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고종, ‘강단‧추진력’ 강점의 상진 스님 택했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4.24 12:12
  • 호수 1678
  • 댓글 0

태고종 위상 하락 배경에는 ‘갈등’
후보스님들 서로 맞잡은 손 뜻깊어
첫 공식행보로 지방교구방문 꼽아
‘태고종 악순환’ 고리 끊을 첫걸음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에 상진 스님이 당선됐다. 163명의 선거인 중 153명이 참여한 선거에서 상진 스님은 과반인 95표(62.1%)를 얻었다. 후보로 나선 상진‧성오 스님 모두 태고종의 변화를 약속했는데 선거인단은 ‘추진력’에 보다 강점을 보인 상진 스님을 택했다. 종단의 일신이 시급함을 공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진 스님은 선거기간 동안 ‘도약적 성장’을 강조했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순천 선암사 적묵당에서 열린 정견 발표회를 기억해 보자. 총무원장 후보가 선거인단 앞에서 종책을 발표한 건 태고종사에 기록되어야 할 만큼 이례적이었는데 종도들과의 소통을 지중히 여겼다는 방증이다. 이날 선암사 방장 지암 스님은 의미 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가깝지 않은 거리임에도 많은 스님이 오셨습니다. 두 분 중 어떤 분이 총무원장이 되더라도 여러분이 잘 협조해야 합니다. 그것이 태고종이 발전할 수 있는 길입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던 결과에 승복하라는 당부이자 선거로 인해 또 다른 갈등이 촉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호소이기도 하다. 세속을 막론하고 모든 선거 때마다 회자 되는 ‘화합’은 이제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상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태고종에서 말하는 ‘화합’에는 ‘절실함’이 배어 있다. 왜인가? 

2000년부터 호명 스님 집행부가 출범한 2019년까지 20년 가까이 종단은 비리, 횡령, 반목, 비방, 갈등, 암투로 얼룩졌다. 그사이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정하는 의전 서열은 ‘2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서열 2위였던 이유는 김방룡 충남대 교수가 짚었듯(논문 ‘태고종의 나아갈 길’) ‘선암사로 상징되는 선맥과 강맥의 전승, 묵담으로 상징되는 율맥의 전승 그리고 봉원사로 상징되는 불교의례의 전승 등 태고종만이 지니는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이다. 태고종 창립(1970‧문화공보부 등록) 후 수많은 사설 사암이 태고종을 선택한 이유가 이것이고, 불교재산관리법 폐지(1988) 후 66개의 신흥 종단이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수많은 사찰이 탈종하지 않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역사적 전통성’에 금이 갔다.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일어난 파열음으로 생긴 균열이었다. 그 균열은 20년간 지속됐고 그사이 전국에 산재한 사찰들의 종단 귀속감은 희미해져 갔다. 급기야 태고 종도가 품고 있던 자긍심마저 허물어져 갔다. 이것은 분담금 문제로 이어져 총무원의 재정 악화를 불렀다. 총무원의 역할이 미약하니 각 지역의 교구와의 연대감도 급격히 떨어졌고, 또다시 총무원의 재정 악화를 가속화 했다. 종단 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다소 비약하면 ‘태고종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마저도 스스로 내놓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종도들은 누군가가 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려주기를 바랐다. 이것은 공심과 신심으로 무장한 지혜로운 지도자, 오랜 세월 동안 벼려온 ‘활인검’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강단 있는 지도자가 할 수 있는 대작불사이다. 그러기에 28대 총무원장 선거는 태고종의 흥망성쇠를 가름할 만큼 중요했다. 

단언컨대 태고종이 품고 있는 잠재력은 엄청나다. 그 잠재력은 종도들의 화합 속에서 끌어내고 응축시킬 수 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상진 스님은 성오 스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성오 스님도 화답했다. “축하드립니다!” 경쟁을 위해 치열했을 뿐이다. 선거이기에 다소 과격한 발언도 나왔을 뿐이다. 이 모든 건 태고종의 발전과 전법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의 일환이다. 두 스님의 화합이 양 진영의 화합으로 이어지고 각 지역 교구 화합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상진 스님은 새 집행부의 공식 첫 행보로 31개 지방 교구 방문을 꼽았다. “각 지방 교구 종무원을 만나 태고종 도약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지방 교구에 필요한 사안에 최대치로 협력하겠다”라고 천명했다. 소통을 통한 화합도모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태고종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