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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 스님이 직접 풀어놓은 생생한 회고담

  • 불서
  • 입력 2023.07.21 12:32
  • 수정 2023.07.24 15:04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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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 스님 수행록
김광식 지음 / 불광출판사 / 352쪽 / 2만5000원

불교구술 개척자인 저자가 구술 정리…명성 스님 직접 교정
생생한 삶의 기록·인연 깊었던 비구·비구니 스님 등도 소개

명성 스님이 1960년 7월 조계사 법당에서 법문하는 모습. [불광출판사]
명성 스님이 1960년 7월 조계사 법당에서 법문하는 모습. [불광출판사]

1960년 7월 조계사 법당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30세의 젊은 비구니 명성 스님이 의자에 앉아 ‘법화경’의 오묘한 이치를 펼쳐내고 있었다. 비구니스님의 위상이 현격히 낮았기에 한국불교 총본산격인 조계사에서 법문하는 자체가 희유한 일이었다. 그때 종단의 최고 어른이었던 동산, 청담, 서운, 일타 스님 등이 들어오더니 법문을 듣기 시작했다. 예기치 않았던 큰스님들의 등장에 명성 스님으로서는 충분히 당혹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당사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큰스님들이 오셔서 들었는데도 저는 떨리지 않고, 더 힘이 나서 했어요. 큰스님들이 저의 후광처럼 보여서 더 자신 있게 법문을 하게 되었어요. 그 현장에 있던 현호 거사는 이거는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때의 총무원장이신 서운 스님께서 강사와 주최한 스님에게 공로 표창장을 주셨습니다. 물론 저는 당연히 받았지요.”

올해 93세를 맞은 명성 스님은 근현대 비구니 역사의 산증인이다. 40여동에 이르는 전각과 요사채를 신축, 증축, 보수해 청도 운문사를 국내 최대 비구니교육기관으로 발전시켰다. 전체 6000여명의 한국 비구니스님 중 2200여명이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한 스님의 제자들이다. 현대비구니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기에 스님과 관련된 소설과 학술논문, 법문집과 서간문 등을 포함된 전집으로도 출간됐다. 그러나 정작 스님이 직접 회고·서술·증언한 자료는 없었다.

‘명성 스님 수행록’은 명성 스님이 한국 근현대 불교를 관통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직접 생생한 구술로 풀어놓은 회고담이다. 정리는 불교구술사의 개척자로 지난 20년간 500여명의 스님과 재가자를 인터뷰하고 10여권이 넘는 회고록을 편찬한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가 맡았다. 저자는 불교 현장을 생생히 전하는, 학술 논문에서 인용이 가능한, 비구니 스님이 겪은 출가·수행·애환·도전·결실 등 사실이 담긴 자료를 펴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명성 스님과 총 10회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매번 30여개의 질문을 준비해 질의와 응답을 이어갔다. 원고가 완성된 뒤에는 명성 스님이 직접 토씨까지 수정하는 등 다섯 차례의 교정과정을 거쳤다.

책은 1부 ‘회고로 본 나의 삶’과 제2부 ‘인연으로 본 나의 삶’으로 이뤄져 있다. 1부에는 명성 스님의 청소년 시절, 교사 생활, 해인사에서의 출가, 불교정화운동 현장, 동학사와 선암사에서의 경전 공부, 동국대와 청룡사에서 배우면서 가르치던 시절, 종회의원 활동, 운문사에서의 인재불사 매진, 운문사 불사 주도, 전국비구니회장으로 비구니스님들을 이끌던 시기, 다양한 원력 사업 등 내용이 담겼다. 2부에는 선교일여의 사표로서 명성 스님의 속가 아버지였던 관응 스님을 비롯해 탄허, 자운, 경봉, 지관, 숭산, 법정, 활안, 본공, 수옥, 윤호, 광우, 묘엄 스님 등과의 인연이 수록됐다. 부록으로 스님의 연보와, 비문, 상패 수상 내역, 여행일기 수첩, 세계여행 개요도 실렸다.

책 말미에서 명성 스님이 저자에게 “비구 큰스님들의 증언 채록을 모아서 책을 낸 경험이 많으니 이제는 비구니스님들의 자료들을 모아주세요. 이런 작업이 비구니스님들의 역사 창조의 기반이 됩니다”라고 당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저자와 수차례 인터뷰가 개인의 기록을 넘어 소외됐던 승단의 또 다른 날개인 비구니역사의 정립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명성 스님의 생생한 구술과 회고로 집대성한 삶과 수행이야기는 그 자체로서 감동적이다. 동시에 비구니역사, 나아가 한국불교사를 풍성하게 만들 뜻깊은 성과물이기도 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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