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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공경하는 마음이 나를 구한다 

기자명 혜민 스님

9. ‘관세음보살보문품’이 품은 뜻

관음은 다양하게 나퉈서 제도
남을 관음보살 화신으로 보고
그 상대를 공경하고 예배하면
내 삼독심을 풀어 스스로 구원

우리나라 불자님들에게 무슨 신행 활동을 주로 많이 하시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관세음보살 정근기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관세음보살님은 어머니 품처럼 편안하고 자비하시기 때문에 불교 공부를 많이 한 분이든 아니면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는 초심자든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큰 부담 없이 따라할 수 있다. 특히 기도를 하면서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먼저 독경하고 정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면 바로 이 경전이 ‘묘법연화경’ 제25품에 해당하는 것이다.  

오늘은 ‘관세음보살보문품’ 가운데 몇 군데를 내 스승님이신 설송 스님의 해석과 함께 공부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우선 맨 앞부분에 무진의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께 합장을 하고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먼저 무진의 보살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무진의(無盡意) 한자를 그냥 해석해보면 “다 함이 없는 뜻을” 가진 보살이다. 즉, 해도 해도 무언가를 자꾸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내는 사람을 말하는데 바로 우리와 같은 중생을 뜻한다. 즉, 마음이 멈추어서 고요한 안락함에 머물지 못하고, 끝없이 생각의 망상을 부리며 무언가를 움직여서 계속 하고 싶은 중생을 빗대어 ‘무진의’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무진의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뜻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이 세상에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 성취하고 싶은 일이 마음에서 문득 올라왔다는 뜻으로 풀 수 있을 것 같다. 즉, 하고자 하는 일이 내 눈에 번쩍 띄어서 그것을 성취하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 중생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먼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한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왜 오른쪽 어깨만을 드러내고 왼쪽 어깨는 가사로 감춘다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잘 한 일, 자랑하고 싶은 일들은 세상에 드러내어 자랑하고 싶어 하고, 남들이 알면 안 되는 부끄러운 일들은 감추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풀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무진의’로만 남는 것이 아니고 ‘보살’이 되고 싶으면 남들이 잘 한 일은 크게 알아주고 부끄러워하는 일은 세상에 자꾸 들추지 말고 내가 보호해 주고 감싸 줄 수 있어야 관세음보살님과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부처님을 향해서 합장하게 된다. 그것은 살면서 급하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일이 누구에게나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 내 어머니와 같은 관세음보살님께서 살펴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무리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인간의 몸을 받은 이상 위험한 상황에 처하거나 생로병사의 고통이 없는 경우는 없다. 그럴 때 아이가 “엄마”를 찾듯이, 우리는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부디 “관세음보살께서 제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좀 나누어 들어주십시오”라고 염원하게 된다. 

‘관세음보살보문품’ 뒤쪽으로 가면 관세음보살님께서 중생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나투어서 성문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성문의 몸을 나타내시고, 작은 왕이나 장자, 부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심지어는 동남, 동녀 아이의 모습으로도 나타내시어 중생을 제도 하신다는 부분이 나온다. 이 뜻은 물론 관세음보살님의 방편력이 뛰어나셔서 중생의 근기에 맞게 그 모습을 나투신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 세상 그 누구를 만나던 내가 그 사람을 관세음보살님의 화신으로 보면서 공경하고 예배하면 그 사람이 나를 구해준다 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에게 마음 깊이 공경하는 말과 행동을 보이면 당연히 나 또한 그 사람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결국은 나의 공경심이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나를 보호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 점은 ‘관세음보살보문품’ 여기저기에 나오는데 예를 들어 어떤 중생이 음욕이 많거나, 성내는 마음이 많거나 아니면 어리석은 마음이 많아도 항상 관세음보살님을 생각하고 공경하면 그 탐‧진‧치의 마음으로부터 해탈한다고 적혀 있다. 왜냐면 가슴 깊이 공경하는 마음을 내면서 동시에 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음심을 품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경하는 마음이 내 마음의 삼독을 풀어서 나를 구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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