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스님들은 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나

기자명 보관 스님
  • 기고
  • 입력 2023.06.13 14:32
  • 수정 2023.06.13 14:33
  • 호수 1685
  • 댓글 1

해안 스님의 1인 시위가 계기
일원 스님·해조 스님도 합류
바다 생명들 절규 외면 못해
오염수 방류는 곧 핵 테러

해안 스님이 시작한 1인 시위는 일원 스님, 혜조 스님의 마음을 움직였고 불교 환경단체가 함께 손을 모아주고 있다.

오늘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좌판을 깔고 뙤약볕 아래 쭈그리고 앉아 혹등고래와 물고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스님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나눠주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위험을 알리고 서명을 받는 반대 시위에 참석하였다. 해안 스님은 “제가 성격이 불같은 다혈질이기도 하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일 앞에 충격을 받고 다급한 마음에, 1인 시위를 해본 적도 없는데 그저 달려 나왔습니다. 지금 무엇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간절함이…”라며 말끝을 흐리고 눈물을 보이셨다.

오뉴월 뜨거운 태양 아래 우리 스님들이 길거리에 나선 것은 정치적 행동이 아니다. 오염수 해양투기는 느리고 조용한 핵 테러나 다름없다. 부처님의 가장 첫 번째 지켜야 할 계명이 생명을 살리는 일임을 알기에 우리 스님들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안 스님과 우리는 서명운동뿐만 아니라 고래와 물고기 그림을 직접 그려 나누어 주며 한 사람이라도 바다 생명을 살리자는 뜻을 전하고 함께 소통하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또 해안 스님은 “혹등고래는 인간에 가까울 정도로 지능이 높아 바다에서 잠수부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수신호를 보내주기도 하고, 표범이나 포유류들로부터 위험을 느낄 때 자신의 배 위에 1시간씩 올려주며 인간을 보호한다고 합니다. 이런 고래들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면 생명의 위험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목숨도 중요하지만 바다의 수많은 생명도 구하지 않을 수 없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여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일본 정부의 방사선 폐기물인 오염수 방류는 반인륜적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행위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분명히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상당한데도 정부는 국민이 합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저 일본의 주장에 따라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오히려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를 방치하는 경우 전 세계 바다는 물론 모든 생명을 해하는 일이기 때문에 종교·정치적 문제를 넘어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 현재까지 반대 서명에 동참자는 400여명 정도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들의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나가던 한 독일인은 이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자신도 같이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스스로 밝히며, 스님들이 그린 물고기 그림을 받고 ‘원더풀(wonderful)’이라며 미소를 날리고 떠났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에게 서명의 중요성을 이끌어내려고 애쓰는 일원 스님은 ‘국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하지 못했다는 시민들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오카리나를 연주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자 하는 혜조 스님의 조용한 참여는 우리들의 가슴에 또 다른 작은 불을 일으켜 주고 있다. 스님이 연주하는 ‘아리랑’은 그 어떤 유명한 오케스트라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서울의 길바닥 한가운데에서 바람을 맞고, 비를 맞고, 무관심의 눈길을 맞고, 때로는 비난의 소리를 맞기도 한다. 생명을 살리는 길은 고단하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부처님의 진리는 한 마리의 물고기를 살리는 일에서부터 시작됨을 알기에 이 위기에 대한 마음은 절실하고 간절하다.

우리 스님들의 반대 서명운동은 7월 말까지 진행되며, 시민들의 서명지를 국회와 일본 대사관 측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추후 불교환경연대를 비롯해 그린피스 한국지부 등 국내 환경단체들과 연대해 방류를 막기 위한 환경운동도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보관 스님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