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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불교의례에서 찾아낸 한국불교 원형

  • 불서
  • 입력 2023.06.26 17:21
  • 호수 1686
  • 댓글 3

한·중 불교의례와 범패
윤소희 지음 / 민속원  
568쪽 / 5만5000원

한·일 불교의례와 쇼묘
윤소희 지음 / 민속원 
608쪽 / 5만8000원

십수 년간 한국·중국·대만·일본 현장 찾아 연구…악보도 채보
불교음악 통해 한국불교 넘어 한국문화 정체성 탐색한 역작

 

한 분야의 책을 100권 읽으면 관련 책을 한 권 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안목이 갖춰지고 관련 아이디어도 여럿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관련 서적을 읽더라도 집필이 어려운 분야가 있다. 안목과 아이디어를 넘어 필자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 현장을 답사하고 쓴 책들이 그렇다. 조계종 불교음악원 학술위원장인 저자가 최근 펴낸 ‘한·중 불교의례와 범패’ ‘한·일 불교의례와 소묘’가 대표적이다.

이 책들은 불교음악을 통해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탐색한 방대한 저술이다. 한국은 조선시대 500년의 억불정책과 일제강점기 및 서구문명의 거센 유입으로 불교의례와 신행법도가 변형되고 소멸됐다. 수행은 토굴에서 홀로 할 수 있지만 많은 대중이 장중하게 행해오던 의례와 불교악가무는 탄압 속에선 유지되기 어려웠다. 또 장엄하고 여법한 불교악가무가 억불 시기를 지나며 불교를 비하하는 내용으로 전도되거나 본래의 격조를 잃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나라(奈良)의 고후쿠지 ‘교훈초’와 한국의 산대극 탈춤이다. 일본 고찰에서 불교적 교훈을 설행하는 ‘고려곡물어(高麗曲物語)’가 한국에선 파계승을 놀리는 것으로 비하돼 전승된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불교의례와 신행법도가 크게 변형됐음을 중국과 일본의 의례를 통해 밝혀내고 그 전통이 주변 국가에서 어떻게 설행되는지 소개한다.

불교음악에 대한 거시적인 연구가 가능한 것은 저자의 독특한 학문 여정에서 비롯된다. 한양대 음악대학에서 음악인류학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오랫동안 아시아 전역의 현지조사 연구로 인류학적 화두를 풀어내왔다. 이러한 연구가 어려운 것은 전문성 외에도 엄청난 성실성과 용기, 열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저자도 중국어, 티베트어, 미얀마어, 범어, 팔리어, 일본어 등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했다. 불교의례 현장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일도 결코 녹록한 과정은 아니었다.
 

일본 오사카 신뇨지 우란분시아귀 법요. [민속원]
일본 오사카 신뇨지 우란분시아귀 법요. [민속원]

특히 일본 불교의례의 경우 밀교법도가 있어 의례와 쇼묘(聲明)는 인가받은 스님들에 의해 실행됐고, 그 연구도 의례 관련 스님들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일반 학자들은 현장에 접근조차 어려웠다. 게다가 종파마다 의례와 신행방식이 달라 외부인이 이들의 전체적인 면모를 파악하는 것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으며, 비싼 물가로 인해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었다. 이 책은 숱한 난관을 극복하며 십수 년간 한국, 중국, 대만, 일본에서 열리는 불교의례·의식의 현장을 일일이 답사하고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해 집대성한 역작이다.

먼저 ‘한·중 불교의례와 범패’는 2006년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던 박사학위논문 ‘대만의 불교의식 음악연구’를 대폭 수정하고 보완한 책이다. 제1부 ‘한전불교(漢傳佛敎)와 의례’에서는 부처님의 음성에서 비롯된 범음(梵音), 중국으로 들어와 한자로 음사된 범자, 한문으로 의역된 범패 가사를 음(音)·자(字)·문(文)에 입각해 재분류했다. 특히 그에 수반되는 율조들을 수백 개의 악보로 채보하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제2부 ‘한·중 불교의례와 범패’에서는 대만과 중국의 다양한 불교의례·의식 현장을 소개하고, 오늘날 시행되고 있는 한글예불문의 율조까지 조명하고 있어 한국불교 일선에서 의례와 신행을 이끄는 스님과 찬불 작곡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화렌의 우란분법회. [민속원] 
대만 화렌의 우란분법회. [민속원] 

‘한·일 불교의례와 쇼묘’는 중국과 한국의 범패에 해당하는 쇼묘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제1부 ‘일본 불교의례와 신행’에서는 백제불교를 기반으로 한 일본불교의 시작과 전개 과정, 나아가 한국과 다른 일본불교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조선시대 내내 중국의 제사음악에 온 힘을 쏟았던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유교제례음악이 없고, 불교음악이 궁중아악이었다. 도다이지를 비롯해 나라(奈良)의 여러 고찰, 오사카 시텐노지 등 곳곳의 의례와 신행에서도 한국불교의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제2부 ‘한·일 불교음악 연구와 방향’에서는 헤이안시대 엔닌(円仁, 794~864) 스님이 당나라에서 범패를 배워와 일본 쇼묘가 시작됐다는 기존의 학설의 반박한다. 저자는 엔닌 스님이 당나라로 가기 전 이미 한반도 불교의례 율조가 대단히 높은 경지에 이르러 있었고, 당나라에서도 산동적산원 신라인의 불교의식과 범패를 주로 경험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반대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불교의례와 신행이 한국불교에 영향을 끼친 현상도 소개한다.

일본불교를 연구한 논문과 서적이 많았지만 의례와 쇼묘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저자의 오랜 원력에 힘입어 출간된 이 책은 일본의 불교문화와 현실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일 뿐 아니라 한국불교 이해의 지평을 크게 넓힌 노작이기도 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86호 / 2023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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