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행자 자부심 가질 때 깨달음도 크다
여성 수행자 자부심 가질 때 깨달음도 크다
  • 이재형
  • 승인 2004.04.1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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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연구회 ‘불교수행론과 젠더’
열심히 수행정진하는 불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 본지 조사에 따르면 전국 25개 시민선방 참여자 4051명 중 3271명(80.7%)이 여성수행자인 것으로 밝혀졌다.(642호 참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출·재가를 떠나 열심히 정진하는 여성 수행자일수록 스스로 여성임을 한계 짓거나 심지어 다음 생에는 남성수행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이러한 생각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합될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남성우월주의적인 사고가 형성되게 됐을까. 또 이러한 관념이 수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조승미(동국대 박사과정 수료) 씨는 불교학연구회가 4월 10일 동국대에서 개최한 학술발표회에서 ‘불교수행론과 젠더’라는 주제로 여성억압과 수행과의 관계를 조명해 큰 관심을 모았다.



조승미 씨

여성억압 해결은
보살의 발심과 동일
여성 수행자 나서야

안옥선 교수

불교는 시대따라 변화
여성 수행 관점의
불교이해 방식 필요


하정남 교수

남성 중심 벗어난
여성 수행자 모델
발굴해 소개해야

조승미 씨는 먼저 불교수행은 여성차별문제보다 훨씬 심오하고 근본적인 것을 다루기 때문에 깨달으면 모든 것이 해소된다는 ‘깨달음 절대주의’를 지적했다. 즉 깨달음의 단계에서 남녀의 구별이란 무의미할 수 있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에서 여성수행자에 대한 인식은 궁극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는 큰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 씨는 보살이 어떤 중생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워 실천하듯 여성억압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보살의 발심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성 깨달음조차 남성화

조 씨는 이어 여성수행과 관련된 담론들을 거론하며 이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불교는 부처님의 뜻과는 달리 여성에 대해 혐오감을 일으키도록 해 왔다고 지적했다. 즉 욕망의 주체인 남성 입장에서 여성의 몸을 욕망과 동일시하고 여성의 몸을 버릴 것으로 유도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부장적 의식은 심지어 ‘여성의 성취는 남성’이라는 본질적인 부분까지도 왜곡해 표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행할수록 열등감 커져

즉 부처님의 이모이자 최초의 비구니인 마하파자파티가 아라한의 경지를 얻었을 때 “남자라야 얻을 수 있는 것을 이미 얻었다”고 하거나 혹은 견성을 인가 받은 비구니에게 “출가비구니가 되어 세속의 여성성을 벗었으니 장부가 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언급은 여성이 깨달음을 얻었음에도 그 자체로서 인정하기보다는 남성의 시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수행론을 비판하고 나선 선불교도 이원론적인 차별이 극복될 수 있는 비전을 제공했지만 배타적 계보주의를 비롯해 가부장적 남성중심주의는 그 극치를 이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까닭에 여성수행자는 그 모델을 늘 남성에게 찾을 수밖에 없도록 함으로써 결국 남성에게는 우월감을, 여성에게는 열등감을 부추기도록 한다는 것이 조 씨의 설명이다.

조 씨는 또 아직까지도 여성의 수행을 모성을 밝히는 일로 귀결시키고 반대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모성으로 비난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즉 모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본성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은 여성수행자의 목적을 가부장제의 틀로 구속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논평자로 나선 영산원불교대 하정남 교수는 “그동안 여성수행자들이 수행을 통해 성취한 사실들이 여성혐오론과 비하론으로 인해 방치되 온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이 득도한 사례 등 긍정적인 것을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여성불자들이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자아실현 주체 확신을

안옥선 순천대 교수도 “불교가 시대, 문화, 전통 등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되고, 수용 실천돼 왔듯 불교는 남성의 시각에서 벗어난 여성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실천될 수 있다”며 “여성이 처한 삶의 조건과 체험이 다르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고 실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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