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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교를 빛나게 하나 욕되게 하나

기자명 명오 스님

“나를 현대과학의 아버지라고 하지만, 과학의 진짜 아버지는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내가 아는 한 진짜 허공을 본 사람은 석가모니밖에 없다.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인 종교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종교는 자연계를 부정해왔다. 모두 절대자가 만든 것이라고만 해 왔다. 그러나 미래의 종교는 자연 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통합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현대 과학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종교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불교라고 말하고 싶다.” 

인류 역사상 천재로 추앙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상대성이론·질량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 등으로 세계과학계의 대 스타가 되었을 때, 그는 일본인 최초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의 말에 깜짝 놀란다. 무려 2600여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란 분이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연기법과 공·삼법인 등을 깨닫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자신의 물리학적 이론이 알고 보니 부처님의 말씀이고,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증명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 후, 아인슈타인은 불경을 읽으며, 평생 염주를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21세기 인류의 종교는 현대 물리 과학에 부응하는 불교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불교는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산업화를 이룬 서구 사회의 대안 종교가 되었다. 아인슈타인도 찬사를 보낸 불교는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실용적·도덕적·사변적으로 서양인에게 공감되었다. 신자유주의적 변화가 가져온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위기와 그로 인한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종교로 호평받아 왔다. 부처님의 수행법은 명상과 선으로 서양에서 인기를 구가하며 대중화되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불교는 어떠한가? 여전히 주요한 종교이다. 그러나 서구의 호응과는 정반대로, 우리나라 정치·사회 전반에는 기독교 편향이 만연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한말부터 교육과 의료, 근대 기술과 신문물 등을 앞세워 기독교는 민중들에게 퍼져갔다. 공직사회와의 유착과 정치세력화,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선교로 한국은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례없는 기독교 성장 국가가 되었다. 

서구 문명의 유입에도 자국의 정체성을 유지한 일본과 중국을 보면, 우리는 부끄럽다. 보수 기독교의 정치 권력화에 대응하기에 불교계는 약했다. 배불의 조선 시대를 견뎌낸 불교계는 일제강점기 왜색불교의 폐해를 청산해야만 했다. 정화과정과 신군부에 의한 법난, 개혁의 내부 문제로 정치와 사회적 대응에 여력이 없었다. 각계에 분포된 타종교 신자들이 교묘하게 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지우고 졸속하게 기독교화할 줄도 몰랐다. 불교계는 사회 참여에 한 발 늦었고, 인재양성에도 소극적이었다.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젊은이들의 선입견도 쇄신하지 못했다.

기원전 6세기 부처님 당시 인도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종교, 급변하는 사회였다. 부처님은 분쟁과 전쟁의 시대에 반전운동가며 평화조정자였다. 사람들의 참 행복을 위해 세상에 오신 부처님은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독보적인 인본주의자이고 양성평등주의자였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얻게 하는 부처님의 말씀에 다른 교주들과 사상가들, 신분과 성별·나이에 차별 없이 귀의했다. 

우리 불교계는 스스로 바로 서고,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내가 불교를 빛내고 있는지, 욕되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이익과 행복을 주는 부처님 말씀이 알기 쉽게 널리 퍼지고 감동을 주는 것은 불자들에게 달렸다. 불교를 바르게 알고 실천할 때, 이 시대, 우리 사회는 불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의미이다.

명오 스님 sati348@daum.net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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