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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떠돌이 별’과 ‘감성 제일 존자’의 북콘서트 “사소한 것은 없다”

  • 교계
  • 입력 2023.04.27 21:00
  • 수정 2023.05.01 15:12
  • 호수 1679
  • 댓글 0

4월27일, 서울 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서
진광·동은 스님 ‘사소한 것~’ 출간 기념

 

“세계 각국을 여행했는데 동은 스님은 마치 사막에서 만난 어린왕자 같았습니다.”

“생전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동서고금의 글과 문헌들을 진광 스님 덕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무대에 나란히 자리한 두 스님에게선 도무지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감성제일존자’와 ‘낭만 떠돌이별’이라고 두 스님을 각각 소개한 사회자 이세용 조계사종무실장의 설명은 두 스님의 교집합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아주 작은 것에도 따뜻한 마음을 내보이는 ‘감성’과 ‘낭만’이 그것이다. 고운 모시처럼 단정한 ‘감성제일존자’ 동은 스님과 자유분방한 삼배처럼 거침없어 보이는 ‘낭만 떠돌이별’ 진광 스님은 그렇게 다른 듯 서로 닮아있었다. 책은 그 미세한 접점을 한 땀 한 땀 엮어 사소한 것을 사소하지 않게 보는 안목을 열어주었다. 4월27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동은·진광 스님의 신간 ‘사소한 것은 없다’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 평일 한낮이었음에도 200여명의 사부대중이 모여든 이유는 그 안목이 주는 유쾌함과 위로 때문이었다.

조계종출판사가 최근 출간한 ‘사소한 것은 없다’는 2019년 당시 삼척 천은사 주지 동은 스님과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광 스님이 법보신문에 ‘사소함을 보다’라는 주제로 게재한 연재 글을 엮은 책이다. 두 스님은 이 연재를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것’들을 주제로 각자의 시각과 경험들을 번갈아 글로 주고 받았다. 그 과정에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할 때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가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콘서트에서 두 스님은 “사소한 것을 가져 와 달라”는 주최 측의 사전 요청에 따라 각자 갖고 온 물건 하나씩을 소개했다.

먼저 진광 스님이 꺼낸 물건은 손바닥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의 연적이었다. “언제 부터인가 연적을 모으는 습관이 생겼다”는 진광 스님은 “물 한 잔도 되지 않는 적은 양의 물을 담기 위해 옛사람들이 굳이 연적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며 “연적에 두 개의 구멍이 있어야 물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듯이 우리에게도 숨 쉴 구멍이 있어야 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동은 스님은 낡은 찻잔 하나를 들고 왔다. “책에서도 다루었듯이 출가 초기, 지리산 토굴에서 혼자 정진하던 시절 행자도반 스님이 찾아와 차 한 잔 함께 마신 후 남기고 간 찻잔”이라며 “지금도 이 찻잔에 차를 마시면 지리산 토굴 시절로 돌아간다”며 “자세한 내용은 책을 구입해 보시면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북콘서트에서 두 스님은 신문에 글을 연재하며 느꼈던 은근한 경쟁심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였다.
진광 스님은 숙소에서 교육원까지 출근하는 2km 남짓한 거리에서 보고 느낀 점을 글로 썼던 기억을 꺼내며 “산사에 계신 동은 스님은 결코 쓸 수 없는 내용이라는 생각에 ‘이번만은 내가 이겼을 것’이라며 혼자 으쓱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진광 스님의 글에 이어 신문에 실린 동은 스님의 글을 보는 순간 단박에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동은 스님이 경내 요사채에서 종무소까지 가는 불과 1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보고 느낀 점을 쓰셨더라구요. 보는 순간 바로 졌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동은 스님의 글을 지면으로 볼 때마다 감탄하고 절망한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진광 스님의 솔직한 고백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옆에서 빙긋이 웃고 있던 동은 스님도 입을 열었다.

동은 스님은 “연재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진광 스님에 대해 잘 몰랐고 그래서 처음에는 연재 요청을 사양할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전화 통화를 하며 ‘그냥 하시죠’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진광 스님 덕에 얼떨결에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저는 책도 많이 안보고 지식도 별로 없는데 진광 스님의 글을 보면 도대체 안 어울리게 생긴 스님께서 언제 이런 고금의 명서들을 찾아 보시는지, 제 평생에 보지 못했을 글들을 진광 스님 덕분에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스님의 유쾌한 대화가 이어지는 한 시간 반 동안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 감동과 환호가 떠나질 않았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조계종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면서 보지 못했던 것, 들으면서 듣지 못했던 것을 듣는 것, 알면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수행자”라며 “진광 스님과 동은 스님의 글을 보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도 “동은 스님과 진광 스님이 서로 많은 면에서 다르게 보이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맑음”이라며 “그 맑음을 글로 표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그 글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출간을 축하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사진=박건태 인턴기자 pureway@beopbo.com

[1679호 / 2023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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