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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의승의 날’ 지정 이뤄져야 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5.30 12:31
  • 수정 2023.06.06 14:52
  • 호수 1683
  • 댓글 0

정각회 창립 40주년 토론서 제기
‘역사의 의인’ 추념은 ‘국가의 일’

숭유억불 시대 외면당한 의승군
숭고한 희생 가치 시민에 알려야

임진왜란 등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전장의 한복판에 섰던 의승군의 숭고한 정신과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호국의승의 날’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교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정각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열린 ‘칠백의총과 의승병’ 토론회에서 제기되어 무게를 더했다. 

토론회에는 황인규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가 ‘영규대사와 금산전투’를, 김상영 전 중앙승가대 교수가 ‘임란 당시 의승의 활동과 공적’을 주제로 발제했다. 의승장 기허영규 스님의 삶과 의승의 봉기를 연구해 온 황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800의승에 대한 기념사업은 국가의 공식 추념사업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임란 당시 권율과 함께 왜적에 맞섰던 뇌묵처영 스님의 삶을 연구해 온 김 교수도 “우리 역사의 의인이자 위인으로서의 위상을 지닌 의승 추념사업은 불교계를 넘어 범국민적 차원에서 전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국의승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는 김 교수의 역설은 의미가 깊다. 의승군은 선조의 환궁, 평양성 탈환, 청주성 회복, 행주대첩, 노원평 전투 등에서 혁혁한 공적을 세웠고, 나아가 남한산성, 북한산성 등의 성을 쌓거나 도로를 건설하는 일에 종사했다. 둔전을 경작하며 군량미까지 조달했던 의승군이다. ‘현충일’ ‘의병의 날’ ‘순국선열의 날’ 등과는 성격이 확연히 구분되기에 다른 기념일과의 유사‧중복성이 없으므로 국가 공식 기념일 제정 요건이 충분하다는 김 교수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임진왜란 발발 2개월 만에 전라도와 충청도 서부지역, 평안도 청천강 이서 외의 대부분 국토가 왜적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왜군은 무기도 없는 조선의 백성들까지 살육했다. ‘들도 산도 섬도 죄다 불태우고 사람을 쳐 죽였고, 산 사람은 대나무 통으로 목을 묶어서’ 끌고 갔다. ‘기근이 극에 달해 굶어 죽은 사람들이 들판에 널려 있고 시체들은 살쾡이와 이리의 밥이 되고 까마귀와 솔개’가 쪼아댔다. 

조선이 무너질 위기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의병과 의승군의 봉기였다. 임진왜란 발발 직후 최초로 군사를 일으킨 승장 기허영규 스님은 300여 스님들을 불러 모아 호소했다. ‘우리가 일어난 건 조정의 명령이 있어서가 아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 자는 나의 군대에 들어오지 말라.’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관군과는 달리 기허영규 스님이 이끄는 의승군의 용기는 하늘을 찔렀다. ‘충청도 승병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들어가 물러서지 않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승전보를 전했다. 

행주대첩 당시 뇌묵처영 스님의 의승군은 경사가 완만한 산성의 서북면을 맡았다. 경사도가 낮을수록 적의 침투 또한 쉽다. 가장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곳에 의승군을 세운 이는 권율이다. 김 교수가 짚었듯 ‘무참한 희생을 전제로 한 배치였을 가능성’이 높다. 구국의 충정이 충만했기에 묵묵히 받아들였을 것이다.

남한산성을 누가 쌓았는가? 벽암각성 스님을 총섭으로 한 승군이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종실록’에 나와 있듯 ‘민정이 3일 걸려도 못해 내는 일을 승군은 하루 만에 끝냈다(民丁三日之役不及 僧軍一日之役槪).’ 왜인가? ‘스님들은 죽을힘을 다했기 때문이다(僧人赴役必盡其死力).’ ‘산기슭을 밭으로 갈아 얻어낸 조, 피, 기장, 감자로 허기’를 메우며 성을 쌓았던 승군은 병자호란 당시 적에 맞서 피를 흘리며 산화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분연히 일어섰던 의승군에 대해 정당한 평가와 예우를 받았는가? 아니다. 김 교수가 짚었듯이 “조선의 의승군은 철저하게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집단에 불과”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 결의대로 “영규대사와 의승에 대한 국가적 재평가를 통해 의병사”를 새로 써야한다. 칠백의총도 의승을 포함하는 ‘금산의총’으로 바꿔야 한다. 아울러 불자는 물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호국 의승의 날 지정 서명운동’ 전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계종은 물론 각 종단과 불교단체가 힘을 모아 역동적으로 전개한다면 ‘100만 서명’도 가능할 것이다. 의승군의 공로와 가치를 국민에게 알려야 할 때이다.

[1683호 / 2023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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