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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래사불교대학장 선우 스님

명상은 내 안에 반짝이는 금부처를 만나는 일입니다

자연스럽고, 하되 한 게 없고, 그냥 보는 것이 명상의 핵심
습관적 존재로 살지 않고 습관 바꾸는 게 훈련이고 수행
심우도 통해 명상 핵심 이해하고 매일 명상적 삶 살아야

여래사불교대학장 선우 스님은 명상의 다양한 방법을 찾기 전에 명상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삶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래사불교대학장 선우 스님은 명상의 다양한 방법을 찾기 전에 명상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삶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명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님들이 산중에 가서 가부좌를 트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명상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명상의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지만, 그 방법을 찾기 전에 명상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삶에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핵심은 내 안에서 금부처를 만나는 일입니다. 내 안의 금부처를 만나는 가장 시대적인 방법이 명상입니다. 명상을 쉽고 친근한 말로 풀이하면 ‘자연(自然)’입니다. 자연은 그냥 스스로 그러한 것입니다. 또 가장 적합한 단어로 ‘무위(無爲)’가 있습니다. 하되 함이 없는 것입니다. 또 하나, 명상을 표현하는 단어가 ‘관(觀)’입니다. 이 한 자로도 명상을 다 설명합니다. 풀 초(草), 입 구(口), 새 추(隹), 볼 견(見), 숲속에서 정말 예쁜 새들이 합창하듯이 노래하는 소리를 바라보고 있을 때를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냥 듣다 보면 우리 마음이 맑아집니다. 자연스러운 것, 하되 한 게 없는 것, 숲속에서 새가 노래하는 것을 듣듯이 그냥 바라만 보는 것, 이 세 가지가 명상의 핵심입니다. 

실제 명상은 우리의 생활에서 일어나고 있고 여러분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파수를 잘 맞추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의 주파수는 주로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각자 삶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크고 작은 근심거리도 있고, 가족 간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행복하고 명상적인 것에 주파수를 맞추기보다는 방어하고, 저항하고, 불안한 것에 상당히 많은 주파수가 맞춰져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명상은 바로 이 주파수를 돌려서 내 안에 일어나고 있는 자연스럽고, 하되 함이 없고, 나를 즐겁게 하는 경험에 맞춰나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사찰 순례중에 ‘심우도(尋牛圖)’를 보게 됩니다. 심우도는 선(禪)의 엑기스라고 불립니다. 이 심우도를 통해서 명상의 핵심을 이해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명상을 어떻게 가져와서 하루하루 명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심우도는 소를 찾아가는 그림이라고 해서 명상의 과정을 10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소가 의미하는 것은 마음입니다. 나의 본원적인 마음, 있는 그대로의 마음,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허탈함을 느낍니다. 좌절감, 외로움, 소외감, 찝찝함,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을 삶에서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없으실 겁니다. 살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통해서 왜 이렇게 불편한 진실들을 삶에서 마주하는가, 이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내면 탐구에 나서는 것이 첫 번째, 심우(尋牛)의 단계입니다. 따져보면 우리의 마음은 절대 늙지 않습니다. 그 푸릇푸릇한 마음을 놓치고 ‘이 나이에 뭘…’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 이렇게 덮어버리면 바로 노화로 갑니다. ‘젊음의 마음을 나도 한번 찾아보겠어’ ‘행복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찾아서 누리겠어’ 하는 것이 내 안의 금부처를 발견하기 위한 출발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견적(見跡)입니다. 소 발자국을 보는 것입니다. 발자국은 어디에든 있습니다. 삶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입니다. 진리의 입장에서 그런 일들은 나를 위해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삶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잘 흘러가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괴로움이 진하게 온다든지, 커다란 사건이 닥친다든지, 나한테 다가오고 있는 일들이 바로 발자취입니다. 이 발자취가 힌트입니다. 나는 나에게 벌어지는 일을 어떤 감정으로 대하는가, 거기에서 도망가려고 하는가, 직면하려고 하는가, 이렇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깨달음으로 가는, 다르게 표현하면 명상적인 마음을 찾아가는 열쇠는 나의 감정입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마음, 직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회피하는데 굉장히 익숙합니다. 마음공부의 비밀이 거기 있습니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이 마음은 뭐지?’ 이렇게 보는 것입니다. 감정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입니다. 훈련은 기술입니다. 감정도 훈련이 중요하고, 매일 해야 합니다. 단 훈련할 때 심판자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지금 이러한 감정 상태를 겪고 있구나’ 이렇게 이름 붙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그 감정이 객관화되고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감정을 그때그때 이름 붙이고, 수용해 주고, 함께 있어 주면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실체가 없습니다. 이것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80, 90세가 넘어서도 간직하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폭발합니다. 명상은 이렇게 무의식에 있는 마음들을 하나, 둘 청소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청소하면 할수록 맑아지고 가벼워집니다. 주파수를 맑고 투명한 것에 맞추게 되고 우리의 삶도 그 주파수에 맞춰서 끌어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의 감정을 발견해서, 심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표현해보고, ‘아, 내가 지금 이런 감정 형태를 겪고 있구나’하고 아는 과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견우(見牛)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만나는 것입니다. 숲속에 앉아서 새 소리를 듣다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어느덧 사라집니다. 여러분에게 누가 숨을 쉬냐고 물어보면 내가 숨을 쉰다고 하지만, 내가 숨 쉰다는 생각 없이도 숨은 계속 쉬고 있습니다. 호흡은 인연 따라 알아서 진행됩니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일어나고 사라집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명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연이 되어서 할 뿐입니다. 

