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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에 “여성차별” 낙인찍었던 인권위 천주교엔 면죄부?

  • 사회
  • 입력 2023.04.28 18:45
  • 수정 2023.04.28 19:20
  • 호수 1679
  • 댓글 7

천주교 성직자 성별 제한에 인권위에 진정서
“종교인은 고용에 해당되지 않아” 각하 통보
여성 신도 출입 제한에는 반인권적 행태 낙인
오락가락 인권위, 불교계에만 편향 잣대 논란

천태종의 초하루 여성 신도의 사찰 출입 금지에 대해 ‘성차별’이라며 비인권적인 행태로 규정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천주교의 규정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는 ‘이중잣대’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가 진정에 대해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아 종교차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읍 모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A교사는 여성인 피해자를 대리해 2월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천주교 성직자 성차별 인권침해’ 진정서를 접수했다. 진정인에 따르면 피해자는 천주교 성직자인 신부가 되고자 했으나 남성만 될 수 있다고 제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천주교의 규정은 헌법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종교의 자유를 넘어선다고 보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월28일 해당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가 고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진정 내용이 인권위 법이 정한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진정인에게는 4월12일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차별의 판단기준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냐 없냐다. 종교인은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고용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인 측은 인권위의 각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정인은 “성직자인 신부는 남성만 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 이는 헌법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종교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다. 천태종의 여성 사찰 출입 제한은 성차별로 인정한 인권위가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선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성직자 성별 제한은 누가 봐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고 혐오”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인권위의 법 적용 기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가 권고 결정을 내린 ‘천태종 여성 신도 출입 제한’과 ‘성직자 성별 제한’은 동일한 사안임에도 천주교에만 다른 기준을 적용해 종교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천태종은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에 대한 사찰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인권위는 ‘성차별’이라며 반인권적 행태로 낙인찍고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진정에 대해 천주교의 성별에 따른 성직자 제한은 종교인의 영역이기 때문에 조사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반대로 천태종 사찰은 이익을 창출하는 ‘재화의 영역’으로 넣어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천태종은 “1대 종정의 유지에 따라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종교마다 지향하는 것과 신앙의 내용·형식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찰 출입 제한은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출입제한 개선조치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사찰 출입을 금하겠다”고 인권위에 통보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등으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1조 1항을 내세워 남녀평등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배치된다고 판단 내렸다. 천태종의 여성 출입 제한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이자 종교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정했지만 정작 천주교의 성별 제한에 대해선 종교의 영역임을 기꺼이 인정한 셈이다.

성직자 성별 제한과 관련해 종교적 교리인지, 종파적 전통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기독교는 예수를 교조로 하는 종교의 통칭으로 그 안에 천주교, 성공회, 개신교 등이 포함된다. 개신교, 성공회의 경우는 여성도 성직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인권위의 천태종 관행을 ‘종파적 전통’이라고 판단한 것과 관련, 천주교도 기독교에서 갈라진 종파이기에 종교적 교리가 아닌 종파적 전통에 근거해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천주교는 남성만 사제가 될 수 있음을 교회법적으로 명문화했다. 라틴교회 교회법 제1024조에는 ‘세례받은 남자만이 (거룩한) 서품을 유효하게 받는다’고 명시돼있다. 오로지 남성만 사제가 될 수 있다. 사제는 주교와 신부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성직자를 뜻하며, 종교적 직분을 맡은 성직자는 미사, 세례 등 의식을 집전할 수 있다. 그러나 수녀는 아직까지도 추기경이나 주교를 맡을 수 없으며 미사도 볼 수 없다.

성차별 논란이 계속 일자 1995년 로마 교황청 신앙교리 심의회는 “예수가 오직 남자들만 제자로 선택했다고 성경에 기록돼있으며, 여성 사제 금지는 하느님 뜻에 일치한다고 가르쳐왔고, 남자만을 사도의 후계자로 선택해온 교회의 관례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종교 내 여성차별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자 프란치스코 266대 교황은 교회 안에서 여성 지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교황은 2021년 ‘여성은 독서사로 임명돼 성서를 읽을 수 있고, 제단에서 성체분배자로 봉사할 수 있다’고 교회법을 개정했다. 천주교내에서는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사회 민주화와 성평등에는 전혀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불교계엔 ‘전통, 역사, 종교 또는 문화적 태도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권위의 논리가 천주교 성직자 성별 제한 규정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천태종의 여성 신도 제한은 여성차별이 맞다. 그러나 이번 진정에 대해선 조사도 진행하지 않고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천태종에 대해선 종교시설이 재화에 들어가기 때문에 종교로 보지 않고,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부분은 천주교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권위의 설명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79호 / 2023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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