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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에 로봇이 등장한다면

기자명 성원 스님

‘모든 것이 변화하고 우리는 괴로워한다. 변화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화엄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언젠가 ‘여자의 변심은 무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변화가 무죄인 것이 어찌 여자만이겠는가. 아무래도 여자보다는 감성이 무딘 남성들의 변화 속도가 더뎌서 마치 변화 없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남자들도 늘 변화를 모색하며 변화하고 있다.

변화가 문제가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가 문제라고 벌써 2500년 전 세존께서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도 그 명제적 진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는 변화에 저항하기도 하고 허우적거리며 뒤따르기도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연등회가 준비한 제등행렬 축제가 온 서울 도심을 뒤흔들며 여법하게 진행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증가해 올해는 여러 매체에서 10만 운집을 공식화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들의 참가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축제 전후에 조계사 인근의 숙소 이용료는 평소보다 3배 이상으로 높아졌으니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기에 충분했다.

축제를 바라보면서 전통을 이어 현대 사람들에게 장엄한 불교문화를 재현하고 전한 일은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수년째 진행하는 연등회를 바라보면서 전통적인 연등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증하고 재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와 고려 연등 행렬을 가능한 온전히 복구해 행렬의 어느 한 부분에서 보여준다면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취지에도 맞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는 보다 현대화된 연등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언제부터인가 LED 전등을 사용해 장엄등들이 확연히 밝아지고 다양해진 것은 큰 진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종단에서 추진하는 ‘과거 천년 미래 천년, 천년을 세우다’ 의지에 발맞추어 미래 천년의 문화 선봉에 우리 불교가 우뚝 서서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함을 이끌어 내면 좋겠다. 

몇몇 사찰에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캐릭터로 등을 만들어 참가해 관심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다음부터는 보행로봇 행렬팀이라도 꾸려 동참하게 하거나 휘는 대형 화면들을 이용한 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펼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움직이면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동참해 나오기 마련이다. 어른들의 축제에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어 어른들이 함께 자리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부처님 법 전합시다’를 구호로 포교 역량 강화를 연등회에 광폭으로 담아내기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개인의 수행정진보다 우선하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록 급격한 변화로의 기획이 조금 어수선할지라도 변화를 시도해야 그 다음엔 답을 구할 수 있다. 엄청난 인력과 자금이 투입되는 문화마당을 통해 미래 천년을 열어나갈 큰 발걸음을 함께 내딛길 바란다. 

올해는 멀리 제주에서 몇 분을 초청해 연등회에 동참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지역에서만 보아왔던 연등회 규모를 연상하면서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연등회를 직접 보고나서는 정말 엄청난 감동을 전해 받았다고 했다. 심지어 “일생 동안 보아온 행사 중에 최고였다”고도 말했다. 아직도 연등회에 참가해 감동받을 사람들이 국내외에 수천만명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매년 연등축제가 전할 메시지의 주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행렬 이벤트를 구축해 나간다면 언젠가 전통과 현대, 미래까지 아우르는 축제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특별한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 속에서 어떻게 부처님 법을 전하여 우리 문화불교의 우수성을 미래천년으로 열어갈지 함께 생각하는 봉축기간이 되길 기원한다.

성원 스님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sw0808@yahoo.com

[1683호 / 2023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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