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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육바라밀 실천으로 업장 소멸해야 윤회에서 벗어납니다

백중은 마음 불편한 영가 천도…영가 천도는 우리의 의무
현재의 고통은 전생의 과보…한탄보다 참회하는 게 우선
일상서 육바라밀 꾸준히 실천하면 복덕 언젠가는 돌아와

진우 스님은 “중생구제의 원력을 세워 기도하고 육바라밀을 실천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진우 스님은 “중생구제의 원력을 세워 기도하고 육바라밀을 실천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오늘은 백중기도 입재일입니다. 우란분절이라고도 불리는 백중은 죽은 중생들을 천도시킨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즉 저승에 있는 중생들, 특히 마음이 불편한 영가들을 위해 재를 올리는 게 바로 우란분절입니다. 부처님은 이런 영가들을 위해 100가지 음식과 100분의 스님을 모시고 재를 올리면 그들을 천도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100은 숫자 100이 아니라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백종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중생은 모두 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괴로움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늘 고통스럽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업장을 소멸해야 합니다. 업장을 소멸하는 방법,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간단한 것이 바로 참선이라고 합니다. 참선 수행을 통해 가장 손쉽게 이고득락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참선도 전생부터 이어온 업이 좋아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선이 어려운 것입니다. 

전생을 잘 살았던 중생들은 금생의 삶이 상대적으로 덜 힘듭니다. 그러나 전생을 엉망진창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살아가는 게 너무나 괴롭습니다. 지금 근심이 많은 분들은 전생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인과법입니다. 지금 고통스럽다고 해서 불만을 막 표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고통은 태어나기 전부터, 전생으로부터 이어져 온 과보들이기 때문입니다. 

고통스러운 현실만 보고 괴로워하면 더 힘들어집니다. 오히려 그럴 때 마음을 탁 내려놓고, ‘내가 전생에 잘못 살아서, 혹시라도 남의 것을 탐하고, 다른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일을 많이 했었구나’ 하면서 참회를 해야 합니다. 반면 자신을 보지 않고 자꾸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인생은 더 꼬이게 됩니다. 그럴수록 업장이 더 두터워지고 더 힘든 일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인연을 말합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은 그만큼 좋은 업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힘들고 어렵고 불행한 인연을 만나는 것은 그만큼 내 업장이 두텁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잘 받아들이고 어렵고 힘들수록 참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업을 줄여나가는 길입니다. 

흔히 업이 큰 중생은 삼악도에 간다고 합니다. 삼악도는 지옥, 아귀, 축생의 세계입니다. 반면 업장이 적으면 인간 세계에 태어납니다. 그런 면에서 여기에 있는 여러분들은 적어도 삼악도에 있는 중생들보다 업이 좋은 편입니다. 그들과 비교해서 사람으로 태어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열반경’에서는 “인생난득, 불법난봉”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불법을 만나기는 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게 됐으니 이만만 해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러니 늘 감사하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겸허한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나만 잘났다고 하거나 다른 사람은 잘 먹고 잘사는 데 나는 왜 이 모양이냐고 한탄한다면 마음은 불편해집니다. 그런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삼악도로 가는 길이 빨라집니다. 삼악도에 있는 중생들과 우리의 차이는 몸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뿐입니다. 거기에 있는 중생과 우리의 마음은 똑같습니다. 업식도 감정도 같습니다.

삼악도에 있는 중생들은 여러분의 조상이고 친척일 수 있습니다.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거기에 있는 분들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의 마음도 불편합니다. 그들을 반드시 구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삼악도에 있는 중생들과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기에, 우리 업의 일부이기에 그들을 구제해야 합니다. 49일간 정성껏 재를 올리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목적입니다. 

우리가 업장이 있으면 육도를 윤회합니다. 육도는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의 세계를 말합니다. 그 가운데 천상, 인간, 수라의 세계를 삼선도라 하고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축생, 아귀, 지옥을 삼악도라고 합니다. 좋은 세상에 있다고 해도 복이 다하면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에 떨어져 힘든 삶을 살고, 죄의 대가를 다 치르고 나면 다시 삼선도로 갑니다. 우리는 업의 무게에 따라 끊임없이 고통스러운 육도윤회를 반복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업장을 다 소멸해야만 비로소 육도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육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성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반야, 피안, 열반 등의 말로도 표현합니다. 

