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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이 자비로워져야 합니다

기자명 황산 스님

출재가자에게 필요한 자비심
자비심에 목적두지 않으면 
분별심 일으킬 수밖에 없어
도량서 책임지고 불법 전해야

절에 다니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절에 다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현재 한국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것은 수행 정진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깨우침을 얻어야 남을 도울 수 있지 않겠냐며 수행을 강조하고 선방에서 정진하거나 경전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불교인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희생·양보·보시·이타행·보살행·자비행 등일 것입니다. 수행 정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행도 제대로 하면 자비행과 보살행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출가자와 재가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비심이라고 믿습니다. 절에 다니는 불자들이 자비로워야 하는데 갈등하고, 시기 질투하는 순탄치 않을 모습을 종종 목격합니다. 스님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행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수행을 기술적으로만 접근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삼매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수행을 통해 자비행을 얼마나 더 펼칠지 고민하는 모습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참선 정진을 통해 내면의 지혜와 자비를 기르고, 주지나 총무 등 소임을 통해 그 지혜와 자비를 적용하는 보살행을 닦는 데 목적을 두지 않으면 수행을 오래 해도 자비로워지지 않는다고 진단해 봅니다. 

자비심을 목적에 두지 않으면 사찰에서도 분별심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주지 스님만 스님이고 다른 스님들은 직장인처럼 대하며 ‘돈 벌러 왔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말하는 신도님이 있을 정도입니다. 스님도 신도를 대할 때 재력이나 외모, 나이 등으로 달리 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분별심으로 대하면 오염된 곳입니다. 분별없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청정한 곳입니다. 30년 장좌불와를 하거나 ‘금강경’을 십만 번 독송하거나 100만 배 절을 해도 자비심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한 것일까요? 

사람 몸은 백천만겁이 지나도 만나기 어렵고 불법 만나는 것은 그 이상으로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다행히 불법을 만났으니 귀한 존재입니다. 절에서 욕설을 퍼붓든, 물건을 훔치든 그들도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만났으니 성심성의껏 대접하고, 안내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인도를 해야 합니다. 한사람이라도 일주문 안에 들어왔으면 도량 안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불법을 전해야 합니다. 불법만이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불법을 전하는 것은 해탈할 인연을 선물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 자신도 아직 중생인데 어떻게 타인을 인도할 수 있냐고 생각한다면 인색해지기 쉽습니다. 논리는 그럴듯해도 그런 생각이 어리석게 만들고 쇠락하게 만듭니다. 이기적인 수행자가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비록 내가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타인과 함께 수행해 나아가려고 노력한다면, 즉 모르는 것이 더 많아도 같이 해보려고 노력할 때 점점 성숙하고 좋은 스승과 도반을 만납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이 수영하지 못하면 튜브라도 던져 주어야 합니다. 불법은 튜브와 같습니다. 튜브는 닦아 익혀서 얻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 있는 도구입니다. 경전은 튜브와 같아서 던져 주면 육도윤회에서 벗어날 인연이 지어지는 것입니다. 낯선 신도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와 따듯한 차와 밥이 불법으로 연결되는 강력한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모든 스님과 신도들이 미소 가득 친절하고, 교양 넘치며, 남을 위해 기도하려 노력하고, 모든 생명이 부처님 도량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려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노래와 춤·악기연주·미술·공예·탁구·배드민턴·골프 등 온갖 레크리에이션이 사찰에서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사찰을 부처님만 홀로 쓸쓸히 지키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사찰에 다녀야 합니다. 특히 은퇴하신 분은 집에서 혼자 있으면 쓸쓸하지만 다 같이 기도하고, 놀고 공부하며 맛있는 것도 먹는 그곳이 극락세계입니다. 자비심을 높이기 위해 기도하고, 자비심을 성장시키기 위해 참선하고, 자비심을 넓히기 위해 봉사하고 자비심을 실천하기 위해 경전공부를 하는 불자가 됩시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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