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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영국유학과 문교부로의 전출

순조로웠던 1년간의 영국 유학

영국대사관서 재정 지원 받아
노팅엄대학 법학 연구원으로
가너 교수 저서 교정작업 참여
귀국 후 고등교육국장 전직

1966년 봄철인 어느날 영국대사관 문화과에서 뜻하지 않은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자신을 문화과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영국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영국에 가서 법학공부를 더해볼 생각은 없는지를 알고자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건이 맞는다면 관심이 있음을 알리면서 갈 대학을 물었더니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대학이라고 했다. 나는 “스코틀랜드는 법제가 영국의 다른 곳과는 달리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Civil law)인데, 하필이면 에딘버러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는 그러한 사실을 몰랐는데 그러면 잉글랜드 쪽에서 희망하는 곳이 있느냐고 물어 나는 가급적이면 내가 몇 차례 읽은 적이 있는 노팅엄대학(Nottingham University) 법학부 체어(Chair)로 계시는 가너(J. F. Garner) 교수의 지도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문화과장은 서슴없이 본국에 연락해 최대한 노력해 결과를 곧 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로부터 약 보름도 되기 전에 영국대사관의 문화과장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는데 그는 첫 마디로 “모든 것이 잘 되었소”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면서 원하는대로 “노팅엄대학 법학부 연구실에서 가너 교수를 지도교수로 1년간(one academic year) 석사후과정 연구원으로 있도록 되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왕복여비, 대학의 등록비, 기숙사비와 월 잡비를 지급할 것이며, 영국행 비행기표와 여행 중 잡비는 출발 1개월 전까지 대사관에서 전달할 것임을 약속했다. 내가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언제 출발해야 하는지를 묻자 영국 대학의 학년도는 대개 10월 초에 시작되기 때문에 9월15일경까지는 출발해야 할 것임을 시사했다. 나의 영국 유학은 이렇게 하여 매우 순조롭게 이뤄진 것이다.

내가 간 노팅엄은 영국의 중부에 위치한 곳으로 이사벨공주의 피신으로 유명한 노팅엄성을 비롯해 로빈훗의 셔우드, 귀족 시인인 바이론 자작의 저택과 각국의 이름난 정원을 모방한 정원 및 노팅엄의 성주 트렌트 공작의 트렌트강에 연한 고성(古城)을 품고 있는 노팅엄대학의 캠퍼스 등으로 이름난 곳이다. 나의 노팅엄대학에서의 연구는 ‘행정처분에 대한 사법심사의 보통법상의 발전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었다. 그때 지도교수인 가너 교수께서 그의 저서 ‘행정법’ 개정판을 준비 중이셨고 마침 교정본이 나와 그 교정을 보고 계실 때였다. 하루는 가너 교수께서 연구실에 들려 그 교정본의 교정을 보아줄 수 있겠는지를 물어 나는 흔쾌히 응했고, 그날부터 그 일을 시작했다. 교정을 보면 자연히 신판에 대한 정독이 되기 때문에 더 바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돌아온 지 반년쯤 된 때의 어느 날, 출근하여 조금 있자니 같은 구 중앙청 건물 안에 있는 문교부장관 비서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관께서 잠깐 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용건을 물으니 자기로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나는 하던 일을 일단 마무리하고, 곧 같은 건물 4층에 있는 문교부장관실로 올라갔다. 당시 문교부장관은 헌법학자로 알려진 분으로 부산대학의 법대학장과 총장을 역임하시고 5·16군사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내신 문홍주 장관이었다. 문 장관께서는 현재 차관이 서울법대의 민법학 교수 출신인 김증한씨여서 문교부 고위층에 행정에 능한 사람이 없어 불편한 점이 많은데 행정법이 전문분야인데다 행정실무에도 밝은 내가 고등교육국장(뒤에 대학교육국으로, 다시 대학정책실로 개편되었다)으로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나로서는 졸지의 일이라 즉답을 회피하고 하루이틀 생각할 틈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자 문 장관께서는 다음날 퇴근시간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내 사무실로 돌아왔다. 당시 법제처장은 후일에 대법원 법원행정처장과 대법관을 역임한 서일교씨였다. 퇴근시간이 임박하며 처장실에 들려 그 뜻을 말씀드렸더니 나의 신상문제이니 나의 뜻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며, 자기에게 특별한 의견은 없다고 했다. 이렇게 하여 1968년 3월 나는 문교부 고등교육국장 자리로 전직하게 되었다.

이상규 변호사, 전 고려대 교수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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