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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 부처님께서 부여한 의무이자 임무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3.27 10:35
  • 호수 1674
  • 댓글 0

전법 향한 열정 얼마나 뜨거운가 
불자만 반기는 ‘안일함’ 깨어나야
합장 인사 ‘성불’서 ‘전법’으로 전환 
불법, 도시 한복판에 흐르게 할 것

상월결사 인도성지순례단이 조계사로 돌아와 회향법회를 봉행했다. 불교중흥, 세계평화, 차별 없는 사회, 생명 존중의 시대를 발원하며 1167km의 대장정을 떠난 지 43일 만이다. 순례단을 맞이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격려처럼 “수행자 한 분 한 분 모두가 무탈하게 돌아왔으니 종단의 기쁨이요 홍복(弘福)”이다.

‘칼바람과 눈보라를 헤치고, 굶주림과 갈증’을 이겨내며 걸었던 구법승의 위법망구 정신으로 무소의 뿔처럼 걸었던 순례단이다. 대형트럭이 내뿜는 검은 매연과 요란한 경적 소음,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는 고성방가, 더운 날씨로 인한 땀띠와 습진 등의 피부염과 족저근막염, 고관절, 슬관절 등의 근골격계 질환도 인고하며 걸었다. “부처의 길이요, 사람의 길이며, 평화의 길”임을 알기에 묵묵히 걸었을 것이다. 

인도 성지순례를 발원하고 이끈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회향 소감으로 전한 “전법 없는 불교는 죽어가는 불교”라는 일언은 짧지만 강렬했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앞서 자승 스님은 “2600년 전 부처님께서는 60명의 비구에게 ‘중생의 안락, 이익, 행복을 위해 떠나라’ 하셨다”라며 “이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최초로 부여한 의무이자 미션(임무)”이라고 했다. 이어서 “(전도선언 직후) 보드가야로 발길을 돌려 걸어왔던 길 320km를 다시 걸으신 부처님은 45년 동안 법을 설하셨다”라고 강조했다. 

‘전도선언’에 나와 있듯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나도 법을 설하기 위해 우루벨라의 세나니 마을로 가겠노라”라고 하셨다. 세나니는 부처님께서 대각(大覺)을 이룬 보리수 인근에 있는 마을이다. 전도선언을 천명한 바라나시에서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로 홀로 되돌아가심으로써 전법의 열정과 가치, 고귀함을 증명해 보이셨다. “두 사람이 한 길을 가지 말라”는 당부에서는 간절함도 읽을 수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법을 전해주어야 하기에 둘이 아닌 홀로 떠나라 하셨을 것이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대중 앞에서 전도선언을 들어 보인 이유는 명확하다. 부처님께서 최초로 부여한 임무이자 부처님의 간절한 당부인 ‘전법’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뛰고 있는지, 전법을 향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물은 것이다. “그 누구도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부처님 법 믿으시라’ 하지 않습니다. 누구 한 명 가가호호 방문해 ‘부처님 법 믿으시라’ 권하지 않습니다.” 이웃 종교의 무모한 ‘공격적 선교’ 행위를 답습하자는 게 아니다. 일주문 밖의 시민은 간과한 채 일주문 안으로 걸어 온 불자만 반기는 안일함에 매몰돼 있는 교계의 현실을 자각하자는 역설이다. 

자승 스님은 순례 중에도 누누이 전법의 절실함을 강조했었다. “우리 한국불교는 부처님 법을 전하기보다는 (건축)불사하는 일에 집착했습니다.” “여름에 모시옷 빳빳이 다려 입고, 폼생폼사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국민 속으로, 대중 속으로, 중생 속으로, 사부대중 속으로 떠나지 않으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습니다.”

그렇다. 팔만대장경에 담긴 말씀 한마디 메모지에 적어 시민들에게 건네는 불자는 몇이고, 사찰은 또 얼마나 되는가? 부처님 말씀을 도량 안의 나뭇가지마다 장엄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건 나뭇가지에 달아 놓은 그 말씀을 시내 한복판에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대작불사에 앞장서야 하는가? 비구‧비구니, 우바새‧우바이 사부대중 모두가 나서야 할 일이다.

자승 스님은 합장 인사로 건네는 ‘성불 합시다’에서 ‘전법 합시다’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모든 사부대중이 동의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포교의 새바람’을 일으켜야 하는 작금의 교계 현실을 고려하면 ‘전법 합시다’ 캠페인은 절실해 보인다. 아울러 긴 여정의 끝에서 순례단이 품은 ‘108 원력문’ 또한 사찰‧신행단제를 중심으로 널리 전파되기를 기대한다. 사성제, 팔정도, 십선업 등을 토대로 작성된 이 원력문은 불제자인 우리가 추구하고 실천해야 덕목을 담고 있으며 또한 차별 없는 사회, 생명 존중의 시대를 여는 힘이 부처님 법에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부처님께서 걸으신 길 위에서 쓴 원력문이기에 귀함은 더하다. 

[1674호 / 2023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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