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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세대 눈높이 맞춘 특별한 한글 화엄경

  • 출판
  • 입력 2023.05.01 15:18
  • 수정 2023.05.01 15:19
  • 호수 1679
  • 댓글 0

화엄경 역주
학산 이상규 역주 / 도서출판 해조음
각권 2만5000원 / 8권 완질 18만원

한글세대 겨냥해 우리말로 번역하고 전문용어는 각주 달아 설명
“90살 번역·완간 부처님 가피” 사찰·총림에 100질 법공양해 보은

‘화엄경’을 번역·해설해 출간한 이상규 변호사는 “지금이야말로 사사무애한 연기법계의 참 모습을 찾아야할 시기”라며 일독을 권했다.
‘화엄경’을 번역·해설해 출간한 이상규 변호사는 “지금이야말로 사사무애한 연기법계의 참 모습을 찾아야할 시기”라며 일독을 권했다.

‘화엄경(華嚴經)’은 방대한 양으로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경전이다. 경전의 내용 또한 난해해 눈 밝은 길라잡이의 인도가 아니고서는 그 뜻을 이해는커녕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화엄경’이 초기경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승의 은밀한 종취(宗趣)까지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엄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총망라한 경전의 꽃, 불경의 종합판이라 불려 왔다. 물론 ‘화엄경’이 처음부터 이렇게 방대한 경전이었던 것은 아니다. ‘화엄경’의 여러 품들은 원래 독립적인 경전이었다. 그러나 이 경전들이 찬술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화엄경’이라는 하나의 큰 울타리에 모이면서 이렇게 방대한 경전으로 탄생한 것이다.

한국불교는 화엄의 불교로 불릴 만큼 화엄경을 좋아하며 수많은 화엄사찰들이 존재한다.  ‘화엄경’은 신라의 자장 스님이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국내로 들여온 이후 한국불교의 위대한 선지식인 원효 스님과 의상 스님에 의해 핵심적인 가르침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화엄경’이 한국불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동북아 불교, 특히 중국과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불교의 핵심이기도 하고, 나아가 서양철학과 대비되는 동양사상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특히 수많은 가르침을 하나로 회통하는 ‘화엄경’의 가르침은 통불교라 불리는 한국불교에 특별한 밑돌을 깔았다. 이런 이유로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 즉 화두참구를 통해 단계를 뛰어넘어 곧장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선종의 전통 속에서도 ‘화엄경’은 스님들이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필수 경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화엄경’의 원명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다. 한역본으로 붓다바드라의 60권 ‘화엄경’과 실차난타의 80권 ‘화엄경’, 입법계품만을 따로 한역한 40권 ‘화엄경’이 있다. 이를 통틀어 3부 화엄이라 한다. ‘대방광불화엄경’이라는 경명에서 알 수 있듯이 ‘화엄경’은 부처님에 대한 경전이다. 대방광(大方廣) 즉, 크시고 반듯하시고 너르신 부처님(佛)의 모습을 여러 가지 꽃으로 장엄(華嚴)한 것으로, ‘화엄경’은 부처님에 대한 찬탄과 가르침을 넘어 우리가 그곳에 이를 수 있는 방편으로 보살의 길을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선재동자가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53선지식을 찾아 배움을 청하는 입법계품과 보현보살의 십대행원을 체계화한 내용 등은 수행의 길을 낱낱이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큰 울림이 있다. 

그러나 ‘화엄경’은 80권이라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한 번 읽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경전이다. 비록 읽는다 해도 그 뜻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한글 번역본을 찾는다 해도 강원에서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일반 불자들이 쉽게 익힐 수 있는 ‘화엄경’을 찾기란 맹구우목(盲龜遇木)과 같은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이상규 변호사의 ‘화엄경 역주’는 이런 현실에서 불자들에게 ‘화엄경’ 이해에 있어 한줄기 빛과 같은 책이다. 책은 한글세대로 불리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음만을 번역한 한문 투의 한글번역이 아닌, 우리말 한글로 번역하고 대신 어려운 전문용어는 각주를 달아 설명을 첨가했다. 특히 본문에 앞서 ‘화엄경’의 뜻과 성립, 구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내용과 종지 및 형식, ‘화엄경’과 법성게, ‘화엄경’과 화엄경약찬게에 대한 내용까지 곁들여, ‘화엄경’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돕고 있다.

역자인 이 변호사는 회갑을 넘기며 본격적인 불교 공부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후 30년 동안 쉬지 않고 경전을 번역해 출간하고 있으며 이번 책 또한 3년간 두문불출 국역작업을 거쳐 80권 ‘화엄경’을 8권의 책으로 펴냈다. 

 20세 전후로 고등고시 행정과와 사법과에 차례로 합격한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법학을 공부한 이 변호사는 법제처 법제관과 문교부 차관, 법학과 교수, 환태평양 변호사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시대를 대표하는 법조인이다. 그러나 틈틈이 불교를 공부했다. 그 결실로 ‘아함경’ 전권을 주제별로 분류해 7권의 책으로 내기도 했으며 ‘능가경’ ‘열반경’ ‘유마경’ 등 수많은 경전을 번역 출간해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 특히 경전의 내용을 철저하게 불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번역해 내기 때문에 문장이 유려하고 쉽게 읽히며 이해 또한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 변호사는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세계적 재앙이 창궐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중중무진(重重無盡) 연기로 이어진 우주만상의 허물어져 가는 상호의존관계를 되돌려 사사무애(事事無碍)한 연기법계의 참모습을 되찾아야 할 때이며 이런 시기이기에 ‘화엄경’의 가르침이 더욱 중요하다”며 ‘화엄경 역주’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90살 노구에 ‘화엄경’을 번역 완간할 수 있도록 가피한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화엄경 역주’ 8권 100질을  사찰과 조계종 총림 등에 법공양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79호 / 2023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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