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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님들이 앞 의자에 앉으세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탈권위 행보

  • 교계
  • 입력 2023.06.21 12:19
  • 수정 2023.06.22 00:04
  • 호수 1686
  • 댓글 2

6월20일, 신행수기 시상식에 이어
7기 화쟁위원 위촉 기념촬영서도
재가자에 의자 배려하고 서서 촬영
관례 깬 이례적 행보에 긍정적 반응
“불자들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감동”

“불자님들, 앞 의자에 앉으세요. 우리 스님들이 뒤에 서겠습니다.”

6월20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 제10회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시상식이 끝나고 수상자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무대 위에는 중진스님들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마련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포교원장 범해 스님, 교육원장 직무대행 지우 스님을 비롯한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과 수상자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교계 행사들이 그렇듯 스님들이 앞자리에 앉았고 수상자들은 스님들의 뒤에 섰다.

단체사진 촬영이 끝나갈 무렵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갑작스레 제안했다. 수상자들이 앞자리에 앉고 스님들이 뒤에 서자는 것이었다. 총무원 측도 행사를 주관한 측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어 진우 스님의 제안대로 상을 받은 불자들이 의자에 앉았고, 스님들도 흔쾌히 뒷자리에 섰다. 사진을 찍는 내내 총무원장 스님은 환히 웃었고 불자들도 흐뭇해했다.

총무원장 스님의 색다른 기념촬영은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에서 진행된 제7기 화쟁위원회 위원 위촉식에서도 이어졌다.

진우 스님은 이날 제7기 화쟁위원장으로 정문 스님을 임명하고 새로 위촉된 20명의 화쟁위원들과 4층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기념촬영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스님 화쟁위원들이 앞자리에 앉았고, 재가위원들이 뒷자리에 섰다. 한 차례 기념촬영이 끝나자 진우 스님은 이날 신행수기 시상식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재가위원들이 앞자리에 앉고, 스님들이 뒤에 서자”고 제안했다. 진우 스님의 이례적인 제안에 재가위원들은 당황해하는 눈치였지만 곧 상석(?)에 앉아 맑은 미소를 내비쳤다. 

진우 스님의 색다른 기념촬영에 참석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화쟁은 나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상대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총무원장 스님이 제안한 사진 촬영은 화쟁위원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 것이었다.”(광제사 주지 원묵 스님) “불자님들을 앞에 앉게 함으로써 그분들이 그날의 주인공임을 드러나게 하신 거다. 저도 뒤편에 서 있었지만 참 좋았다.”(계룡시종합사회복관장 진원 스님) “총무원장 스님께서 재가위원들을 존중하고 배려해 주시는 따뜻한 모습에 화쟁위원으로서 사명감을 갖게 됐다. 큰 감동을 받았다.”(김가연 광동고 교법사) “존경심이 꼭 형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불자들과 소통하고 다가서려는 총무원장 스님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우성 경희대 비폭력연구소장) “재가자들은 스님들을 먼저 예우해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하다. 그런 점에서 총무원장 스님의 제안은 파격적이었고 신선했다. 대중들을 먼저 배려하고 다가가겠다는 스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김용현 동국대 교수)

진우 스님은 지난해 10월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에 취임하면서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뢰와 존중은 탈권위에서 비롯된다. ‘나’를 내려놓고 상대에게 다가가 진심을 전할 때 소통할 수 있고, 비로소 상대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 비록 사소한 것일 수 있었지만 ‘총무원장’ ‘스님’이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불자들에게 그 자리를 선듯 내어준 진우 스님의 탈권위적 행보는 불교의 변화를 이끄는 신선한 바람이 되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86호 / 2023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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