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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처럼 흐른 10만 연등 ‘장관’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5.24 15:14
  • 호수 1683
  • 댓글 0

무명서 깨달음으로…고결한 물결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 염원!

‘나의 평화’가 ‘세계평화’로 확대 
착취‧탄압 없는 평등 세상 지향

10만 연등이 강물처럼 흘렀다. 무명의 강에서 깨달음의 바다로 향하는 고결한 물길이다. 그 곁에 서 있던 시민과 외국인도 두 손을 모아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깃들기를 염원했다. 올해 봉축표어는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이다.

‘평화의 원천은 어디에서 솟는가?’라는 물음에 경전은 ‘마음’이라고 명료하게 답하고 있다. ‘나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고통이 그를 따른다. 수레의 바퀴가 소를 따르듯. (법구경 제1게송)’ ‘순수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기쁨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주인을 따르듯. (법구경 제2게송)’ 고통의 근원적 원인은 마음으로 그 고통을 해결하는 것도 마음이다. ‘법구경’의 이 가르침을 체득하려면 고‧집‧멸‧도의 사성제를 고찰하라고 선지식은 일러 주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고난은 필연이다. 그러나 비관적일 건 없다. 허무에 빠질 일도 아니다. 고통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묵 스님이 저서 ‘네 가지 마음 챙기는 공부’에서 짚었듯 고통도 ‘인간이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기에 우리는 ‘고통의 원인을 인식함으로써 고통을 극복하도록 고무될 것’이다. 고통의 원인은 무명과 집착이라고 했다. 이것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낳는다. 따라서 탐진치 삼독을 제어한다면 우리는 무명을 깨고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삼독을 제어하는 방편 또한 부처님께서 일찍이 설해주셨다. 열반에 이르는 길, 8정도이다. 

‘법구경’에 새겨 있듯 열반은 곧 평화이기도 하다. ‘자신의 욕정을 끊기를 가을 연꽃을 손으로 꺾듯 하라. 고요에 이르는 길을 찾아라. 대 자유에 이르는 것은 붓다가 가르쳐 주었다.’ ‘숫타니파타’도 맥을 같이 한다. ‘수양과 깨끗한 행위와 거룩한 진리를 보는 것, 열반의 경지를 실현하는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세상일에 부딪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걱정과 티가 없이 안온한 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달라이라마의 노벨상 수상 연설에 귀를 기울여보자. “평화는 우리 각자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내적 평화를 가질 때 주변의 사람들과 평화로운 단계에 들 수 있다.” 평화는 우리 자신 안에서 우러나온다. 개인에서 시작해 가족, 이웃, 사회, 국가, 세계인의 품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세계평화도 ‘나의 품’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내적 평화에 이르는 길은 하나다. 비탄을 극복하고 고통을 단절하며 열반의 실현을 위한 유일한 길, 바로 ‘수행’이다.

아직 수행법을 택하지 못했다면 부처님께서 번뇌 극복의 방편으로 설하신 사무량심에 초점을 맞춰보자. ‘맛지마니까야’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자애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악의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연민의 수행을 하면 어떠한 잔인함이라도 제거될 것이다. 함께 기뻐하는 수행을 하면 어떠한 싫어함이라도 제거될 것이다. 평온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적의라도 제거될 것이다.’ 수행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건 없다. 참선, 위빠사나, 염불, 기도 등의 수행 세계로 안내할 스승은 우리 곁에 늘 서 있다.

‘평화학’의 새 지평을 연 갈퉁(Galtung)은 평화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좁은 의미의 평화로 전쟁 없는 세상이다. 둘째는 넓은 의미의 평화로 착취 등과 같은 ‘구조적인 폭력이 없는 상태’다. 전자가 평화를 이루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면 후자의 평화는 인간의 품격을 올곧게 지켜가며 살 수 있는 환경이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갈등은 깊어만 가는 오늘 우리는 넓은 의미의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발원 하나 정도는 설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월결사가 인도순례에서 제시한 ‘108 원력문’은 좋은 예이다. ‘상대를 가리지 않으며 조건 없이 베풀고 돕겠습니다.’ ‘교만과 분노가 아닌 존중과 용서를 실천하겠습니다.’ ‘다툼이 있었다면 먼저 다가가 화해를 청하겠습니다.’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동물과 미물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열반‧평화를 향한 우리의 정진이 정토 세상을 여는 첫걸음이다. 부처님께서 마주한 세상이다.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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