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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 부처님은 형상 없는 공 세계 대변

기자명 혜민 스님

11. 다보탑 안 부처님은 누구신가?

다보탑은 ‘견보탑품’ 의거 조성
다보탑 안에 있는 부처님 형상
실제 사람의 모습을 한 게 아닌
차원 높은 진리의 은유적 표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불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다수가 경주 불국사에 위치한 다보탑(多寶塔)이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보탑은 십 원 동전 뒷면에 새겨지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8세기 통일신라시대 불교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탑으로 우리나라 그 어떤 기존 불탑과도 닮지 않은 아주 독창적인 모습이다. 다보탑은 다름 아닌 ‘법화경’의 ‘견보탑품’ 내용에 의거해서 만들어졌는데 그 내용이 아주 흥미롭다.

‘법화경’에 따르면 아주 옛날 다보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기 전 특별한 서원을 하셨다고 한다. “본인이 열반한 후 이 우주 안에 ‘법화경’이 설해지는 장소가 있으면 본인 전신을 모셔둔 다보탑이 그곳에 나타나서 ‘법화경’의 진실함을 증명하겠노라”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자, 서원대로 다보탑의 모습이 석가모니부처님 앞에 나타나신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부분은 부처님 제자들이 탑 속에 계신 다보 부처님 모습을 친견하고 싶다고 하니까, 온 우주에 있는 석가모니의 화신 부처님들을 모두 한 곳으로 다 모으면 다보 부처님께서 자신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이시겠다고 한 점이다. 그래서, 온 우주에 계셨던 석가모니 화신 부처님들이 사바세계로 친히 다 모이시게 되고, 그러자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직접 다보탑을 열어서 다보 부처님을 친견하시게 된다. 그 후, 다보 부처님은 석가모니부처님께 다보탑 안으로 들어와서 당신 옆자리에 같이 앉도록 청하시면서, 두 부처가 탑 안에 나란히 앉는 전에 없던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초기 불교의 가르침과 대비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먼저, 불탑이라고 하면 보통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에 사리를 모신 곳이다. 그런데 다보탑의 경우, 다보 부처님은 이미 열반하셨지만 아직 왕성하게 살아계셔서 온전한 전신(全身)의 모습으로 우주를 돌아다니신다는 점이다. 즉, 돌아가셨어도 진짜로 완전히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더불어, 초기 불교에서는 불탑 신앙이 아주 중요해서 불자들이 석가모니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된 탑을 찾아 공양을 올리거나 절을 하거나 탑돌이를 하면 공덕이 생긴다고 믿었다. 그런데 ‘법화경’을 독경하거나 설하면 불탑이 우리를 직접 찾아오신다는 점이다. 일부러 탑 순례를 떠나지 않아도 ‘법화경’을 믿고 독경만 하면 공경의 대상인 다보탑이 우리 앞에 솟아 올라오는 놀라운 현상이 펼쳐진다. 이 점은 불탑들이 위치한 인도 큰 절 중심의 신행에서 대승 경전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신행의 변화를 시사한다.

또한, 석가모니부처님을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서 태어난 한 명의 역사적 인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온 우주에 흩어져 중생들을 제도하고 계신 무수한 화신 부처님들 가운데 한 분으로 본 것도 새롭다. 그 화신 부처님의 숫자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마치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지금 당신이 가르쳐 주시는 ‘법화경’을 통해 미래에 성불하는 부처들의 숫자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예언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더불어 두 부처님께서 한 자리에 같이 앉아 있는 모습 또한 새롭다. 왜냐면 초기 불교에서는 부처님 두 분이 동시대에 같이 중생을 제도하는 법은 없고, 한 분께서 열반하시고 나신 후에 시간이 지난 후 다른 부처님께서 순차적으로 태어나셔서 중생을 제도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견보탑품’에서는 부처님 두 분이 같은 시간대에 만나 조우하시면서 나란히 앉으신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점을 깊이 숙고해서 보면 다보탑 안 부처님은 실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좀 더 높은 차원의 진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막상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다보탑을 열고 다보 부처님의 전신을 친견하셨을 때 어떤 모습이라는 묘사가 전혀 없다. 이 점을 대변하듯 불국사 다보탑의 중심 부분도 네 기둥만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즉, 다보 부처님의 완전한 몸이라는 것은 형상이 없는 공의 세계를 대변하고 몸을 가진 석가모니부처님은 색의 세계를 대변하면서 그 둘이 결국에는 하나라는 진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683호 / 2023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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