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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차별 없는 사회 발원"…제1회 세계불교문화축제 개최

  • 교계
  • 입력 2023.06.13 18:09
  • 수정 2023.06.13 18:34
  • 호수 1685
  • 댓글 1

6월11일 유원대 아산캠 일원서 탁발공양 등 다채로운 행사 이어져
미얀마·방글라데시·태국 등 8개 국가 스님·이주민 2000여명 참석해

은빛 발우를 품에 소중히 안은 스님들이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를 성큼성큼 나아갔다. 주름진 가사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신명나는 북과 장고 연주와 함께 스리랑카 전통 공연단이 경쾌한 ‘헤이위시’ 춤사레로 앞길을 장식하자 미얀마,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등 8개 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이 직접 만든 공양 음식을 들고 한 편에 늘어섰다. 스님이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다가와 합장하자 이주민들은 부처님께 공양 올리듯 정성껏 발우에 음식을 한 움큼씩 넣었다.

태국에서 온 박마리(쁘라파폰·46)씨는 “고국에선 사람들이 탁발하는 스님과 마주치면 그토록 행복해 한다”며 “며칠 전부터 성심성의껏 준비한 공양물을 세계 각국에서 온 스님들에게 나눠드릴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글라데시 이주민 강도나(차쿠마삼기타·44)씨도 “우리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림으로써 축복받는다고 여긴다”며 “이 공덕으로 우리 가족과 더불어 지구촌의 모든 중생들이 미래에 행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전 11시까지 진행된 탁발공양에는 이주민을 비롯해 어린이들도 앞 다투어 스님들께 공양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사단법인 다나(대표 탄경 스님)에서 봉사하고 있는 부모님을 따라 참석한 황찬우(13) 어린이는 “처음엔 낯설었는데 음식을 드릴 때마다 밝은 미소를 보내주신 스님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피부색과 습관이 다르지만 모두 부처님 가르침을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양을 드신 스님들이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6월11일 유원대 아산캠퍼스에서 펼쳐진 ‘제1회 세계불교문화축제’의 모습이다.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회장 담마끼띠 스님) 주최, 사단법인 마하위하라 주관으로 이뤄진 이날 행사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불교국가 8개국(스리랑카, 미얀마, 네팔, 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몽골) 스님 100여명과 이주민 불자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부 마하위사라 사원 포살법회, 2부 탁발공양, 3부 세계불교 승가법회, 4부 스리랑카 종정 스님 법문 등 회향 법회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한국테라와다불교 상가라자 도성 스님과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사회부장 범종, 해외특별교구장 직무대행 정범, 천안불교사암연합회장 인경, 중앙종회의원 설해, 국제포교사회장 정혜, 천태종 사회부장 개문, 태고종전북종무원장 진성 스님 등 스님들과 채훈관 유원대 총장,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 김희영 아산시의회 의장 등 정계 인사들이 참석해 ‘제1회 세계불교문화축제’를 맞아 불교기 아래 하나로 모인 8개국 불자들을 축하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분은 하나입니다…차별 없는 사회와 평등, 평화를 기원합니다”

오후 1시부터는 세계불교 승가법회가 봉행됐다. 이주민들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다섯가지 발원’을 합송하며 이해와 존중 속에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앞서 이번 축제를 주최·주관한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장 담마끼띠 스님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재난, 갈등을 한마음으로 극복하고, 모두가 부처님 자비를 따르고 실천하는 하나의 도반임을 자각하기 위한 화합의 법석”이라며 지속적인 교류의 장을 만들어 편견과 갈등을 없애고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다불련이 함께하겠다“고 인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축사를 대독하는 사회부장 범종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축사를 대독하는 사회부장 범종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사회부장 범종 스님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 자랑스러운 불교국가의 스님과 불자들이 나라와 언어, 문화는 서로 달라도 일터와 가정에서 부처님 가르침으로 화합하고 상생해 여러 장벽을 허물어가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21만명에 이르며 특히 동남아권 중심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산업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이주민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고, 다문화에 대한 심리적 정책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다불련의 활동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각국 불교에 대해 이해하며 상호 발전하자”고 당부했다.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도 “한국사회는 심각한 저출산, 저성장 속에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곳곳을 채워주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호흡하는 다문화사회가 된 만큼 ‘공존의 문화’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세계불교문화축제는 이주민이 주최해 한국인과 소통하는 자리다. 한국인과 이주민이 불교라는 동일한 문화로 소통, 공유하며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행사인 만큼 의미가 깊다”고 축사했다. 이어 “수덕사 만공큰스님의 세계일화 정신을 확인하는 현장”이라며 “수덕사 사부대중은 이주민 불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제와 함께 한 편에서는 베트남 원오사, 재한 줌머인연대 등 이주민 단체들이 각 국가의 전통을 살린 다채로운 체험부스를 열었다. 특히 전국병원불자연합회(회장 류재환)는 무료 진료와 더불어 선글라스를 나눠줘 많은 관심을 받았다.

4부 회향법회에서는 한국 바라미장학회(회장 담마끼띠)가 스리랑카 마하위하라 파운데션과 의논 끝에 매월 스리랑카 학인 스님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결정, 업무협약을 맺으며 제1회 세계불교문화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다문화체험부스를 둘러보는 조계종 사회부장 범종 스님과 국제포교사회 스님들.
다문화체험부스를 둘러보는 조계종 사회부장 범종 스님과 국제포교사회 스님들.
스리랑카 전통 공연단이 신명나는 장고 연주와 함께 경쾌한 ‘헤이위시’ 춤사레로 탁발공양에 나선 스님들의 앞길을 장식했다.
스리랑카 전통 공연단이 신명나는 장고 연주와 함께 경쾌한 ‘헤이위시’ 춤사레로 탁발공양에 나선 스님들의 앞길을 장식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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