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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조의 문하- ①독특한 행적을 남긴 제자들

기자명 정운 스님

‘조당집’에는 1000명 제자 등장

마조 선풍은 중국 전역에 미쳐
사냥꾼 출신 석공혜장 비롯해
평범하지 않은 제자들도 많아
신이한 수행 일화도 다수 전해

마조도일(709~788)의 제자는 기록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조당집’에는 1000여명이 있었다고 한다. 한편 ‘전등록’에는 마조 문하에 입실(入室) 제자가 139명인데, 이들이 한 지방의 종주(宗主)로서 교화를 펼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마조 교단의 선풍이 전개된 곳은 강서·호남·호북·절강성 등이지만, 이후 거의 중국 전역에 미쳤고, 마조의 2세 때는 우리나라에까지 마조의 선풍이 전개되었다. 기록마다 다르지만 마조의 제자 80여명의 이름과 기연이 후세에 전하며, 우리나라에서 어른스님들이 법문할 때, 마조 문하 제자들이 자주 거론된다. 이에 마조의 문하를 몇 분야로 나누어 언급하고자 한다. 

① 독특한 행적을 남긴 제자들, ② 사교입선(捨敎入禪)한 제자들, ③ 재가 수행자 및 비구니, ④ 두타행·산거수도한 제자들, ⑤ 제도권과 밀착된 제자들, ⑥ 한 가풍을 이룬 제자들.

이번 호에서는 ‘① 독특한 행적을 남긴 제자들’ 이야기다. 마조의 선풍이 당시 불교계를 대표하였지만, 제자가 많다보니 마조 문하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이들이나 독특한 행적의 선자들이 많았다. 대표 제자에는 사냥꾼 출신인 석공혜장과 등은봉이다. 등은봉은 성씨가 ‘등(鄧)’으로 선종사에서 등은봉이라고 불리며, 생몰연대 미상이다. 은봉은 석두희천(石頭希遷, 700∼791)과 마조 문하를 오가며 법을 깨달았는데, ‘마조 어록’에 다음 일화가 전한다. 

어느 날 은봉이 수레를 밀고 오는 것을 본 마조는 다리를 뻗고 앉아 길목을 막았다. 은봉이 말했다. “스님, 발을 움츠려 주십시오.” 

이렇게 말해도 마조가 움직이지 않은 채 말했다. “한번 뻗은 다리는 오므리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미 나아간 것은 물러나지 않습니다.” 

말을 끝낸 은봉은 마조의 다리 위로 수레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다리를 다친 마조는 도끼를 들고, 법당으로 들어가 외쳤다. “아까 내 다리를 상하게 한 놈이 어디 있느냐?” 은봉이 성큼 마조 앞으로 나와 고개를 내밀었다. 어이가 없던 마조는 도끼를 내려놓았다. 은봉이 마조의 법을 받은 것은 8세기 후반으로, 마조의 노년기에 해당한다. 은봉은 나중에 남전산·대위산·남악산 등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다 청량산[오대산]에서 입적했다. 은봉은 입적할 때, 평범한 모습이 아닌 거꾸로 서서 죽어 화제가 되었다. 은봉의 기백이 대단했던 것만은 사실이고, 은봉에 관한 기록에는 신이한 내용이 전한다. 

다음, 마조와 석공혜장과의 기연을 보자. 공안에 일전일군(一箭一群)이 있는데, 이는 혜장과 마조의 법거량이다. 혜장은 사냥꾼 출신인데, 그는 사냥하는 와중에 마조를 만났다.

석공이 사슴 떼를 쫓고 있는 중, 마침 마조가 그 앞을 지났다. 

“혹시 사슴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그대는 무얼 하는 사람입니까?”
 “사냥꾼입니다.” 
“그대가 사냥꾼이라면, 활을 잘 쏘겠군.” 
“예, 당연히 잘 쏩니다.”
“그렇다면 화살 한 대로 몇 마리나 잡는가?”
“화살 하나로 한 마리를 잡습니다.”
“화살 하나로 한 마리라면, 화살을 쏠 줄 모르는군.”
“스님께서 화살을 쏠 줄 아십니까?”
“그럼, 잘 알지.”
“그러면 화상께서는 화살 하나로 몇 마리를 쏩니까?”
“화살 하나로 떼거리를 잡는다.”
“동물도 생명이 있는 존재이거늘 어찌하여 스님께서는 떼거리로 죽이십니까?” 
“그대가 그런 것은 잘 알면서 왜 자신은 잡지 못하는가?” 

위의 내용에서 석공이 ‘어찌 스님이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냐?’는 핀잔에 마조는 ‘왜 그런 것을 잘 알면서 자신에게 쏘지 못하는가?’로 지도하였다. 이는 마조가 혜장에게 ‘왜 자신의 번뇌는 제거하지 못하는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혜장은 그 자리에서 화살을 꺾어버리고 마조에게 출가해 수행에 전념했던 대표적인 수행자이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79호 / 2023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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