우리가 삼악도에 가지 않고, 육도 윤회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육바라밀을 행해야 합니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를 행해야 합니다.

육바라밀 가운데 굉장히 중요한 것이 보시입니다. 보시는 재보시와 법보시, 무외시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으뜸이 법보시입니다. 법보시는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전법이라고 하고 포교라고도 합니다. 부처님 말씀을 잘 듣고 깨쳐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내 가족과 이웃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게 전법이고 포교입니다. 법보시의 의미는 굉장히 넓습니다. 부처님을 조성하고 경전을 만들어내는 등 부처님 일을 하는 것을 불사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불법을 전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불사인 것입니다. 불사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불사를 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시주하는 것이 보시입니다. 십시일반 시주도 하고 불전에 돈을 넣고, 기도 동참하는 것, 그래서 부처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두 법보시입니다. 

재보시는 돈이나 물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고, 좋은 말로 옆의 사람을 위로하거나 겁먹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바로 무외시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 가지 보시 중에 법보시가 단연 으뜸이라고 하셨습니다. 

혹여 보시하는 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흔쾌히 내는 게 가장 좋은 보시입니다. 누군가를 돕고 보시한다면 언젠가는 그 공덕이 내게로 돌아옵니다. 흔히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보시를 하게 되면 그 공덕이 훗날 열배, 백배가 되어서 돌아옵니다. 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보시했다면 그 공덕은 별로 없습니다. 크고 좋은 마음, 아낌없이 주는 마음과 같은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면 그 공덕은 그대로 여러분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지계는 현대 사회에서 법을 잘 지키는 것이고, 불교적으로는 부처님 말씀을 잘 따르고 실천하는 의미입니다. 일상에서 법을 잘 지키면 나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우왕좌왕하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곳에 투자해놓고 당장 큰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손해를 보는 것처럼 혹여 지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인연이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다리면 큰 복덕이 내게 부메랑처럼 돌아옵니다. 그래서 인욕이 중요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웬만하면 참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탐진치 삼독심이 일어날 때 참아내는 것이 바로 인욕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하루 이틀 만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히 인욕하면서 기다리고, 참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것이 정진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시하고 지계를 실천하면서 인욕하고 정진하면 궁극적으로 선정에 들 수 있습니다. 선정에 들어가면 행주좌와 어묵동정,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고요해집니다. 그 경지에 이르면 무슨 일을 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선정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생활하는 여러분들은 더욱 그럴 겁니다. 그렇더라도 열심히 기도정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선정의 경지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육바라밀의 다섯 가지를 일상에서 실천하면 비로소 지혜가 생깁니다. 반야라고 하는 지혜가 생기면 그때는 자유자재로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우주가 모두 내 것 같고, 모든 마음 씀씀이가 부처님과 같게 됩니다. 그러니 일상에서 육바라밀을 꼭 실천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백중기도 입재를 하는 것은 49일간 정성껏 기도함으로써 삼악도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원력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성을 담아 기도하다 보면 나와 인연된 모든 중생들이 삼악도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그 공덕은 곧 나에게 돌아옵니다. 복덕을 짓는다는 말입니다. 복덕을 짓게 되면 내가 가진 좋지 않은 업장, 삼독심이 사라지고 삼업이 청정해집니다.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면 나와 내 가정, 이웃도 편안해집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을뿐더러 그때부터 조금만 더 정진하고 선정에 들어 지혜를 갖추게 되면 진짜 보살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업장이 소멸되지 않으면 예기치 않게 나쁜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럴 때 재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업식에 의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구나’ 생각하면서 참회를 하세요. 

부처님과 같이 업이 모두 사라지면 좋지 않은 일도 없고, 좋지 않은 인연이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기분이 나쁘거나, 괴롭거나, 고통스럽거나, 불만족스러운 일들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평소에 업장을 소멸하고 복을 많이 지어야 합니다. 이번 49일 백중기도를 정성껏 올려서 영가를 천도하고, 육바라밀을 잘 행하시기 바랍니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이 법문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7월13일 백중기도 입재일을 맞아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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