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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한 불자입니다

기자명 한산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3.04.10 15:05
  • 수정 2023.04.10 15:06
  • 호수 1676
  • 댓글 0

불법만나 행복·평안함 가득하길 
가족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커
감사 표현은 마음 열어 받는 수행
내 삶 살피며 점검하는 시간 필요

“불자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부처님 법을 만나 공부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행복함에 물들어 얼굴에는 미소 가득, 마음에는 평안이 가득하면 좋겠다. 행복한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이다. 거창한 포교가 아니라도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그곳에서 행복한 마음을 일으킨다면 저절로 포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해졌고 내 행복의 여정을 쉽고 친근하게 전하기 위해서 ‘지금 여기 감사 일기’ 책을 만들고 강연하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하고 여러 인연이 연결되고 확장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티베트 불교를 전하고 있는 용수 스님의 세첸코리아에서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총 네 번 강연하게 된 것이다. ‘한산 스님과 함께하는 100일 감사 일기’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강연을 하면서 했던 말이 불자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씀해주셨고, 우리는 그 가르침을 본받아 공부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탐진치를 내려놓고 무상, 고, 무아를 체득하기 위해 많은 불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랫동안 절에서 공부했음에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 법을 만나 일주일 공부했으면 그 전보다 일주일 치 더 행복해져야 하고 십 년을 공부했으면 그 전보다 십 년 치 더 행복해져야 정상 아닌가. 각자에게 맞는 수행 방편이 있겠지만 나와 인연이 된 이들에게 전하는 방법은 포옹하고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세첸코리아에서 감사한 마음을 일으키고, 분노한 마음을 다스리는 법 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강연을 마칠 때쯤 숙제를 하나 냈다. 죽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해서 아쉬워하지 말고,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표현해보기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 특히 가족에게 그러한 마음이 더욱 크다. 와락 껴안은 다음 사랑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주어 큰 치유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며 아상과 고집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는 큰 수행이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몇 분이나 실천해서 5월에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강연 다음 날은 ‘2023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마지막 날이었다. 붓다아트페스티벌이 열리는 2관에서 무여 스님의 작품인 ‘날마다 부처님’ 부스에서 전시되고 있었고, 무여 스님과 함께 ‘지금 여기 감사 일기’를 대중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부스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작품과 책 소개를 하고 있을 때 낯익은 보살님이 눈에 들어왔다. 딸의 권유로 ‘감사 일기’ 강연에 참여했다며 사인을 받아 가셨던 분이라 기억이 났고, 함께 온 사람이 딸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보살님은 어제 ‘감사 일기’ 강연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 딸에게 포옹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해맑은 얼굴로 말씀하셨다. 딸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기분 좋은 얼굴로 이야기해주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숙제 인증 소식을 들으니 그 감동과 고마움이 배가 되어서 가슴이 뭉클했다. 아주 어색하고 쑥스러웠을 텐데도 용기를 내서 딸과 포옹도 하고 사랑한다는 말씀도 하셨다니 그 모습이 아름답고 위대해 보였다. 평소에 같이 사진도 안 찍는다고 말하는 모녀 사이였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함께 섰을 땐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은 말한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고. 그런데 정작 가족과 함께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행복을 누리는 시간은 거의 없거나 짧은 경우를 보게 된다. 주객이 전도되어 일하고 돈 버는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다 써버려 가족과 함께할 때는 날카롭고 불친절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진 않은지, 가끔은 내 삶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가. 나는 왜 불교 공부를 하며 수행하는가?’

한산 스님 일상다감사 지도법사
happyhansan@naver.com

[1676호 / 2023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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