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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행 진해진(원명화·61) - 상

기자명 법보

돌아가신 엄마가 이어준 불교
명상 배우며 무기력증 벗어나
‘천수경’ 읽고 경전·교리 공부 
템플스테이서 명상지도 시작

지금도 엄마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2년 전 갑작스럽게 엄마가 돌아가시자 온통 좌절감에 휩싸였다. 갱년기 우울증도 더해져 힘든 나날이었다. 그동안 자식 공부 뒷바라지 한다는 핑계로 신경 쓰지 못했기에 죄책감이 컸다. 취업에 성공한 자식들이 스스로 앞가림하기 시작하자 당시 당뇨병으로 힘들어하던 엄마를 위해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었다. 

‘자식이 효도를 하려고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 꽂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죽음에 대한 고찰을 계속했다. 며칠 전까지도 같이 밥을 먹고 하하 호호 웃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그 존재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저 세상이 허무했다. 엄마가 좋아했던 하늘과 달을 쳐다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비가 내리고 눈이 와도, 심지어 만발한 꽃을 보고도 엄마 생각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몸과 마음이 무기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무렵, 정신을 지켜준 것은 바로 명상이었다.

당시 나는 불교 상담개발원에서 명상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여러 훌륭한 스님, 도반과 함께 상담심리를 전문적으로 배우며 꾸준히 명상을 수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과 마음을 슬픔에서 회복시킬 수 있었다. 이런 불교 인연도 엄마로부터 시작됐다. 

엄마는 해인사를 다니셨다. 백련암에 아비라기도 입재가 있는 날이면 법복에 깨끗이 풀을 먹여 다려입고 바랑을 메고 수행자처럼 집을 나섰다. 다녀온 뒤에는 삼천배, 만배를 하고 왔다며 성철 스님의 법문을 재미있게 해설해 전해주셨다. 

또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예불대참회문’을 읊으며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고  ‘대불정능엄신주’를 독송했다. 자식들 잘되라고 하시는 기도인 만큼 모은 두 손에서 간절함이 전해졌다. 남을 위해서도 기도를 하셨고, 그런 엄마를 보면서 불교는 자연스럽게 나의 한 부분으로, 나를 지탱해주는 힘으로 자리 잡았다. 

큰아이가 고3이 되자 서울 봉은사를 찾아 입시기도를 올렸다. 무작정 기도하는 것보다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알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불교 초심자를 위한 ‘봉은사 기초학당’을 등록하고 불교공부를 제대로 시작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그동안 어리석게 살아왔던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뒤늦게라도 공부를 하게 된 인연에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 가르침을 일찍 알았더라면 젊은 나이에 좀 더 현명하게 살았으리라 생각하니 경전 한 구절 한 구절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고 환희심이 넘쳤다. ‘천수경’ 개경게(開經偈)에는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薇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隅)’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修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義)’ 라는 구절이 나온다. 마음에 깊이 들어오면서 초발심이 가득 생겨났다. 기초학당을 마치고 봉은사 불교대학과 불교대학원, 경전공부도 계속 이어갔다. 

어느 날 봉은사에서 불교 영어강좌가 있다는 안내 배너를 보고 찾아가서 공부하게 됐다. 부처님 법을 영어로 공부하니 더욱 새롭고 의미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2011년 봉은사 템플스테이 봉사팀에 참가해 외국인 포교에도 나서게 됐다.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 사찰인 봉은사는 모든 프로그램을 영어로 진행한다. 물론 일본어 중국어 프로그램도 있다.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봉사자들에게 불교영어교육이 심도 있게 이뤄진다. 그만큼 봉사자들의 수준과 공부열정도 대단해 도반들에게 뒤처지지 않고자 열심히 공부했던 시절이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1박2일간 사찰안내, 다도, 사찰문화체험, 스님과의 명상, 새벽예불, 차담 등으로 진행됐다. 봉은사 앞 코엑스에서는 ’세계수학자대회‘와 ’세계물리학자대회’와 같은 대규모 컨퍼런스가 열린다. 행사가 마치면 100여명 이상의 학자들이 봉은사를 찾아 ‘템플 라이프’(당일 프로그램)를 체험하며 한국문화를 즐기다 가곤 했다. 

2015년에는 봉은사 템플스테이 연등장을 맡아 혜연 스님으로부터 명상을 지도받았다. 템플스테이의 명상프로그램 진행에 직접 참여하며 명상지도사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순간이다.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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