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암 스님 화합 가르침은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 교학
  • 입력 2023.06.29 22:56
  • 수정 2023.07.01 15:36
  • 호수 1687
  • 댓글 0

백양사 만암 대종사 세미나 개최
10명 연구자들 열띤 발표와 토론
“반선반농(半禪半農) 주창 선각자”
진우 스님 “만암 스님 재평가돼야”

근대 고승 만암 스님은 일제 침략에 맞서 민족문화를 지켜내려 했던 전통문화의 계승자였으며, 종단 발전과 승가화합을 위해 철저히 공적인 태도를 일관했던 선각자였음을 밝히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민족불교의 정통성을 바로 세운 만암 스님이 학명·용성 스님보다 앞서 ‘반선반농(半禪半農)’을 주창한 선각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만암 스님이 주석하며 중창한 백양사가 호남불교교육의 중심지라는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 제18교구 본사 백양사(주지 무공 스님)가 6월29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만암 대종사의 생애와 역사적 위상’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만암 스님의 수행과 사상, 생애와 활동, 불교정화 의식, 근대 불교교육활동, 행장과 관련된 오류 등 전방위적인 재조명이 이뤄졌다. 종단 안팎의 큰 관심 속에 진행된 세미나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명예원로의원 암도, 원로의원 성오, 수좌 일수, 백양사 주지 무공,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 등 200여명의 대중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
총무원장 진우 스님.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치사에서 만암 스님이 20세기 전반기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사이자 교육자이며 종무행정의 선구자임을 강조했다. 특히 1954년 불교정화 당시 조계종 종정이었던 만암 스님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함을 역설했다. 스님은 “만암 대종사는 비구·대처의 갈등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했던 선지식이셨으나 대종사의 뜻은 비구승단 전체로 확산되지 못했다”며 “만암 대종사의 원력이 정화운동에 반영됐다면 그 그늘과 상처는 크게 반감되고 종단은 더 큰 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종사께서 남기신 화합의 가르침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며 “연구자 여러분의 노력으로 만암 대종사의 가르침이 더욱 널리 선양될 수 있기를 간절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

앞서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인사말에서 “오늘날 한국불교의 역할이 고통 받는 사람들과 환경에 있음을 인류가 절대 평등한 한 몸이라는 가르침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만암 큰스님의 위법망구한 정신과 자취가 밝은 등불이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대중들 가슴에 삶의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큰스님의 자취를 드러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암 스님의 선양을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 평전 출간, 새로운 만암문집을 비롯해 법어와 시, 신문자료들까지 모으는 광범위한 문집도 준비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서울 상도선원 회주 미산 스님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발표와 토론을 담당한 10명의 연구자들이 만암 스님의 생애와 사상, 불교정화와 교육활동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만암 스님의 수증과 불교사상, 1928년 이후의 만암 스님의 생애와 활동, 만암 스님의 불교정화 인식, 근대 불교교육 활동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재형 법보신문 편집국장.
이재형 법보신문 편집국장.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재형 법보신문 편집국장은 ‘만암대종사의 행장과 관계된 몇 가지 검토’ 발표에서 “만암 스님을 다룬 논문이나 책에서도 반선반농(半禪半農)은 반드시 언급되지만, 학명·용성 스님보다도 먼저 반선반농을 실천한 선각자란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며 “만암 스님의 반선반농 운동은 주지 취임 다음 해인 1917년 백양사 10개년 대중창 불사 과정에서 시작됐고, 이는 ‘만암문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만암 스님의 반선반농 시기(1917년)는 학명 스님의 내장사 반선반농(1923년), 용성 스님의 화과원·대각교당의 반선반농(1927년) 활동보다 앞설 가능성이 높다”며 “6~10년간만 지속됐던 다른 반선반농 운동과는 달리 만암 스님의 반선반농은 1947년 고불총림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지속됐고, 이는 중창불사를 위한 단순 노동이 아니라 수행과 결부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선반농 운동은 일제강점기 궁핍한 사찰에서 수행과 경전 공부에만 전념할 수 없었던 스님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비교적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근대기 접어들며 농사를 단순한 노동이 아닌 수행과 연결하려는 본격적인 시도가 이뤄진 대표적 움직임이 반선반농이다. 이 국장은 “반선반농은 자급자족이라는 경제적인 동기만이 아니라 노동을 통한 선수행이나 승풍의 진작을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학계에서 선농불교 혹은 반선반농의 효시로 주목받았던 인물은 용성(1864~1940) 스님과 학명(1867~1929) 스님이었다”며 학계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도 ‘만암 대종사의 수증과 불교사상’을 통해 “만암 스님은 기근에 허덕이는 마을 주민들을 안정적으로 구제하고자 선농일치의 자비행을 행했다”며 “만암 스님의 선농일치 사상은 사찰의 경제보다 중생구제 등 안정적인 사찰 운영을 위한 방안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만암 스님의 반선반농을 재평가했다.

