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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도 죽어서도 다 얻는 사람

기자명 명오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3.04.24 12:19
  • 수정 2023.04.24 12:59
  • 호수 1678
  • 댓글 0

예의가 잊히고 있다. 매일같이 사람 사이에서 생긴 뉴스를 접하면서 든 생각이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친구와 동료, 스승과 제자, 고용주와 고용인, 성직자와 신도 등 인생에 동반되는 지중한 인연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개인의 만족과 가치관을 우선시하고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여러 인간관계를 맺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고, 수평적 인간관계와 개성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일찍이 부처님은 소중한 인연들과 행복할 수 있는 도리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인도 왕사성에 장자의 아들 청년 싱갈라가 있었다. 그는 아침 일찍 교외로 나가 머리와 옷을 물에 적신 채 합장하고, 동·서·남·북·상·하를 향해 절했다. 부처님이 그 모습을 보고 연유를 물었다. 그는 단지 여러 방위에 예배하라고 당부한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행할 뿐이었다. 부처님이 그렇게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하자, 그는 여섯 방향의 예법을 청해 물었다. 부처님은 우선 업을 오염시키는 요인과 사악한 업, 타락의 위험 요소를 없애야 하고, 진실한 친구를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동쪽은 부모, 남쪽은 스승, 서쪽은 아내와 자식, 북쪽은 친구와 동료, 아래쪽은 고용인, 위쪽은 출가 수행자로 알고 절하라는 것이었다. 각각의 관계마다 서로가 해야 할 도리 5가지가 있고, 그 의무로 상대를 감싸 돌보아 안전하게 하라고 설하셨다. 이런 사람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다 얻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복을 바라고, 나쁜 일은 피해가기를 원한다. 고대 인도에는 육방에 사는 신들의 보호를 받기 위해 예배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하셨다. 이런 사람이 가정은 물론, 학교와 직장, 종교인과의 관계에서도 도리를 다하고 서로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 인성과 여법한 생활, 자리이타의 생각과 행동이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하고 행복도 가져온다는 말이다.

요즘은 천륜의 정마저 부정되는 참담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가정에서조차 안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 관계를 불안전하게 하는 원인은 살생과 도둑질, 거짓말과 삿된 음행으로 업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탐진치와 두려움에 의한 악행 때문이다. 술과 마약, 때아닌 때에 길거리를 배회하고, 구경거리와 노름, 삿된 친구와 게으름에 빠져 타락하기 때문이다. 진실한 벗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롭게 하기는 어렵다. 

예는 신에게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데서 예의는 시작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부인·자식·제자·부하직원도 상·하의 관계가 아닌 평등으로, 주종의 관계에서 갑도 을을 예로써 존중하라고 하셨다. 남편은 아내를 존중하고, 부드럽게 말하며, 바람을 피지 않고, 가사의 권한을 주고, 때때로 선물해야 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친척과 이웃에게 친절하며, 바람을 피지 않고, 가산을 보호하며, 게으르지 말라고 하셨다. 기원전 6세기 때의 조언에 나타난 상호존중과 상호의무는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5가지 도리로 서로 화합하라는 말씀이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친구와 동료, 고용주와 고용인, 성직자와 신도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바르게 살아야 가까운 인연들과 원만할 수 있다. 이기적인 욕망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을 절제할 줄 알아야 예의도 지킬 수 있다. 감각적 쾌락이든 부와 권력이든, 이념이나 신념이든, 탐욕의 끝을 미리 알고, 업보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도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슴을 나누는 친구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다 얻는 사람이다. 

명오 스님 동국대 강사 sati348@daum.net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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