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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세속적 행위

  • 법보시론
  • 입력 2023.07.17 13:11
  • 수정 2023.07.17 13:13
  • 호수 1689
  • 댓글 0

석가모니께서 중도에 입각한 4성제 8정도를 설하신 곳이 인도, 파키스탄, 네팔 지역이었지만, 오늘날 그 지역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가 거의 없고, 힌두교, 이슬람교가 주류 사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우리 불자들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크리스트교의 경우에도, 예수가 가르침을 편 지역이 유대였지만, 당시에는 물론 현재까지도 유대인들 중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는 거의 없으며, 개신교가 유럽에서 시작되었지만, 북유럽 일부를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주류 종교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러니이다. 

이에 반하여 유대지역에서는 예수 이전부터 숭상하던 구약성서를 중심으로 한 유대교를 숭배하고, 가톨릭은 로마의 국교로 자리잡은 인연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퍼지고, 미국의 영향을 받은 필리핀, 한국 등에까지 전파되었고, 유럽에서 발상한 개신교는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퍼졌으나, 세계 주류 종교로 자리잡지는 못하였다. 이에 비하여 유대지역을 제외한 아랍 등 소아시아 지역에서 발상한 이슬람교는 현재 아랍 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북부, 유럽, 동남아시아, 미국에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지역에서 가장 먼저 문호를 개방하여 서양문물을 도입하였으나, 종교적으로는 일왕을 신으로 떠받드는 신도가 일본의 국가종교로 자리잡으면서 가톨릭과 개신교를 탄압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일본에서는 십자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러한 종교분포를 접하고 그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결국 세속적 고통에 찌든 인류에게 사랑과 행복이라는 희망을 주면서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유토피아를 제시하지만, 막상 종교적 행위나 전도의 방법에는 가장 세속적이고 반인권적이고 야만적이 행위들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여 온 사실을 확인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극히 나약하여 총칼로 무장한 침략자가 처음에는 침략자에게 저항하는 많은 토착민들을 살육하는 등으로 토착민들이 고통을 받았음에도, 그 후 물품공급이나 교육, 목지분야에서 각종 서비스 제공 등으로 환심을 사게 되면, 선조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침략자가 요구하는 종교로 개종하여 온 역사 또한 아메리카 원주민과 필리핀 원주민,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의 역사에서 명백하게 확인된다. 

인도에서 아소카 대왕이 불교를 국교로 지정하여 페르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등지에 포교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에 중국, 한국, 일본 등 동남아시아 등에 불교가 전파되었겠는가 생각해 보면, 불교 또한 세속적 권력을 기반으로 세계종교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는 역사에서 보듯이 종교가 아무리 사랑, 평화, 자비, 중도 등 좋은 단어로 치장한다 하더라도, 그 근원적인 힘은 세속적인 기반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아이러니로 다가선다. 환하게 만발한 연꼿이 아름답고 수려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바탕은 물 아래 진흙탕에서 얻는다는 이치와 동일하다. 때문에 종교 단체는 힘의 저변인 세속인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진, 화산, 태풍, 쓰나미와 같은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서 인간이 스스로 나약하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을 보호해 줄 위대한 힘에 의존해 왔다.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 등 인간이 감각기관으로 인식할 수 있는 육체를 넘어 영혼이나 혼령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세계관에서 그 보이지 않는 영혼이니 혼령을 인간보다 상위에 두었다. 그리고 그것을 향하여 경배하고, 예배하고, 기도하면 인간이 나약함과 유한성을 극복하고 현실적인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히 강한 존재로 유지할 수 있다고 믿은 데서 종교행위가 시작됐다. 그러한 신념들이 체제를 이루고 집단적으로 조직화되면서 오늘날에는 절대신은 보이지도 않고 증명되지도 않는데, 종교단체는 실체로 자리잡아 인간을 지배하는 쪽으로 변모하는 오늘날의 종교들을 바라보면서 종교에 휘둘리는 인간의 나약함이 측은하다. 종교의 실체는 무엇인가 ?

민학기 변호사 hackymin@hanmail.net

[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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