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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상생으로”…제주 관음사, 제주 4‧3추모위령재

  • 교계
  • 입력 2023.03.27 16:08
  • 수정 2023.03.27 16:20
  • 호수 1675
  • 댓글 0

3월25일, 관음사 대웅전 앞마당서…올해 6회째
진우 스님 “미해결 과제 처리에 역량 모아야”

공권력에 의한 무차별적 학살로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해원·해탈을 기원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상생의 법석이 마련됐다.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제주 관음사(주지 허운 스님)가 3월25일 대웅전 앞마당에서 ‘화해와 상생의 동백꽃으로 피어나소서’ 제6회 관음사 제주 4·3추모위령재를 봉행했다. 위령재에는 관음사 조실 우경 스님, 주지 허운 스님,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총장 덕유 스님, 고관사 주지 관우 스님, 보덕사 주지 재효 스님, 원법사 주지 자홍 스님, 관음사 총무국장 웅진 스님, 재무국장 명현 스님, 포교국장 제량 스님 등 스님들과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 김한규 국회의원, 강철남 제주도의회 길상회장,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 김창범 제주4·3유족회장 등이 참석해 추모했다.

제주 4·3사건은 억압된 침묵, 금지된 역사로,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해방 이후 좌·우익의 대립이 극심하던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와 군경 토별대 간 무력충돌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했다. 이 사건으로 제주도민 최소 3만여명이 희생됐으며, 이 가운데 80%가 군경 토벌대에 의해 학살됐다.

불교계 피해도 막심했다. 관음사를 비롯한 제주도 내 37개 사찰이 소실되고 16명의 스님들이 희생됐다. 이에 제주 관음사는 1976년부터 매년 4·3추모법회를 봉행해왔으며, 2018년부터는 추모위령재를 시작,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를 발족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앞장서왔으며 유족과 함께하는 치유캠프, 치유명상체험 등 개최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자리도 지속적으로 마련해왔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불교계의 노력과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제주도민과 불교계의 안타까운 상황을 설명하며 희생자 영령과 유가족들에 위로와 추도의 마음을 전했다. 스님은 “제주불교계는 관음사를 중심으로 4·3의 진실을 알리고 특별법 개정을 위한 원력을 모으는 한편 사단법인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를 통해 불교계 피해조사와 더불어 4·3희생자 추모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이어 “불교계와 제주도민과 국민들의 서원을 한 곳으로 모아 평화와 인권이 제주에서 만개할 수 있도록 특별법 개정안에 기초해 미해결 과제들을 조금도 지체없이 처리하는 데 모든 역량을 모아 능동능행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해원하여 진정한 평화와 상생의 미래로 함께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김희현 정무부지사가 대독한 추모사에서 “관음사 일대는 4·3당시 무장대와 토벌대의 최대 격전지였다. 주변에 아직도 크고 작은 경계 참오와 부대 숙영시설 등 유적이 남아 아픔을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기억해야할 비극이자 평화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역사다. 통한의 시간을 견뎌낸 제주 4·3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아픈 역사의 정명을 향해 나아가며 정의를 바로세우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령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보듬어 드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문자 관음사 신도회장도 “매년 4월이 되면 가슴 속에 쓰라린 과거 때문에 활짝 날개를 펴고 날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특히 제주불교는 당시 피해가 막심해 종교활동이 중단된 암흑의 시대였다”며 “75주년이 되는 올해는 지난해와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국가 보상금 지급이 시작됐고, 무죄선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등 아픔 해결에 다가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0년 발간된 4·3 추가 진상 보고서에 종교계 피해실태 조사가 빠졌다”며 종교계 활동에 대한 조속한 조사를 요청했다.

관음사 조실 우경 스님을 시작으로 내외빈들이 위령재단에 헌화를 했으며, 제주불교의식보존회가 추모의식을 통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조실 우경 스님은 “생명의 기운이 충만해 산과 들에 온통 봄기운이 가득하지만 제주의 봄은 여전히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져있다.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도 토벌대에 희생돼 제주불교는 무불시대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며 “은폐됐고, 침묵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진실은 감추려해도 드러나게 돼있다. 관음사는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로된 진실 규명을 바탕으로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꽃은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이유 없이 붉은 피를 흘렸던 넋을 위로하면서 다시 화해의 꽃을 피워야 한다. 아픔을 딛고 화해와 통합을 위해 안간힘을 써야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통과 아픔 속에 사라지신 영령들이시어 이해와 용서를 구하옵니다. 영령들이시어 좋은 인연처에 도달하셔서 해원상생하시고 더 맑은 세상에서 훨훨 나르소서”

위령재가 마무리된 후 4·3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캠페인도 실시됐다.

제주=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75호 / 2023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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