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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의 깊은 맛과 리듬감 살린 ‘깨달음의 노래’

  • 불서
  • 입력 2023.06.19 15:37
  • 호수 1685
  • 댓글 0

담마빠다-법구경 깨달음의 노래
이중표 역주 / 불광출판사 / 480쪽 / 2만5000원

불교학 권위자 이중표 교수 역주…팔리어·한문 원문도 게재
원전과 달라진 부분은 각주 달아 본래 뜻과 의역 이유 밝혀

 

한자문화권에서 ‘법구경’으로 불리는 ‘담마빠다(Dhammapada)’는 ‘숫타니파타’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이다. ‘담마(Dhamma)’가 ‘진리’, ‘빠다(pada)’가 ‘말’이라는 뜻으로 ‘담마빠다’는 ‘진리의 말씀’ ‘깨달음의 노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체 26품 423편의 게송으로 이뤄진 ‘담마빠다’는 게송마다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배어있다. 생전 법정 스님이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아 ‘담마빠다’를 펼쳐본다고 했을 만큼 삶의 귀감이 되는 내용들이 빼곡하다. 불자들뿐 아니라 일반인이 가장 좋아하는 불교경전으로 서울대가 선정한 인문고전 60선에도 포함돼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불교경전은 단연 ‘담마빠다’라 할 수 있다.

‘담마빠다’를 역주한 이중표 전남대 명예교수는 불교학 연구의 권위자다. 30년간 경전 번역과 불서 집필에 매진해온 이 교수는 방대한 초기 경전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만 골라 정리한 ‘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정선 쌍윳따 니까야’를 비롯해 부처님 가르침과 불교 교리의 정수를 담은 ‘붓다의 철학’ ‘불교란 무엇인가’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 ‘근본불교’ 등을 펴냈다. 이 책들은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여겨질 정도로 원전에 대한 탄탄한 이해와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이번 ‘담마빠다’도 원전의 의미를 오롯이 살렸다. 시처럼 노랫말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원전의 특성을 고려해 우리말로 노래할 수 있도록 리듬감도 더했다. 기존 번역서들이 운율을 살리기 위해 단어 배치를 바꾸거나 생략하다보니 뜻이 모호해지는 경우들이 없지 않았다. 반대로 직역으로 인해 문장이 투박해져 원전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담마빠다’를 매일 소리 내 읽다보면 부처님 말씀이 온 몸 깊숙이 새겨지고 우리를 지혜롭게 할 굳건한 지침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pxfuel]

저자는 철저한 사전 작업을 통해 기존 번역서들의 오류를 면밀히 파악하고, 팔리어 경전과 사전을 폭넓게 검토해 단어들의 다양한 용례를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새롭게 원전을 번역하면서 기존 번역서들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 표현의 적확성을 높였다. 문맥을 해치지 않는 의역을 통해 가독성과 리듬감도 살렸다. 팔리어 원문과 한역 ‘법구경’의 원문도 함께 실어서 한글 번역과 원전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원전과 달라진 부분은 각주를 달아 본래 뜻과 의역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지혜 없이 어지럽게
백 년을 사는 것보다
지혜를 갖추고 선정에 들어
하루를 사는 것이 더 낫다.
yo ca vassasataṁ jīve, duppañño asamāhito / ekāhaṁ jīvitaṁ seyyo, paññavantassa jhāyino
若人壽百歲 邪僞無有智 不如生一日 一心學正智

집착에서 근심이 생기고
집착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집착에서 벗어난 사람에게는
근심과 두려움이 어디에도 없다.
ratiyā jāyatī soko, ratiyā jāyatī bhayaṁ / ratiyā vippamuttassa, natthi soko kuto bhayaṁ
愛樂生憂 愛樂生畏 無所愛樂 何憂何畏

2600여년 전 부처님 가르침이 500년간 문자에 의지하지 않고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희유한 일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해답은 ‘몸의 기억’에 있다. 스님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다시 그것을 끌로 돌에 새기듯 온몸에 한 글자 한 글자 새겨나갔다. 기억은 사람 뇌 속의 해마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혀와 턱 관절, 목과 허리가 반복적으로 요동치면서 만들어진 소리의 진동이 온 몸 구석구석에 문신처럼 새겨졌다.

‘담마빠다’도 그런 과정을 거쳐 긴 세월 전승됐다. 뜻과 운율을 살린 ‘담마빠다’를 손에 들고, 소리 내 읽고 그 소리를 다시 들어보라. 그것을 매일 반복하다보면 ‘진리의 말씀’ ‘깨달음의 노래’가 온 몸 깊숙이 새겨지고 마침내 우리를 지혜롭게 할 굳건한 삶의 지침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운율과 가독성을 최대한 살린 ‘담마빠다’는 불자들이 늘 독송할 수 있도록 가볍고 튼튼한 재질의 표지와 휴대가 편하도록 아담한 크기로 만든 점도 눈에 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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