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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등골 빼는 ‘유사포교당’ 감별법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6.12 17:39
  • 호수 1684
  • 댓글 0

천도재‧위패 고가 판매 종용
‘부당 상행위’로 의심 해야

각 종단 지침 공고 전파 필요
사찰‧단체 연대 감시 절실 해

한동안 잠잠했던 ‘유사포교당’의 부당 상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인을 상대로 위패와 불상 등을 판매하거나 천도재를 종용해 큰돈을 챙기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2016년 당시의 수법 그대로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며 일상 속의 대면이 자유로워진 만큼 유사포교당의 부당 상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천도재(薦度齋)는 극락으로의 옮김‧변화(薦)이자 중생을 구하는(度) 것이며, 공양과 정법을 베푸는(齋) 의례이다. 한 마디로 영가는 물론 참석한 사람들에게도 무상무아의 진리를 전하여 지혜의 눈을 뜨게 해주는 의식이다. 천도재에 담긴 교육적 의미를 연구한 안경식 선생이 ‘영가나 중생 구제를 위해 법을 베푸는 진리의 향연’이라고 한 연유도 여기에 있다. 

천도재는 간단한 의식이 아니다. 약식으로 한다고 해도 결계, 참회, 권청, 권공 등의 절차를 정확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에 따른 염불과 법문도 각각 있어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절차를 외우고 있다고 해서 여법한 천도재를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전하는 스님의 마음 또한 매우 중요하다. 노력이나 정성만으로도 부족하다. 수행 내공이 높은 수승한 스님이어야 성스러운 천도재를 기대할 수 있다. 의식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염불, 법문은 물론 요령 소리 하나도 생명의 실상을 깨닫도록 하는 법음이기 때문이다. ‘돈 챙기기’에 급급한 천도재는 별다른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들의 상술을 사전에 인지하여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 게 최상책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사람이나 단체는 경계해야 한다. 시골 마을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며 진입한 차량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물품을 나눠준다면 의심을 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불상을 사라고 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위패를 봉안할 수 있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면 이웃 사람들과 함께 “당장 마을을 떠나라”라고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포교당’ 등 특정 장소로 나오라고도 하는데 응해서는 안 된다. 혹 포교당이라는 현판이 걸린 곳에 나갔다면 프로그램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교리 공부나 법문 시간은 없고 노래방 기기를 이용한 유행가만 부르게 하거나, 상담이라는 미명으로 가족사를 물어가며 ‘잘 풀리는 법’ ‘성공하는 법’만을 집요하게 말한다면 유사포교당이 확실하다.

초면부터 두서도 없이 “힘드시죠?” “걱정 많으시죠?” 등의 이상한 말을 건네면 ‘유사포교당’과 연관된 사람일 수 있다. “우리 스님은 유명한 도인이다” “우리 스님은 못 고치는 병이 없다” 등의 말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선지식은 자신을 도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들이나 딸, 손자‧손녀와 연관된 질문만을 끈질기게 하는 사람 역시 경계 대상이다. 가족의 안녕을 위해 천도재를 올리라고 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병으로 아프거나 사별한 사람의 고통을 집중적으로 노리기에 코로나19 사망자가 있는 가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천도재·위패 등 기도 물품을 요구하거나 할부·분납을 유도하며 관련 사안을 가족과 상의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이 또한 유사포교당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30개 종단은 소속 사찰에 유사포교당 부당 상행위 근절을 위한 ‘지침 공고’를 전달해야 한다. 신고접수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아울러 유사포교당의 부당 상행위로 의심되는 패턴과 사항 등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야 한다. 각 사찰은 당해 지역에 유사포교당의 부당 상행위가 벌어지고 있는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역 주민과 마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사포교당 근절’ 캠페인을 전개하며 준비한 홍보물을 배포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혼자의 힘으로 유사포교당 단체와 직접 맞서는 건 다소 위험한 만큼 각 사찰과 불교단체가 연대해 항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서민의 등골을 빼가는 부당 상행위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서민의 경제적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성스러운 성보와 의례가 몰지각한 사람들의 상술로 폄훼되는 걸 막는 일이기도 하다.

[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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