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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만족할 줄 알라(知足) 

기자명 승한 스님

만족할 줄 알 때 행복 뒤따른다

지족명상은 마음닦기 1조 1항
늘 더 채우려는 게 사람 마음
지족 모르면 행복할 수 없어
불만 척결 때 불행도 사라져

모든 부족함을 다 거둬들이면
부족함이 도리어 만족이 된다.
만족만 구하는 세상 사람들은
부족이 만족인 줄 알지 못 한다.
摠收諸不足(총수제부족)
不足還爲足(부족환위족)
求足世間人(구족세간인)
不知不足足(부지부족족)
-함월해원(涵月海源, 1691~1770)

경남 함양 행복마을 용타 스님의 지족명상이 생각난다. 1년에 두세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동사섭법회(수련회)에서 용타 스님은 지족명상을 제일 강조하신다. 지족명상이야말로 용타 스님의 행복론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기 때문이다. 용타 스님의 행복론은 매우 쉽고 간단하다. 용타 스님은 먼저 삶의 5대 원리를 내세운다. 정체(正體), 대원(大願), 수심(修心), 화합(和合), 작선(作善)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선 먼저 내 자신의 정체(identity)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큰 원’(대원, 우리 모두의 행복)을 세워야 한다. 그 원을 성취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마음을 닦는 것’(수심)이다. 그렇게 바탕이 닦여야 이 세상 모든 사람(사물)들과 화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두를 위해 항상 ‘선한 일을 지어야’(작선) 한다. 문제는 수심이다.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로 ‘마음 닦는 일’이다. 지족명상은 ‘마음닦기’의 제1조 1항이다. 지족을 모르면 아무리 닦아도 마음이 행복해지지 않는다. 아무리 채워도 부족한데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처음으로 되돌아가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뭘까? 바로 ‘삶’이다. 삶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 그 삶의 목적은 뭣일까? ‘행복’이다. 행복하지 않는 삶은 지옥이다. 그런 삶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그럼 또 행복이란 뭣인가? 바로 ‘좋은 느낌’(기분, 감정, 정서, feeling)이다. 

그리고 그 행복의 주체는 ‘우리 모두’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목적은 결국 ‘우리 모두의 행복’이다. 이를 위해 용타 스님은 ‘삶의 5대 원리’(이상공동체 오요)를 제시했고, 그 첫 바탕으로 지족명상을 제시한 것이다.

용타 스님이 항상 내세우는 ‘행복공식’이 있다. ‘행복=소유/욕구’다. ‘행복이란 욕구하는 것이 소유(성취)될 때 따르는 긍정적인 느낌’인 것이다. 지족명상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불행은 ‘불만사고[不滿思考, 부지족사고(不知足思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불만사고 하나만 척결해도 우리 삶의 불행은 99.99%가 사라져버린다. 그것이 바로 ‘지족명상’이다. 자기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에 만족할 줄만 알아도 우리 인생은 100%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함월해원 선사는 몇 백 년 전에 이미 그것을 알고 이 선시를 읊었다. 부족함이 오히려 만족인 줄만 알면 다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생들은 그 만족을 모르고 만족에서 만족을 더 찾으려고 더 불행한 중생놀음을 하는 것을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해원 선사는 특히 이 짧은 선시에서 ‘足’(족)자를 여섯 번이나 반복해 쓰면서 재치 있게(재미있게) 시상(詩想)을 전개했다. ‘채울수록 더 채우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임을 알려주면서,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을 경계하고 살 것을 일러주신 것이다. 입적에 들 때까지 선사가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에게 자신의 음식과 의복을 공양하며 이타행(利他行)을 몸소 실천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팁 한 가지. 지족명상은 세 가지 구체적인 지족명상으로 나뉜다. 사물지족명상(사물에게 지족하는 명상)과 사람지족명상(사람에게 지족하는 명상, 인간존중명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지족명상(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명상)이다. 한 가지 한 가지씩 떠올리며 이 선시와 함께 지족명상을 하면 ‘만 프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680호 / 2023년 5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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