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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오염수 투기는 인류 대상 ‘핵 테러’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6.19 14:23
  • 호수 1685
  • 댓글 0

혹등고래 아프면 인간도 큰 병
전 세계인이 반대해야 할 사안

불안‧우려를 ‘괴담’으로 치부
정부의 외면‧방관은 묵인‧오만 

“국민의 불안감이 상당하다.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우려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 바다는 물론 모든 생명을 해하는 일이기 때문에 종교‧정치적 문제를 넘어 목소리를 내야 했다.”

1인 시위조차 나섰던 적이 없는 해안, 일원, 해조, 보관 스님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한 이유다. 자국 땅의 저장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며 후쿠시마현의 안정성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버리는 것이니 ‘방류’를 넘어 ‘투기’인 게 맞다. 6월1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좌판을 깔고 시작했으니 벌써 21일째다. 7월 말까지 진행한 후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서명지를 국회와 일본대사관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영상 30도를 넘나드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네 스님은 오늘도 직접 그린 혹등고래와 물고기 그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혹등고래와 우리는 하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혹등고래가 아프면 우리도 병들 것이라는 메시지인데, 이것은 “전 세계가 바다로 연결된 지구에서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한 핵 테러”라는 환경 전문가와 어민들의 우려와도 일맥상통한다. 더욱이 한두 해도 아니고, 30년에 걸쳐 진행될 투기이니 전 세계의 사람들이 반대해야 할 일인 것이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오염수 방류 시 ‘탄소-14’ ‘요오드-131’ ‘세슘-137’ 등의 방사성 핵종 위험성도 경고하고 있다. 갑상선, 신장, 방광 등에 축적돼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양생물에 방사능이 축적되면 돌연변이가 출현할 수 있고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면 결국에는 인간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 부산 등의 어민들은 알고 있다. 일본 앞바다에 버린 오염수가 결국 우리 바다로 흘러 들어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해양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태평양 연안에서 잡힌 수산물이 결국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피폭 생선’이라는 오명과 함께 수산물 소비가 급감할 수 있다는 게 수산업계의 공통된 우려이다. 일본과 가장 가깝게 마주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볼 게 분명함에도 우리 정부는 방관 혹은 외면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방관‧외면은 묵인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방일 당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라고 발언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있었다. 날 선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윤 대통령은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과학에 근거를 두지 않은 허위사실 유포는 선동이라고 비난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집권 여당은 국민의 우려를 ‘후쿠시마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브리핑(15일)에서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오염수에 대한)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 우리 국민이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고 있는 것을 해소하는 게 브리핑의 목적이라는 얘기 아닌가. 

국민이 알고 싶은 건 원전 오염수 정화 장비인 다핵종제거설비장치(ALPS)가 확실하게 다핵종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인지, 국제적 음용 기준에 맞춘 ‘오염수’를 배출할 수 있는지, 우리 어민이 받을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되는지 등이다. 즉 오염수 방류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그에 따른 대응책은 무엇인지인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되레 우려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조차도 ‘일본측에 따르면’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냐?” “일본 총리실 서울출장소 같은 행태” 등의 비판을 받는 건 당연하다. 

정부의 일일 브리핑은 “국민 불안이 충분히 해소될 때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치 일본 정부의 작태를 국민이 이해할 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오만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에 대해 우리 국민 84%가 반대한다는 사실마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 아닌가.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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