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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현상과 불교인 역할

지난 4월10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 우파의 단결을 주장했다. 그는 137년 전에 들어온 한국교회가 “민족의 개화, 독립운동, 건국, 새마을운동, 민주화 등에 중심적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그리고 “어렵게 찾아온 보수정권이 확실히 제자리를 찾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길은 보수의 대결집”이라고 한다. 

전 목사의 정치 참여는 한국 사회의 비이성적인 사회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목불인견의 언행으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시민들이 사회적 병폐로 지적하고 있음에도 그의 언설이 언론의 중심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고 있다. 여당 정치인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하며, 그를 정점으로 하는 극우세력의 표를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얻을까 노심초사한다. 기독교의 선한 이미지는 갈수록 퇴행하고 있다. 전광훈이 말하듯 한국사회의 건설에 기독교의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해도 과연 전체 역사에선 그럴까.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해방 후에는 전통을 말살하며, 이웃종교를 상대로 종교의 평화적 공존을 깨뜨린 자는 누구인가. 나아가 박정희의 반공노선을 추종, 북한과의 대결구도를 고착화하여 분단의 이득을 취한 자들은 누구인가. 최근 제주도에서 서북청년단을 자청하며 제주 4·3민중항쟁을 폄하하고, 제주도민들에게 지옥의 트라우마를 소환시킨 그 원죄는 누가 갚을 것인가. 전광훈이 말하는 자유통일은 결국 북한을 힘으로 제압하고 약육강식의 자유에 의거, 시민 간 내전 상태인 미국처럼 욕망의 분출을 극대화하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간교한 방식의 사회적 분열로 자본과 권력을 끌어들여 이권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것 외에 그의 언설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는 기독교의 외피를 입은 욕망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착적인 사회 병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계상황에 놓인 인간의 앞길을 밝혀주고 이끌어준 진리적 세계관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자본이다. 자본은 이 세계를 동과 서, 강자와 약자,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 재구성했다. 또한 수천년 간 대중을 억압했던 왕권을 재편, 세계 전체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있다. 권력을 신이 내려주었다는 왕권신수설처럼 자본은 폭주하는 자아가 내려준 선물이다. 이제 종교마저도 자본의 획책에 속아 충실한 신하가 되었다. 전광훈은 민중들의 뇌리 속에서 꺼져가는 초월적이며 절대적인 진리에 대한 희미한 의식을 되살리며, 자본이 구축한 무자비한 생존조건의 틀을 도구로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 형이상학과 초월적 진리가 땅속으로 매몰된 원인도 또한 철학과 종교가 세속 권력에 종속된 결과가 아닌가.

진리의 원천이자 만유 제법의 근원인 법신불을 모시는 불교인들은 이러한 세상의 한계와 그 처방을 잘 알고 있다. ‘대지도론’에서는 “중생으로서 그 법신불을 본 이면 3독(毒)이 없게 되고, 많은 번뇌와 춥고 덥고 하는 모든 고통이 다 소멸되면서 원마다 만족하지 않음이 없게 된다”라고 설한다. 분별과 차별이 없는 평등성지(平等性智)의 법신의 경지에 오른 자 앞에서 자본과 권력의 폭력은 힘을 잃는다. 우리의 성품이 법신임을 깨닫게 되면, 처한 바로 그곳이 파사현정의 불공의 장이 된다. 따라서 전광훈 현상은 절대의 진리와 소통하는 불자들에게는 눈에 걸린 티끌이 허공 꽃처럼 어지럽게 떨어지는 현상에 불과하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참된 종교가 뿌리내리지 못한 것에 있다. 때문에 아치·아견·아만·아애가 요동치며 세상을 휘젓고 있다.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갈구와 무상한 현실을 철견하며, 파멸로 가는 욕망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종교야말로 참된 구아(救我)와 구세의 종교다. 하여 이러한 불법을 등에 짊어진 불자들의 사명이 어느 때보다도 무거움을 느낀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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