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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정신 기려 이념 대립 없는 평화로운 세상 발원

  • 사회
  • 입력 2023.04.03 18:52
  • 호수 1676
  • 댓글 0

조계종 사회노동위, 4월3일 탐라영재관에서 추모재 봉행
희생자 유가족 “이 땅에 다시는 일어나선 안되는 일”

제주 4·3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희생된 스님들의 숭고한 뜻을 기려 화해와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는 4월3일 서울 탐라영재관 강당에서 ‘제주 4·3 75주년 추모재’를 봉행했다.

제주 4·3은 해방 이후 좌·우익의 대립이 극심하던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와 군경 토별대 간 무력충돌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2021년 3월 ‘제주 4·3 특별법 전부개정’을 통한 특별재심과 직권재심이 2022년부터 시작돼 1190여명의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명예 회복과 신원 확인,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4·3 당시 제주 불교계 역할에 대한 조사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 불교계는 사찰로 대피해온 주민들을 보호하다 37개 사찰이 전소, 폐허가 됐고, 스님 152명은 총살, 수장, 고문 후유증 등으로 희생되는 참혹한 피해를 입어 제주불교 활동 전반에 큰 손실을 입었다. 스님들의 경우 후손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인명피해는 물론 물적 피해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아 진상규명이 미미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도에 앞서 사노위 위원 시경 스님은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좁은 섬안에서 수만명의 양민이 학살을 당했다. 75년의 시간동안 그 가족들은 잃어버린 부모 형제를 ‘이데올로기’라는 이름 아래 가슴속에만 묻고 지내야 했다”며 “침묵의 세월은 특별법 제정과 개정으로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도 진상규명, 유해발굴 등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고 힘주어 말하며 “우리는 제주 4·3을 통해 극한적 이념 대립, 국가폭력의 폐해를 여실히 보아왔다. 더 이상 이념 대립을 통한 국민의 갈라치기, 국가 권력의 폭력은 없어야 한다”고 이념 대립없는 사회, 생명이 존중받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백경진 제주 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도 “2021년 특별법 제정으로 제주 4·3을둘러싼 주요 의제들은 정리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제주 4·3을 부정하는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 제주 4·3을 한국 현대사에서 지우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가 긴장을 푸는 순간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시도가 행해진다. 4·3을 통해 인권이 살아 숨쉬고 진실이 널리 퍼지며 진실한 화해와 상생을 꽃피우는 여정에 함께하자”고 밝혔다.

추모사가 끝나자 사노위 스님들의 기도가 시작됐다. 스님들의 목탁, 염불소리에 참석대중들은 합장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고, 헌화와 묵념으로 추모했다.

스님들의 기도에 눈물을 훔치던 김춘경(87)어르신은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수업 중 총 든 사람들이 학교로 들어와 선생님 머리채를 잡고 운동장으로 다 나오라고 한 뒤 총으로 쏴죽였다. 급하게 한라산으로 도망가 살 수 있었다”며 “눈 앞에서 친구들이 죽는 모습을 봤고, 어머니는 고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 아직도 그날이 머릿속에 생생하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가족을 잃은 희생자이자 유가족인 그는 “입밖으로도 꺼내선 안되는 분위기였고 그 이후로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들을 가슴 속에 묻어두었다”며 “자식들은 내가 희생자인 것을 모르고 있었으나 추념식에 대통령도 참가하고 법도 생기면서 밝혔다. 오늘 이렇게 스님들께서 기도를 올려주니 돌아가신 언니, 오빠, 어머니, 친구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순자(78) 어르신도 “불자는 아니지만 스님들께서 정성스레 예를 올리는 것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3살 때라 기억은 없지만 제주 와흘리에 가족들이 그 마을에 모여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놈들이 불을 지르고 총을 쏴대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멸했다. 운이 좋게 나와 사촌언니, 우리 아버지 셋만 살아남았다”며 “아버지는 그때의 충격으로 정신에 문제가 생겨 평생을 힘들어하셨고, 남은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는 평생 그 아픔을 오로지 혼자 안고가야한다. 다시는 한국 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76호 / 2023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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