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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록’ 뛰어 넘는 ‘전등사서 징검다리’ 첫 번역

  • 불서
  • 입력 2023.04.17 15:53
  • 수정 2023.04.17 15:54
  • 호수 1677
  • 댓글 0

송나라 이준욱이 ‘경덕전등록’ 확장·보완 편찬
“주옥같은 화두 얹어 후세 공부에 일조” 평가

천성광등록
이준욱 지음, 영곡 스님 역주 / 전6권  / 3148쪽 / 민족사 / 전6권 22만2000원

1004년 중국 송나라 고승 도원 스님이 편찬한 ‘경덕전등록’을 계승, 보충해 편찬된 전등사서(傳燈史書) ‘천성광등록(天聖光燈錄)’이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천성광등록’은 ‘천성 연간에 지었으며 ‘경덕전등록’의 확장판’이라는 뜻이다. ‘천성’은 북송시대인 1023년부터 1032년 사이에 사용된 연호다. 즉 이 기간에 편집된 전등서라는 뜻이다. ‘천성광등록’의 저자인 이준욱은 북송의 황제였던 진종(968~1022)의 누이 만수 공주와 결혼했다. 진종의 여섯 번째 아들이자 진종의 뒤를 이어 송나라 황제에 등극한 인종이 이준욱에게는 처남이었다. 이준욱이 인종에게 이 전등사서를 편찬해 바치자 인종은 이 책에 연호인 ‘천성’을 붙여서 ‘천성광등록’이라는 이름과 서문을 하사했다. 이 책 이름에 ‘광(廣)’자를 부여한 이유는 도원 스님의 ‘전등록’에 1700칙의 공안이 수록돼 있는 것과 비교해 ‘천성광등록’에는 3047칙이 수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전등록’과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6조사에 대한 기록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중복을 피하면서 저명한 선장들의 공안과 전기, 어록 등을 모두 수록하며 그 내용을 확충해 보완한 속편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천성광등록’을 최초로 번역·주석한 영곡 스님은 “‘전등록’의 1700공안에 주옥같은 화두를 얹어주어 후세 학인들의 공부에 크게 일조하였다”고 이 책을 평가했다. 사진은 남해 성담사  선림선원.[법보신문 DB]
‘천성광등록’을 최초로 번역·주석한 영곡 스님은 “‘전등록’의 1700공안에 주옥같은 화두를 얹어주어 후세 학인들의 공부에 크게 일조하였다”고 이 책을 평가했다. 사진은 남해 성담사  선림선원.[법보신문 DB]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정법안장을 부촉 받은 마하가섭을 시작으로 27명의 조사를 거쳐 달마에게까지 전해진 정법안장은 중국으로 전해져 조사와 조사로 선맥이 이어졌다. ‘전등록’이 곧 선종의 역사이며 ‘전등사서(傳燈史書)’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이러한 까닭에 ‘천성광등록’은 이후 편찬된 ‘건중정국속등록’(1101) ‘연등회요’(1183) ‘가태보등록’(1201) 등을 ‘전등록’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천성광등록’과 마찬가지로 이후의 전등사서들 또한 현재까지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천성광등록’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천성광등록’에는 특히 임제종의 입장에서 조사선의 완성자인 마조도일, 백장회해, 황벽희운, 임제의현 등 조사선의 정맥을 잇고 있는 선사들의 어록이 많이 수록돼 있다. 이로 인해 임제종 위주의 찬술로 인해 ‘전등록’을 폭넓게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천성광등록’이 후대 ‘사가어록’(1066)이 편찬되는 전거가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여타 판본에서는 볼 수 없는 어록이 실려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백장어록’과 ‘임제어록’ 그리고 ‘황벽어록’의 ‘완릉록’ 등이 그것이다. ‘임제어록’은 ‘사가어록’에 실린 ‘임제록’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천성광등록’에 수록된 ‘임제록’을 바탕으로 편찬된 것이다. ‘완릉록’ 또한 ‘천성광등록’에 최초로 수록됐다. 역주자 영곡 스님은 이에 대해 “남악회양과 청원행사 아래 선사들의 약 3047여 칙에 달하는 공안을 실음으로써 ‘전등록’의 1700공안에 주옥같은 화두를 얹어주어 후세 학인들의 공부에 크게 일조하였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전등사서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천성광등록’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변역, 출간되었다는 점은 그 자체로 놀라운 결실이다. 심지어는 부분적으로도 번역된 적 없는 최초 번역이다. 역주자 영곡 스님은 2019년 ‘분양선사어록’(3권)과 ‘동산수초어록’(1권)을 완역 출간했고, 2020년 ‘석상초원선사어록’(1권), 2021년에는 ‘부대사어록’(1권)을 번역해 출간했다. 이 4편의 어록 모두 국내 최초 번역 출간이었다. 첫 번역이라는 높은 산을 넘고 역주라는 깊은 강을 건넜지만 번역의 완성도와 주석의 꼼꼼함은 학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최초 번역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작업이며 보통의 안목으로는 완성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영곡 스님의 작업은 번역 자체도 탁월하지만 상세한 주석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고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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