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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축제에 활기 불어넣으려면

불교문화 전반에 드리운 기본 요소는 ‘전통’과 ‘엄숙, 경건’이 아닐까? 서구 문명의 홍수와 그것을 타고 들어온 기독교를 상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는 전통을 업을 수밖에 없었고, 그 전통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엄숙함과 경건 쪽으로 치우치게 된 것 같다. 불교박람회 등을 보면 계속 새로워지는 면모를 보이면서도 여전히 그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적 분위기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부처님오신날의 연등축제이다. 

‘부처님오신날’의 핵심은 ‘기쁨’이어야 한다. 부처님이 오심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괴로움의 윤회가 아닌 깨달음의 세계가 열렸다. 화봉유엽 스님은 부처님이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높다!” 하신 선언을 “오호라, 나 날 때 한 소리로세. 기억 다시 새롭네!”하는 시조로 표현하였는데, 바로 우리 모두가 그러한 지고한 존재로 거듭 나는 날이 바로 부처님오신날인 것이다. 그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그 넘치고도 넘치는 기쁨이 표현되는 것이 ‘부처님오신날’의 연등축제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계속 연등축제의 모습을 보아오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에 기뻐하면서도, 조금 더 기쁨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활발발한 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축제의 행렬에서 큰 감동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기쁨의 표현이라는 측면이 좀 더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우선 염불이 기본으로 되면서 엄숙과 경건이 바탕에 깔리게 된다. 그리고 등을 든다는 것은 몸짓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제한한다. 염불을 기본으로 하되 좀 더 환희에 찬 목소리를 내는 시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 온몸의 춤사위로 기쁨을 표현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몇 가지의 방편을 개발해야만 한다.

우선 드는 등을 대신하는 ‘이는 등’, 즉 머리에 모자처럼 올리는 등과 같은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현대의 기술은 얼마든지 그 길을 열어놓고 있다. 머리에 등을 이게 되면 팔다리의 동작이 자유로울 수 있고, 그 자유로움을 이용해 기쁨을 춤사위로 펼쳐 낼 수가 있다. 그리고 기쁨의 춤과 율동에 걸맞은 활기찬 염불과 찬불의 곡조와 노래들이 다양하게 개발, 보급되어야 한다. 

그런 것들로만 채우라는 말은 아니다. 전통적인 것들과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게 되면 참으로 엄숙과 경건이 중심을 잡으면서 환희의 노래와 몸짓을 통해 그것이 드러나는 참으로 아름다운 축제를 펼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그 축제가 우리 불자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온 국민이 흥겨워하는 축제가 될 것이다. 또 우리의 젊은 불자들이 그 젊음의 활기를 기쁨의 몸짓으로 마음껏 드러내는 마당이 되어, 젊은 불교문화의 장을 열어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각 사찰별로 기쁨을 표현하며 재미를 주는 축제 행사를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부처님오신날은 참으로 좋은 계절이기에, 기쁨과 재미를 주는 행사가 이어진다면 불자들의 축제에서 국민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기쁨과 재미가 좀 더 강조된 축제 행사를 벌여야 한다. 다양한 마당놀이를 재현하거나 개발하여 사찰의 신도뿐만이 아니라 절을 찾아온 모든 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마당을 열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예를 들어 ‘성불도 놀이’ 등 절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놀이들을 윷놀이 마당처럼 크게 꾸며 노소가 함께 즐기는 마당을 연다고 생각해 보라! 제기차기 대회라도 상을 걸고 크게 벌이면 참으로 재미있게 절 마당을 달굴 수 있다. 

‘기쁨’과 ‘재미’를 주는 불교 축제, 그 축제의 기간이 ‘부처님오신날’을 중심으로 한 달 내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 기쁨과 재미에 온 국민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말이 물가에서 놀다가 저절로 물을 마시듯, 그 가운데 불교의 향기에 젖어 드는 불자들이 줄을 이으면 좋겠다.

성태용 교수 tysung@hanmail.net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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