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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노동백서 4.0

기자명 성진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3.04.24 16:14
  • 수정 2023.04.24 16:21
  • 호수 1678
  • 댓글 0

4차 산업혁명 최대 관심사는
기술혁신 아닌 인간의 가치
인간 삶 새로운 정의 요구돼
불교에 기반한 연구 나서야

얼마 전 동국대 병원에 정기검진을 위해 방문하였다.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 진료 전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시는 분들 사이로 무엇인가가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하며 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로봇이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분명 청소하시는 분들이 쓸고 계셨는데 이젠 로봇이 대신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다. 집 거실과 방을 동그란 청소로봇이 치우고 다닌 시간은 이미 꽤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의 청소를 대신하고, 식당의 서빙을 대신하는 로봇에게 기회를 잃어버린 누군가의 삶에는 어떤 다른 일자리가 만들어져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대중의 관심은 기술의 발달에 대한 경이로움보다 실상은 어느 자리를 인공지능의 기계가 대신할 것인지, 즉 인간이 그동안 해오던 일자리 중 어느 것이 사라질 것인가였다. 결국은 기술혁명이란 단어에는 인간은 이제 어떻게 재교육 되어야 하며, 인간의 삶에서 노동력은 어떻게 기술진보의 속도에 맞추어 변화할 것인가이다. 이 해답을 찾기 위해 독일은 사회적 공론을 모아 2017년 ‘독일의 노동백서 4.0(Welssbuch Arbeitrn 4.0)’을 발간했다. 이 백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 노동의 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기본적으로 노동은 신성하며 인간에게 주어진 소명이기 때문에 노동 없는 사회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독일의 노조와 정부는 몇 가지 대책을 이야기한다. 우선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전직 훈련이다. 두 번째는 새롭게 생기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 같은 곳에서 키워 주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도 병행돼야 한다. 독일의 ‘노동백서 4.0’에서 우리 사회가 보았으면 하는 것은 백서에서 제시하는 몇 가지 대책이 아니다. 대책은 각 사회 고유의 특성에 따라 정리되어야 한다. 단지 이러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기술에 대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 본연에 대한 가치 기준점을 세우는 기초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백서에서는 중요한 질문을 먼저 던진다. 첫 번째 더 많은 일상적이고 수동적인 작업이 자동화됨에 따라 저 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동시에 신기술을 설계, 유지 및 운영할 수 있는 고도로 숙련된 작업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화 및 디지털화가 독일의 숙련 및 비숙련 근로자의 고용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두 번째, 유연 근무제, 원격 근무의 부상으로 고용 안정, 사회적 보호,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고용주와 정책 입안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근로자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 디지털 기술로 가능해진 생산성과 효율성 증가는 그 혜택이 근로자가 아닌 자본 소유자에게 주로 발생한다면 더 큰 불평등이 이어질 수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네 번째, 전환 또는 실업기간 동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뿐 아니라 교육 및 훈련에 대한 투자가 포함될 수 있는데 근로자들이 이러한 도전과 기회에 대비하도록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의 공통점은 결국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이든 메타버스의 현실이든 그 모든 기술의 혁신 속에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찾아야 한다. 그 역할에서 불교는 어느 인문학이나 절대 신관의 종교보다 인간에 대한 시각을 잡아줄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종단과 교계는 독일의 백서와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 따른 인간 4.0을 공론화하기 위한 기구나 연구과제를 세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성진 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 sjkr07@gmail.com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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