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7증(三師七證)이 필요한 정식 수계보다 간소화된 임시 수계 방식인 ‘가(假)수계’ 제도를 검토해 출가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자불전콘텐츠연구소(소장 주경 스님)가 7월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출가, 그 문호를 크게 열다-가수계 제도의 현대적 복원과 모색’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가수계’는 일정한 대중들의 수가 갖추어지면 수계를 받던 약식 절차다. 90년대 단일계단 수계 제도가 자리 잡기 이전에 사찰이나 총림에서 많이 행해졌다. 현재는 ‘단기출가제도’가 있으나 이는 일종의 체험프로그램으로 인식돼 승단의 일원으로 살고자 하는 이에게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또 일단 출가하게 되면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세속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기에 출가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이자 전자불전콘텐츠연구소장 주경 스님은 인사말에서 “최초에 무척 단순하고 간결했던 수계의식이 점차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졌다”며 “가수계 제도 복원을 논의하는 것은 조심스러우나, 종단의 현행 수계제도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사람에게 출가수행 기회부여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취지를 전했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승범 스님은 ‘가수계 수용의 모색과 발전방안’에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가수계 수지자에게 ‘거사승’ ‘보살승’ 호칭 부여 △가수계 수지자에 적절한 의무와 권리 부여 △가수계로 3~5년 이상 문제 없이 생활한 경우 비구·비구니계 부여 △출가 연령제한 폐지 등을 거론했다. 승범 스님은 “출가의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불교인재 영입 및 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나친 방임은 승가의 위상에 문제가 될 수 있어 구체적인 규범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수계 제도가 오히려 승가의 평등과 화합을 깨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가수계 제도가 율장 수계법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는다”며 “승가 구성원 간의 불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현재 시행되는 제도 안에서 수행 기간이나 내용 조정을 통해 출가 부담감을 줄여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수행자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율장에 보다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가수계 수용의 모색과 발전방향(승범 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율장의 수계법에 근거한 가수계 적절성 논의(이자랑, 불교학술원) △근현대 대만 불교의 출가와 수계(경완 스님, 불교학술원) △조선시대 ‘작법귀감’의 수계의식(강향숙, 인도철학불교학연구소) 등이 발표됐다. 논평자로 문광 스님(불교학술원), 조기룡(부디스트 비즈니스학과), 이진영(동국역경원), 태경 스님(조계종 의제실무위원)이 각각 나섰다.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91호 / 2023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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