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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의 나라 미얀마

기자명 법보신문

2200개의 사원과 파고다의 나라

미얀마로의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매혹적인 땅으로의 성지순례와도 같았다.
미얀마의 불교는 11세기 아노라타 왕에 의해 소승불교를 왕실의 종교로서 받아들여진 이 후 쭉 이 나라의 공식적인 종교였다. 이러한 불교국가 미얀마의 많은 불교 유적들 중에서 슈에다곤 파고다는 단연코 미얀마의 자랑이며 많은 버마인들은 이 파고다를 불교의 중심이라 여긴다.

어두침침한 계단을 오르면서 조금씩 자태를 드러내는 7층짜리 금빛 파고다는 숨을 앗아갈 만큼 장엄하고 아름답다. 100미터 높이의 스투파에는 1065개의 금종이 달려있고 5440개의 다이아몬드와 2317개의 값비싼 보석들로 장식되어있는 웅대한 건축물이다.

수도 양군에서 만달레이로의 버스 여행은 18시간이나 걸리는 지루한 여행이었다. 책 읽기를 포기하고 창 밖을 내다보니 하늘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있는 수많은 파고다들이 내 시야를 스쳐 지나가며 나를 감탄하게 만든다.

만달레이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나는 우연히 사고를 목격했다. 트럭이 도로 중간에서 릭샤를 들이 받아서 어린 운전사와 중년의 손님이 사망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두 명의 소중한 목숨이 사라졌지만 내 버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냥 그곳을 지나쳤다. 호텔에 짐을 풀고 조각품을 만드는 장인들을 만나고자 다시 시내로 나갔다. 아까 사고가 났던 길을 지나치는데 그곳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떤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청동을 주조하는 과정과 나무로 된 가구에 조각을 새겨 넣는 버마인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마치 썰물이 모든 것을 쓸어가듯이 그들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없어지기도 하고 모양이 변하기도 하는 그것들을 보며 우리 인생의 매일매일이 이와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틀 후 만달레이를 떠나 “불멸의 도시” 라고 불려지는 아마라푸라로 향했다. 나는 먼저 267개의 나무 기둥들로 유명한 다가야 사원을 방문하고 싶었다. 배로 강을 건너 도착한 그 사원의 중앙 홀은 매우 조용하고 어두웠고 천장은 중앙에 위치한 불상을 배경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올라가 있었다. 거대한 티크 통나무 기둥들은 마치 바닥에서 솟아나와 까마득히 높은 천장 속으로 빨려 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사원을 조금 둘러보다 스님들이 살고 계신 별채를 지나게 되었다. 두 명의 어린 스님들이 나란히 누워 주무시고 계시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에 잠을 깨시고 미소를 보내셨다. 떠날 시간이 되어 중앙 홀 앞쪽으로 다시 걸어가도 부처님은 내가 떠난다는 것을 아시는 체 안 해 주신다. 나는 부처님이 그곳에 앉으셔서 움직이지도 않고 나이도 드시지 않은 채 항상 변함없는 미소로 우리를 환영해주시는 걸 마음속 깊이 새긴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1초라도 낭비할 수 없다. 단지 이틀 동안 전 세계 최고 불교 유적지로 꼽히는 바간의 2200개의 사원들과 파고다를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첫 여정은 규비약지 파고다로 시작되었다. 이 파고다는 13세기에 피라미드 모양의 첨탑으로 만들어졌는데 인도의 보드가야를 건축했던 일군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바간의 언덕에 올라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는 불탑들과 그곳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불자들을 보니 문득 하나의 문구가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진실은 이 곳에 존재하지 않고 건물은 비어있으니 하늘을 올려다봐라.”

13세기에 건축된 우팔리 타인 법회당은 백 여명의 스님들이 서 실 수 있을 정도로 널찍했다.

일찍 서둘렀던 탓인지 시계는 겨우 1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한 낮의 잔인한 더위는 나의 몸이 더 이상 참아낼 수 없을 정도로 점점 심해졌다. 에어컨이 잘 돌아가는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바로 침대로 무너졌다. 미얀마에서 보낸 시간들은 나로 하여금 고대 왕들과 사원들, 성스러움과 마음의 정화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하여 내 영혼이 한층 올라가게 해준 소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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