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 먼 용은 왜 금강계단 앞 연못에 살고 있나?

  • 불서
  • 입력 2023.07.31 15:17
  • 호수 1691
  • 댓글 0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목경찬 지음
담앤북스 / 312쪽 
1만6800원

중국 종남산 운제사 문수보살상 앞에서 기도하던 자장 스님은 마침내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 가사 한 벌과 진신사리를 받아 신라로 귀국했다. 신라 영축산 기슭에 절을 짓고 금강계단을 쌓아 진신사리를 봉안하라는 당부와 함께였다. 하지만 문수보살이 알려준 자리에는 독룡들이 살고 있었다. 자장 스님이 나타나자 용들은 스님의 법력에 놀라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이 멀어 도망가지 못한 용 한 마리가 스님에게 사정했다. 자장 스님은 금강계단 앞에 작은 연못 하나를 만들어 눈 먼 용이 그곳에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금 양산 통도사의 구룡지다. 

사찰에는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고, 불교가 전해질 때의 이야기도 있다. 사찰 곳곳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은 널리 알려진 것도 있지만 아직 감추어진 이야기도 있다. 사찰을 찾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그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사찰을 찾아가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는 사찰 순례 전문가이자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교리와 불교문화를 강의하는 저자는 우리 사찰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부처님 가르침과 만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을 모아 100여장에 이르는 사진과 함께 엮었다. 교리 공부를 해도 외우기 어려웠던 불보살상이나 권속, 조각들의 의미도 이야기를 알고 나면 더 쉽고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절 입구에서 만나는 사천왕이 발 하나를 들고 있는 이유도 그렇다.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 앞 구룡지는 눈 먼 용을 위해 자장 스님이 만들었다는전설이 전한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어려서 너무 가난해 영은사에서 동자승으로 자라며 청소 소임을 맡았다. 어느 날 빗자루로 청소를 하다가 사천왕상 아래서 빗자루로 사천왕 발을 툭툭 치며 “발 좀 들어보라”고 했다. 사천왕은 동자승의 호기에 얼떨결에 발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청소를 마친 동자승은 “발을 내리라”는 말을 하지 않은 채 가버렸다. 사천왕은 지금까지도 발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다른 버전의 유사한 이야기들도 많다. 어느 이야기가 원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이야기에는 민초들의 바람과 해학, 교훈이 담겨있다.

사찰에 전해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수집해 풀이한 저자는 “그 옛날 부처님께서는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비유와 이야기로 가르침을 전해주셨다”며 “이후 불교가 전해질 때도 그 지역과 시대에 맞는 이야기로 등장해 대중에게 스며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렇기에 사찰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다른 버전의 부처님 가르침이자 오늘날의 불교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발간하는 소식지 ‘템플스테이’와 서울 봉은사 사보 ‘봉은’, 조계종 포교원 ‘법회와 설법’에 연재됐던 내용들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91호 / 2023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