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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은사 생전예수재 봉행 “능동적 수행으로 불교 가치 대변”

  • 교계
  • 입력 2023.04.05 18:46
  • 수정 2023.04.07 10:07
  • 호수 1676
  • 댓글 0

윤달 맞아 4월5일 봉은사서 시연…사부대중 2000여명 동참
지화 장엄 등 신도 자발 참여… 조선시대부터 중단 없이 전승
“문헌으로 확인되는 역사성…국가무형문화재 등재 가치 충분”

문헌상에 등장하는 생전예수재 설행 도량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 스님)가 생전예수재를 봉행했다. 윤달을 맞이해 마련된 자리이지만 생전예수재의 전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았다.

4월5일 봉은사에서 봉행된 생전예수재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사부대중 2000여명이 동참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오전 9시30분 명종을 시작으로 명고, 발원문, 신중작법, 도량건립, 사자단, 법문, 금강경합성, 중단의식, 고사단 의식, 함합소 의식, 시식, 마구단 의식, 전시식단에 이어 봉송회향까지 오전 오후에 걸쳐 생전예수재의 모든 과정이 고증에 따라 진행됐다.

생전예수재는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의 줄임말로 ‘살아있는 동안 미리 닦는 재’라는 표면적 의미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수행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불교의 대표적 무형유산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왕신앙이 활발했던 고려시대부터 시작돼 조선 중기에 성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헌상의 기록은 조선 후기에 등장한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며 ‘경기도 광주 봉은사에서는 윤달이 되면 장안의 부녀자들이 몰려들어 많은 돈을 불단에 놓고 불공을 드린다. 이 같은 행사는 달이 다가도록 계속된다. 이렇게 하면 죽어서 극락을 간다고 믿어 사방의 노파들이 와서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린다. 서울과 그 밖의 다른 지방의 절에서도 이런 풍속이 많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에서 언급하고 있는 ‘광주 봉은사’가 현재의 서울 봉은사다. 따라서 봉은사는 현존하는 문헌 기록에 최초로 등장하는 예수재 설행도량이다.

이런 역사성이 계승되고 있는 봉은사는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생전예수재를 봉행해 왔다. 현재는 봄과 가을 생전예수재를 봉행하고 있다. 2016년 6월 사단법인 생전예수재보존회(회장 원명 스님)를 설립하고 생전예수재 설행과 교육 등을 진행하며 전승에 앞장섰다. 이같은 활동으로 2019년 서울특별시무형문화재 52호 생전예수재 보유단체로 지정됐다. 이후에도 ‘생전예수재의 불교문화’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생전예수재의 역사적·불교문화적 가치 조명을 위한 학술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생전예수재는 불교의식적 독창성과 전통의례의 가치를 동시에 드러내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봉은사는 생전예수재 설행을 위해 대웅전 앞마당과 법왕루 앞, 선불당 옆 등 도량 전체에 불단을 설치하고 고증에 따라 번과 지화장엄을 배치하는 등 전통적인 생전예수재 재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지화 등 장엄물 제작 과정에는 신도들이 직접 참여, 생전예수재의 본 뜻을 구현했다.

불교무형문화를 전공한 성청환 박사는 “봉은사 생전예수재는 확실한 문헌기록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며 “특히 현재까지도 생전예수재에 동참하는 신도가 2000여명을 넘어서는 등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의례가 지금까지 대중에 의해 계승되고 있어 전통의 보전성 또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성 박사는 “이번 예수재에서 사용된 지화 등 상당수의 장엄물 제작에 신도들이 직접 참여했다”며 “스스로 공덕을 닦고 수행 하는 과정이라는 생전예수재의 성격이 신도들의 동참을 통해 봉은사에서 면면히 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계종 의례위원장이자 사단법인 생전예수재보존회 대표이사인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생전예수재는 타인을 위해 기도하거나 공덕을 쌓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수행을 위해 설행되는 가장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라며 "불교의 가르침과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의 대표 의례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님은 "생전예수재를 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국가문화재지정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생전예수재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봉은사는 불교전통의 올곧은 계승을 위해서라도 국가문화재지정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발원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76호 / 2023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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