황인규 동국대 교수.
황인규 동국대 교수.

황인규 동국대 교수는 백양사가 호남지역의 불교교육활동의 중심지였음을 주장했다. 황 교수는 ‘만암 종헌의 근대 불교교육 활동’에서 “만암 스님은 근대적 학교인 광성의숙을 건립해 백양사 스님과 인근 주민들을 교육시켰다”며 “광성의숙에서 졸업한 승려들은 일본과 중국으로 유학을 다녀와 백양사를 중심으로 포교 활동에 진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만암 스님은 불교전수학교와 중앙불교전문학교의 교장으로 근대 불교학교를 이끌었고, 1937년부터는 호남불교총림 결성 노력 등을 했다”며 “스님은 해방 직후 호남 유일의 불교종립학교 정광중고를 설립하여 근대 불교교육을 전개했다”라며 만암 스님의 교육 불사를 새롭게 조명했다.

김상영 전 중앙승가대 교수.
김상영 전 중앙승가대 교수.

이 밖에도 김상영 전 중앙승가대 교수는 ‘만암 종헌의 생애와 활동’에서 “만암 스님은 비구와 대처 승가의 공존을 지향하며 점진적이면서도 평화적인 정화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고자 했다”며 “하지만 정화운동의 주역들은 만암 스님의 해결 방안을 수용하지 않아 결국 결별의 길을 선택했고, 이후 만암 스님은 대처 측 승단을 대표하는 인사로 분류되어 심지어 입적 이후 백양사는 한동안 ‘대처의 본영’처럼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만암 스님은 청정비구였으며, 백양사는 만암 스님의 가풍을 올곧게 계승하는 비구수행도량이지만 만암 스님과 백양사는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정화운동의 주역들로부터 외면 당했다”며 “이는 곧 만암 스님 연구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세미나를 계기로 만암 스님의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어 스님의 역사적 위상이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

제3주제 ‘만암 불교정화의 재인식’ 발표한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는 만암 스님의 정화활동을 △일제치하공간에서의 정화 △해방공간에서의 정화 △정화공간에서의 불교정화의 3시기로 구분할 것을 주장했다. 김 전 특임교수는 “일제치하라는 엄혹한 시기에 (경학, 선, 농사의) 균형적인 수행, 참선 수행의 강조, 선농일치 등 왜색불교와 차별을 둔 자주적인 정화를 실천했다”며 “해방 직후에는 교단 구성원들의 종파의식이 부재(종명 부재, 보우국사 계승 부재, 종조의식 혼미)하다고 판단해 종단과 거리를 두며 1947년 독자적으로 고불총림의 결성해 자생적 불교정화 운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발표와 토론을 끝까지 지켜본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총평을 통해 “만암 대종사는 한국불교의 기틀을 만드신 대선지식이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만암 스님에 대한 선양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상도선원 회주 미산 스님을 좌장으로 1부 ‘만암의 생애와 사상’과 관련해 △‘만암 대종사의 수증과 불교사상’(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만암 종헌의 생애와 활동-1928년 이후의 활동을 중심으로’(김상영/ 전 중앙승가대 교수)가 발표됐고 2부 ‘만암의 불교정화와 교육활동’에서는 △‘만암 불교정화의 재인식’(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 △‘만암의 교육활동과 의의’(황인규/ 동국대 교수) △‘만암대종사의 행장과 관계된 몇 가지 검토’(이재형/ 법보신문 편집국장)가 소개됐다. 불갑사 주지 만당 스님,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이재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김덕진 광주교육대 교수, 이성수 불교신문 기자가 토론했다.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