네 번째 단계는 득우(得牛)입니다. 소의 마음을 얻었다고 표현합니다. 동자가 소를 잡아서 끌고 갑니다. 여러분 안에 금부처가 있음을 믿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습관적인 존재로 살아왔습니다. 이 습관을 바꿔주는 것이 훈련이고 수행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수행은 득우 단계 이후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습관은 뇌에 형성된 회로와 같습니다. 불교대학의 입문반, 경전반에 등록해서 불교 공부를 하더라도 그 공부를 삶에 적용하고 삶의 구체적인 감정 훈련을 하며 뇌세포의 신경회로를 바꾸어야 삶도 바뀔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목우(牧牛)입니다. 소의 반은 흰색, 반은 짙은 색입니다. 소의 색깔이 습관을 나타냅니다. 습관을 길들이고 마음 훈련을 하다 보니까 점점 바뀌는 것입니다. 무수한 알아차림을 통해서 스스로에 대한 탐험의 여행을 진행하다 보면 가벼워지고 즐거워집니다. 

여섯 번째 단계는 기우귀가(騎牛歸家)입니다. 흰 소가 되었습니다. 소가 동자와 하나가 되어서 피리를 불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마음은 얼마나 자유롭겠습니까. 사실 그동안 사는 게 지뢰밭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힘들었습니다. 감정, 생각, 어디에도 걸리지 않을 때 얼마나 자유롭겠습니까. 

오늘 여러분께 과제를 하나씩 드리려고 합니다. 내 감정의 구멍을 찾는 것입니다. 나는 주로 우울감에 취약하다, 또는 나는 버림받고 싶지 않은 감정이 있다, 또는 나는 너무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다, 이렇게 내가 주로 빠지는 감정의 구멍이 무엇인지 발견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심판하지 말고, 오랜 세월 동안 밖으로 날아가지 못한 억눌린 감정의 구멍을 발견하면 됩니다. 알고 빠지는 것과 모르고 빠지는 것은 정말 다릅니다. 나중에는 빠지기 전에 ‘내가 또 빠지려고 하네’ 하면서 다른 길로 갈 수 있습니다. 검은 소가 흰 소로 되어가는 것이고 우리의 뇌 신경 회로를 바꾸는 과정입니다. 

일곱 번째 단계는 망우존인(忘牛存人)입니다. 소는 찾아볼 수 없고 사람만이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소에 대해서 잊었습니다. 그냥 평화로이 앉아 있습니다. 마음 찾기라고 하는 소는 하나의 방편에 불과했습니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이 필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절 인연 따라 자유롭게 유유자적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덟 번째는 더 멋있는 단계입니다. 인우구망(人牛俱忘)입니다. 사람도 소도 없습니다. 소도 없고 나 자신도 잊어버린 상태에는 텅 빈 원상만 있습니다. 선방에 가면 부처님 대신 커다란 원상이 있는 경우를 보셨을 겁니다. 무위의 상태에 들어감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해도 내가 한다는 생각이 없으면 그냥 함만 있습니다. 새 소리를 들을 때 그냥 들음만 있습니다. 

아홉 번째는 반본환원(返本還源)입니다. 모두 환원되어서 돌아온 모습입니다. 깨달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거울입니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 비추기만 합니다. 내가 나에게 거울 같은 마음으로 스스로 비추어주고 사랑으로 감쌀 때 그 에너지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또 표현하자면 아이의 마음입니다. 세 살 아이는 어떤 사물을 볼 때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응시합니다. 또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잡니다. 

마지막 열 번째는 입전수수(入鄽垂手)입니다. 동자가 지팡이를 들고 큰 걸망을 메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공덕을 나누는 모습입니다. 중생을 교화하면 그 편안한 마음이 저절로 전달됩니다. ‘저 사람을 보면, 가까이 있으면 왠지 편해. 기분이 좋아져.’ 이것이 하되 함이 없는 진정한 중생 교화라고 생각합니다. 심우도를 통해서 명상의 핵심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명상적인 삶을 실천하는 불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지난 4월30일 부산 여래사불교대학 법당에서 열린 ‘여래사불교대학 학장 스님 취임 특별법회’에서 선우 스님이 ‘심우도와 명상’을 주제로 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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