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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세우고 칼 버린 왕에게 배우는 평화의 지혜

  • 출판
  • 입력 2023.04.03 14:40
  • 호수 1675
  • 댓글 0

아소까대왕 1,2,3
정찬주 지음 / 불광출판사
1권 352쪽, 2권 328쪽, 3권 352쪽 
각 권 1만8000원 

소설가 정찬주, 70대에 펴낸 30여년 역작
인도 15번 방문하며 아쇼카 발자취 되짚어
‘아쇼카로드’서 만나 전륜성왕의 메시지는
“생명·평화 강조…현대 필요한 지혜 등불”

30여년 간 자료 수집과 현지 답사로 아쇼카대왕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소설가 정찬주씨.
30여년 간 자료 수집과 현지 답사로 아쇼카대왕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소설가 정찬주씨.

“나의 군사들이여, 나는 오늘 애지중지하던 칼을 다야강에 버렸다. 칼은 결코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놀라지 마라. 나는 오늘 이후부터 칼 대신 담마(Dhamma, 法)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니라. 담마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불교사에 있어 가장 유명한 재가불자를 손꼽으라면, 그 안에는 반드시 아쇼카대왕이 포함된다. 부처님 입멸 240여년 후인 기원전 304년 인도 마우리아 제국의 왕자로 태어난 아쇼카는 숱한 피바람을 일으키며 왕좌에 즉위했다. 이어 인도 전역을 최초로 통일하며 마우리아 제국의 전성기를 연 강력한 군주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이 군사강국 완성과 제국 건설에 그쳤다면 아쇼카는 역사의 숱한 정복자들 가운데 한 명일 뿐 불교사에 유일하게 ‘법왕’이라고 기록되는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쇼카는 정복 전쟁 최일선에서 휘두르던 자신의 칼을 강에 버리고 ‘담마’로 세계를 정복하겠다 발원하며 불교사의 새 장을 열었다. 그는 인도에 다시금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융성케 했고, 전 세계로 불교를 전했으며, 담마에 근거해 모든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적 군주상인 전륜성왕의 현신이라는 평가는 아쇼카를 오늘날 재차 소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소설가 정찬주가 다시 구성한 아쇼카왕은 역사기록에 갇혀 미쳐 상상해보지 못했던 인간 아쇼카의 내면까지도 되살려낸 작가의 혜안이자 소설의 힘이다. 

“국가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개인은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생명을 가벼이 여기고 평화를 파괴하는 상활들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무려 2300여년 전 평화의 가치와 생명 존중을 깨닫고 선창했던 아쇼카의 위대함을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정찬주 소설가는 이미 수십 편의 소설과 산문집을 펴낸 베테랑 작가다. 법정 스님, 성철 스님, 수불 스님 같은 한국불교 대표 선승을 소재로 한 불교소설과 다수의 명상적인 산문집을 집필해 왔다. 대표작으로 ‘시간이 없다’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인연’ ‘가야산 정진불’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 ‘불국기행’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이순신의 7년’(전 7권) ‘나는 조선의 선비다’ 같은 대하소설과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광주아리랑’ 같은 역사소설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왔다. 2300여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불러온 아쇼카왕의 모습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작가가 아쇼카왕과 인연 맺은 것은 오래전 일이다. 1995년 2월, 한 달간 인도를 여행했던 작가는 비하르주, 바라나시, 뭄바이 등을 둘러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에게는 인도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도 황량한 유적지에 우뚝 서 있는 아쇼카왕의 석주는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저 석주가 없다면 이 황량한 돌무더기가 부처님의 발자취 서린 성지라는 것을 누가 알 것인가.’ 뇌리에 깊게 각인된 아쇼카왕의 석주는 이후 30여년간 아쇼카왕의 발자취를 따라,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무려 15번이나 인도를 오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소설은 그 오랜 노력의 결실이자 30여년의 세월이 잉태하고 길러낸 21세기의 아쇼카다. 

“아쇼카 로드였다고 할까요. 그 사이에도 여러 책을 냈지만, 아쇼카대왕에 대한 생각은 숙원과도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쉽게 집필을 시도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아쇼카대왕의 발자취와 여운이 크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이 70이 넘어가면서 지금 쓰지 않으면 못쓰겠다는 조급함이 들었는데, 다행히 인연이 닿아 책으로 출간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은 현대불교신문에 동명의 제목으로 2년간 연재했던 원고를 재구성했다. 제한된 지면 안에 다 수록하지 못했던 작가의 섬세한 글쓰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75호 / 2023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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