을 놓칠 때도 있고, 잠을 쫓기 위해 하루 서너 잔의 커피는 필수다. 일을 마칠 즈음엔 저녁 예불이 시작되고 그러면 다시 카메라를 들고 취재한다. 저녁 예불이 끝나면 순례단은 잠자리에 들고, 기자들은 다시 모여 사진 정리, 배터리 충전 등 마무리를 한다. 8시가 훌쩍 넘어가고 지쳐 쓰러지듯 잠자리에 든다. 일상은 매일 반복적이었다.

▶ 어떻게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나.
주위의 응원과 격려였다. 가까이는 순례단 일원으로 일정을 함께한 김형규 대표님이 가장 큰 힘이 됐고, 멀리 한국에서 응원해 준 가족과 신문사 구성원들도 다시 깨어나 뛸 수 있는 힘이 돼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취재가 생애 첫 인도 부처님 성지순례였다. 불교계 전문기자로 일하며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 수많은 불교 유적을 취재했지만 유독 인도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여년 불교계에 일하면서 신문사에 거의 해마다 인도 관련 동행취재 요청이 있었지만, 내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교계 기자들 사이에도 인도 성지순례만큼은 전생부터 선업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고, 실제 나와 같은 경우들이 많아 이번 생엔 인도와 인연이 없다는 생각도 했었다.

▶ 인도 현지인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들여다 본 느낌은.

처음은 불결함과 불편함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곳서 조금 생활하다보니 오히려 내가 유난을 떠는 것임을 알았다. 문화적 다양성으로 보지 않고 편견으로 본 것이다. 많은 분들이 한국의 과거 60~70년대 모습이라고 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산업화 영향으로 비닐과 플라스틱이 대거 사용된다는 점이다. 생활모습은 60~70년대지만 포장과 그릇 등은 한국의 현재와 다르지 않으니 거리 곳곳에 쓰레기 천지다. 이들의 삶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 순례기간 중 유독 감동을 받았던 것이 있다면.
불자들이 찾아왔을 때다. 인도불교는 사실상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수이지만 불자들이 있었고, 한국 불자들의 방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대부분이 불가촉천민인 까닭에 어려운 형편이지만 과자, 음료수 등을 정성껏 공양 올리고, 불교기를 들고 함께 행진하며 순례단의 걸음을 축원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일불제자의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 취재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부처님이 활동한 인도의 북부는 살림이 넉넉지 못하다. 세계의 많은 불자들이 성지순례를 위해 이곳을 방문하지만 성지만 방문할 뿐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번 순례는 도보로 진행되는 만큼 수많은 마을을 지나왔고, 사람들을 만났다. 외국인을 만나는 일조차 희유한 이들이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사람을 만났으니 얼마나 신기했겠나. 취재를 위해 순례단에 앞서 사진 찍을 곳에 서 있으면 어느새 주변에 대여섯명이 몰려들어 이것저것 물어보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많을 때는 하루 10번도 넘게 왜 한국에서 불자들이 찾아와 길을 걷고 있고, 무엇을 기도하는지를 설명한 후 같이 사진을 찍어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개인 SNS에 사진과 내용을 올리고, 친구들과 공유했다. 이번 순례의 목적에 조금은 역할을 한 것 같다.

▶ 상월결사 순례와 유독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자비순례, 삼보사찰 순례, 인도순례를 모두 동행했다. 취재진 가운데 이 세 차례 순례단 전 일정을 함께한 것은 내가 유일하다. 자비순례, 삼보사찰 순례, 인도순례 모두 상월결사가 한국불교 중흥이라는 발원으로 출발한 길이고, 현장보도로 원력에 조금이나 힘이 더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 특히 이번 순례의 경우 걸어서 성지를 순례한 대중은 많지만 자전거로 순례한 사람은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 국내 상월선원 순례 취재 인연이 인도로까지 이어졌다.

3년 전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 회향 후 걸어서 인도성지를 순례하는 계획이 발표됐고, 그 기회가 내게 돌아왔다. 이런 기회가 기다리고 있어 다른 기회들은 나를 지나쳐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편하고 빠른 교통수단과 편안하고 안락한 숙소를 모두 배제한 채 걷어야 하고, 길에서 먹고, 길에서 잠을 자야 했기에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 인도에 가기 전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평소 런닝과 사이클 등 매주 세 번은 운동을 한다. 육체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정신적인 부분이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순례 초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순례 전 공부를 위해 인도성지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현장을 순례하며 눈으로 보니 책에 담긴 내용들이 그대로 가슴에 박혔다.

▶ 인도 성지를 순례한 불자로서 감회는
불자로서 부처님의 향훈이 서린 성지를 꼭 참배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를 갖게돼 기쁘다. 성지에서의 감동은 잊을 수 없고, 불자라는 정체성, 포교원력이 더 확고해졌다. 불자로서 큰 행복이었다. 취재 여건상 부득이 자전거라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새벽 행선 때는 부처님께서 걸었던 그 길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어 되도록 자전거를 끌고 걸었다. 성지에 닿을 때마다 행여 들킬까 남몰래 눈물 흘렸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또 걷지 않았다면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쳤을 많은 것들을 눈과 가슴에 담을 수 있었고, 많은 인도인들과 교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참으로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74호 / 2023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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