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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더위도 순례단의 기도 원력 꺾지 못했다

  • 교계
  • 입력 2023.07.11 11:03
  • 수정 2023.07.14 21:45
  • 호수 1689
  • 댓글 0

33기도순례단, 7월8일 부여 무량사서 세 번째 순례
기도순례 입소문 나면서 부부·지역단위 순례단 증가

7월8일 오전, 짙은 운무가 내려앉은 부여 만수산 중턱. 아미타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무량사 극락전에서 울리는 “관세음보살” 정근 소리가 계곡의 물소리와 더해져 고요한 산사를 깨웠다. 대기를 꽉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물기가 뚝뚝 떨어질 듯한 습한 날씨에, 쏟아지는 땀방울이 온몸을 적셨지만 법당을 가득 메운 불자들은 염불삼매에 든 듯 아랑곳없다. 오로지 자신의 발원을 성취하겠다는 일념으로 “관세음보살”을 염했다. 모든 중생을 서방정토로 이끌기 위해 48대원을 세웠던 아미타부처님이 그랬듯, 기도정진에 동참한 불자들은 이 땅을 부처님 자비심이 가득한 극락정토로 만들겠다는 대원력으로 묵묵히 염주알을 돌렸다.

매월 전국의 기도성지를 찾아 수행 정진하는 33기도순례단이 이날 부여 무량사를 찾았다. 33기도순례단은 매달 두 번째 토요일 용인 보현정사 주지 석중 스님을 지도법사로 전국의 33기도성지를 순례하는 불자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올해 5월 문경 봉암사를 시작으로 6월 봉화 청량사에서 기도순례를 진행한 데 이어 세 번째 모임은 부여 무량사에서 진행했다.

만수산 기슭에 자리 잡은 무량사는 통일신라 문성왕 때 법일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임진왜란을 거치며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조선 인조 때 진묵선사에 의해 중수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7세기 복원된 무량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2층 구조로, 외관상으로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아래층과 위층이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트여 있는 구조다. 극락전 내부는 흙으로 빚은 높이 6.6m의 아미타부처님이 좌측 관세음보살, 우측 대세지보살과 함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극락전 앞에 있는 오층석탑과 석등, 조선 세조 때 생육신으로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세조에게 반발해 출가 후 ‘설잠’이라는 법명을 받아 말년을 무량사에서 정진했던 매월당 김시습의 부도 등은 무량사를 상징하는 성보 가운데 하나다.

무량사의 역사와 보물 등에 대해 설명한 석중 스님은 “무량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미타부처님의 대원력이 깃든 사찰로, 유서 깊고 아름다운 절”이라며 “아미타부처님의 무량한 가피로 불자님들의 기도가 성취되기를 기원한다”고 축원했다.

무량사 극락전에서 사시예불과 기도정진을 마친 순례단은 이날 오후 발길을 돌려, 부여 대조사로 향했다. 대조사는 높이 10m의 대형 석조미륵부처님이 조성돼 있는 사찰로 유명하다. 커다란 갓을 쓰고 중생을 굽어보는 미륵부처님은 대조사의 창건설화만큼이나 신비롭다. 대조사는 6세기 초 백제불교를 중흥시킨 겸익 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인도 구법을 마치고 돌아온 겸익 스님이 큰 바위에서 참선하던 중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바위를 향해 날갯짓을 하자, 황금빛과 함께 그곳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났다. 관음조와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겸익 스님은 이곳에 미륵부처님을 조성하고 법당을 세워 중생구제의 대원을 세웠다. 대조사(大鳥寺)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대조사 석조미륵불상은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부처님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조미륵부처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조사 주지 현중 스님은 “서동요로 유명한 백제 무왕이 이곳에서 기도해 신라 선화공주를 부인으로 얻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대조사는 예로부터 기도영험이 있는 도량으로 유명하다”며 “미륵부처님을 친견하고 불자님들이 발원한 모든 일들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순례단은 대조사 미륵부처님 앞에서 석중 스님의 목탁에 맞춰 반야심경,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봉독하며 굳은 신심을 다졌다.

이날 기도순례단의 최고령 불자인 이상원(월향, 86)보살은 “서울 길상사에 다니는 도반의 소개로 처음으로 순례모임에 동참했다. 공기 좋은 사찰에서 도반들과 함께 정진하니 신심도 생기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고, 고연희(묘심월) 보살은 “혼자서 기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많은 불자들과 함께 법당에서 기도하는 것이 너무 좋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또 2018~2019년 법보신문이 주최했던 ‘삼국유사 순례’에 동참했던 제해숙(보련화) 보살은 “코로나로 순례를 다닐 수 없어 아쉬웠는데, 다시 기도순례가 시작돼 너무나 감사하다”며 “늘 부처님 법을 배우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33기도순례가 원만히 회향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33기도순례단이 입소문이 나면서 동참 불자들이 늘고 있다. 주말을 맞아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가 하면 구순을 바라보는 노보살, 대전 등에서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순례단에 동참하는 불자들도 늘고 있다.

대전에서 도반들과 함께 동참한 윤명숙(진여성) 보살은 “석중 스님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33기도순례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 동참했지만, 법당에서 기도하는 내내 엄마의 품과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가족은 물론 더 많은 도반들이 함께 기도순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33기도순례단은 8월 둘째 주 토요일 완주 송광사를 찾아 네 번째 순례를 진행한다.

부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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