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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사] 탄생게 되새기는 삶을 기원합니다

심장 높이 옆구리에서의 탄생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상징

태어나자마자에 일곱 발자국은 
무수한 생 통한 수행 공덕 결과

김형규 대표
김형규 대표

코로나19의 어둔 터널에서 벗어나 올해는 봉축다운 봉축을 할 수 있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했습니다. 올해 봉축 표어는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는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는 부처님 세상, 정토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고 걸음걸음에는 연꽃이 피어납니다. 그리고 아기부처님은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외칩니다. “하늘 위 땅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니, 삼계의 모든 고통을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신생아에 불과한 부처님이 실제로 이러했느냐 묻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중생을 일깨우기 위한 상징적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경전에는 부처님께서 어머니인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기부처님이 어머니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당시 인도의 왕족이었음을 뜻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의 저자인 카렌 암스트롱의 해석은 흥미롭습니다. 부처님께서 심장 높이의 옆구리에서 태어나신 것은 영적인 인간의 탄생을 보여주는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심장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될 때에만, 즉 다른 사람들의 괴로움을 자신의 괴로움처럼 느낄 수 있을 때만 진정한 인간(붓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모든 욕망에서 벗어났을 때라야 비로소 타인의 삶을 온전하게 내 안에 들일 수 있습니다. 결국 타인에 대한 연민과 자비가 깨달음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걷습니다. 걸음마다 연꽃이 솟아오릅니다. 여기서 일곱 걸음은 육도윤회(六道輪廻)와 이를 벗어난 세계를 상징합니다. 걸음마다 피어났던 연꽃의 의미도 상징적입니다. 연꽃의 미덕인  처염상정(處染常淨)을 뜻합니다. 연꽃은 더러운 곳에 처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냅니다. 그래서 연꽃은 불퇴전의 정진과 지혜를 상징합니다. 불상을 모실 때 좌대를 연꽃으로 장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아기부처님은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하늘 위 땅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니, 삼계의 모든 고통을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사자후를 터트립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를 명확히 밝힌 것입니다. 부처님이 되겠다는 선언이며, 모든 생명을 고통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약속입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라는 대목도 눈여겨봐야합니다. 당시 인도는 수많은 신들에 의해  짓눌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신통이 뛰어난 신들이라 하더라도 윤회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부처님만이 윤회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래서 신들과 인간을 통틀어 가장 존귀한 분이 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어떻게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걷고 중생구제에 대한 사자후를 토해 낼 수 있었을까요. 아기부처님은 이미 헤아릴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생을 통해 중생을 이롭게 하는 공덕을 쌓고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신의 은총이나 혹은 타고난 신통력이 아닌, 사람으로 동물로, 장자로 수행자로, 재물은 물론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주는 한 땀 한 땀 쌓은 공덕과 자비의 결과입니다. 마치 하나의 DNA에서 시작된 생명이 인간으로 진화해 결국 서고 걷기까지의 무수한 시간을 통한 노력과 염원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청년붓다’의 저자 고미숙씨는 “결국 부처님의 탄생 모습은 수많은 전생에 쌓인 공덕과 염원을 상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 매년 있는 것처럼 탄생게 또한 불자들에게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되새기는 것은 불자라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서원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발심과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염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탐진치 삼독에 물들지 않고 성불을 향해 쉼 없이 정진하는 참 불자의 삶을 기원드립니다.

김형규 kimh@beopbo.com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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