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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어퍼컷 세레모니

  • 오피니언
  • 입력 2023.05.15 10:49
  • 수정 2023.05.15 10:54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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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를 보고 애써 눈을 흘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들,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축원하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두고 많은 국민이 갖게 되는 양가감정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 후보에게 적지 않은 국민이 기꺼이 한 표를 던졌다. 그러고 나서, 1년여. 어쨌든 어린아이로 치면 돌날을 맞이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같이 기뻐하거나 덕담을 건네는 분위기가 전혀 아닌 듯하다. 나 말고도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의 수치로도 거듭 확인된다. 동네 사람들이 자꾸 이러쿵저러쿵 수군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아무튼.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호쾌한 어퍼컷 세레모니를 즐겨 했다. 환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여당 전당대회장에서 나온 대통령의 어퍼컷 세레모니는 다소 생뚱맞아 보였다. 지금 저기서 그럴 때인가 싶어서. 흉내만 냈을 뿐 어퍼컷 같지도 않았다. 그동안 대통령의 표정에는 오만과 독선이 자주 겹쳐 보였음을 기억한다. 달랑 선거 한 번 만에 대통령 자리까지 꿰찬 성공담에 잔뜩 도취한 듯한 모습도 빈번하게 보여줬고. 주권자인 국민은 이 모든 것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알고 있기나 한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감히 정치를 시시비비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럴 입장이야 더더욱 아니고. 다만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실권자들이 국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제발 새롭게 다잡아 주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은 꼭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예의가 없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국민을 가르치려 들거나 금방 드러날 거짓말도 예사로 반복한다. 대통령은 한술 더 뜬다. 비속어와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함부로 내뱉는다. 그래놓고도 아니라고 우기기 일쑤였고. 그러기만 했는가. 걸핏하면 그 책임을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은 대놓고 배제하거나 사정없이 응징해버리기도 했고. 어쩌면 사회지도층의 범죄를 다루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던, 특수부 검사의 직업적 관성이자 필연적 업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여간.

일주일에 세 번 복싱 체육관에서 꼬박 두 시간씩 땀을 흘린다. 유쾌, 상쾌, 통쾌하다. 당연히 문제의 어퍼컷 샷도 연습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두 손으로 얼굴을 제대로 가리고 있으면 도무지 어퍼컷을 날릴 공간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대통령과 국민이 맞선 지금의 형국이 딱 그런 모양새다. 가드를 단단히 올린 국민은 대통령의 어정쩡한 어퍼컷을 한 치도 허용하지 않는다. 복싱은 대통령에게 정해진 규칙에 따라 국민과 스파링을 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살갑게 소통도 할 것을 주문한다. 쉐도우 복싱에 비유하자면. 대통령은 마음속으로나마 국민의 애정 어린 잽과 함께 더러 묵직한 원투 스트레이트도 맞아 봤으면 좋겠다. 이런 수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언제 국민의 카운터 펀치를 맞고 다운당할지 모른다. 명심했으면.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이 곧 다가온다. 이맘때에는 밥 먹기 전에 연등 구경이 먼저다. 이곳 남산골에도 오색 연꽃이 활짝 피었다. 세상 어디에 이런 꽃 대궐이 또 있을까 싶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어쩔 수 없이 몇 마디만 더. 떡잎부터 다른 아이도 있겠지만, 돌을 지나면서 부모의 말을 알아듣고 그때부터 제대로 성장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앞으로도 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 당장이라도 국민의 마음속으로 다소곳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국민을 향해 아무 때나 어퍼컷을 날리는 행동은 이제 그만하고. 자칫하면 무례이자 겁박으로 비친다. 복싱은 상대방의 펀치를 항상 의식해야 하는 힘들고 위험한 운동이다. 통치행위는 훨씬 더할 터. 손가락질을 받는 대통령을 가진 나라의 국민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대통령의 어퍼컷 세레모니가 국민의 박수를 받는 날이 오기를.

허남결 교수 hnk@dongguk.edu

[1681호 / 2023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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