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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나’를 논하지 마라

  • 불서
  • 입력 2023.07.10 14:11
  • 수정 2023.07.27 19:34
  • 호수 1688
  • 댓글 3

무아, 그런 나는 없다
홍창성 지음/김영사/164쪽/1만4800원

‘이 책은 하루 이틀 안에 쉽게 읽어내릴 수 있는 분량과 스타일로 되어있다. 그러나 내용은 여러 날 곰곰이 생각해 볼 만큼 진지하다.’

저자 홍창성 교수의 이 설명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무아’라는 불교의 가장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그만큼 난해한 교리를 다루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서양철학을 전공했으면서도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불교에 문외한이 상당수일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불교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는 무아에 대해서도 철저히 서양철학적 사유와 검증을 사용한다. 무자비하리만치 치밀하게 ‘자아’의 개념을 해체시켜버린다. ‘나의 존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하는 작업을 위주로 한다’고 책을 소개하면서도 ‘점잖게 말해서 논의이지, 실은 격파가 그 목표다’라는 솔직한 고백이 어쩌면 그가 베풀 수 있는 최대의 자비다. 자아, 참나, 혹은 진아나 영혼 등에 일말의 가능성을 갖고있는, 혹은 가능성 있기를 바라는 독자라면 이 책을 외면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검증법은 철저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흔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질문의 문법적 오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해 자아와 유사한 혼, 영혼의 개념들을 인격체라는 또 다른 범주와 비교해 결국 ‘자아’라 칭할 만한 그 무엇도 없음을 증명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나’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서구인들의 오류로 전제부터 나락으로 떨어진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나의 DNA도, 태어나면서부터 불리기 시작한 나의 이름도,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나의 영혼도, 몸과 의식이 합쳐진 전체의 존재로서 나도 하릴없이 해체당해 버린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결국 하나다’라는 추상적인 주장은 듣기에는 근사하지만 따져보면 그 내용이 전혀 옳지 않다. 평생 철학을 연구해 온 필자는 내용을 상세히 논의하지 않고 얼버무리면서 말만 근사하게 만드는 주장들에 현혹되지 마실 것을 독자께 부탁드린다.”

이 책은 결국 ‘무엇이 불교인가’에 대한 간곡하지만 단호한 정의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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