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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욕심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시켰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8.14 14:03
  • 수정 2023.08.14 15:11
  • 호수 1692
  • 댓글 0

조직위, “폭염‧태풍 대책 다 세웠다!”
타프 없는 텐트- 덩굴 터널도 미비
쉴곳 없어 이틀만에 온열환자 속출

윤석열 대통령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 환영사에서 “여러분의 친구이자 동료로서 스카우트 깃발 아래 150여 개국에서 모인 대원들과 잼버리 기간 즐겁고 건강하게 즐기고, 깊은 우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세계 158개국의 대원 4만3000여 명의 대원도 이국땅에서 푸름 꿈을 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윤 대통령의 바람과 잼버리 대원들의 꿈은 이틀 만에 산산이 조각났다. 

섭씨 35도에 습도 85%. 그야말로 푹푹 찌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대원들에게 보급된 2만3000개의 텐트에는 뜨거운 열기를 일차적으로 차단해 줄 타프(Tarp‧방수‧그늘막)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예산 문제였을까? 텐트 속의 체감온도는 섭씨 50도에 육박했을 게 분명하다. 선풍기도, 타프도 없는 텐트에 들어가라는 건 ‘고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일 이어지는 극심한 폭염 속에 800여명의 온열질환자들이 이틀 만에 속출했다.

찜통 속의 텐트에 나와 뜨거운 태양을 피하려 해도 머물 곳이 없었다. 원래 자연 그늘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새만금 아닌가. 그늘 공간으로 확보하려 나무도 심어보았나 염분을 견디지 못했다. 잼버리 조직이 폭염 대비책이라고 자신 있게 내놓았던 7.4km 덩굴 터널은 대회가 열리는 날까지도 완비되지 않았다. 대원들은 대형 콜린 돔으로 몰려갔지만 이마저도 너무 적어 대원들의 온몸을 휩싸고 있는 열기를 식혀줄 수는 없었다. 폭우로 내린 빗물이 빠지지 않아 물 위에 떠 있는 텐트도 있었는데 습지에서 자란 모기떼 등의 해충이 대원들을 공격했다.

“화장실이 너무 시원해 나가려는 학생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잼버리 조직위가 자랑했던 화장실 상태는 결국 어떠했나? 대회 전후부터 화장실 내부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아 덥고 습했다. 화장실 앞에는 ‘매우 더럽다’ ‘화장지가 없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 ‘냄새 지독해 들어갈 수가 없다’ 등의 영어 메모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았다. 위원님께 보고드리겠다”며 자신했다. 이상민 행정안정부장관은 올해 “행안부는 폭염에 대비한 그늘시설, 탈수예방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새만금 시설들을 집중적으로 둘러봤다고 했다. 무슨 대책을 어떻게 실현했는지, 무엇을 점검하고 확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역사상 ‘최악’이었다.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으로 치달을 때 중심으로 잡아 준 건 종교계와 기업, 그리고 지자체였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전격적인 지원이 잼버리 조직위가 나름의 중심을 잡아가는 데 큰 힘으로 작용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8월7일 새만금 현장을 찾아 “대회가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태풍 북상에 따른 대원들의 수도권 지역 이동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주최 측의 설명을 듣고는 “대원들의 원활한 숙식을 위해 서울 및 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조계종은 서울, 경기, 인천, 충청지역의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의 수용 가능 인원을 파악해 조직위에 전달했다. 이후 조계종의 사찰들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고창 선운사는 경내에 그늘막을 설치하고 얼음구역을 만들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과 K-푸드가 중심이 된 음식을 제공했다. 불가리아에서 온 크라시미르(14)의 순진무구한 말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잼버리 대회에 온 뒤에 체험장에서 얼음물과 수박 등을 무료로 받은 적이 없습니다. 공항과 본부에서만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얼음물을 주고 보물 뽑기를 통해 음료수, 아이스크림, 과일 등을 주셔서 정말 대단히 감사합니다.”

불교는 지혜의 눈으로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반면 잼버리 조직위의 주요 수뇌부는 ‘나의 업적 서랍에 하나 더 채워 줄 대원’으로 보았던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지혜의 눈으로 야영지를 선택하고, 기반시설에 정성을 들이고, 텐트 하나에도 타프까지 챙기는 철저함을 보였다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잼버리는 성공했을 것이다. 4만3000여명의 대원은 그 어느 세상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멋진 기억’을 가슴에 새겼을 것이다.

[1692호 / 2023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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