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1. 네 가지 자세에 대한 마음챙김

기자명 일중 스님

첫 번째 위빠사나 지혜 체득하기

명상, 몸 자세 아닌 마음 자세
자세 반듯해도 생각들면 망상
명상 원리 알면 길 잃지 않아
본성 알려는 의도·노력 필요

명상이라고 하면 보통 고요하게 앉아있는 좌선의 자세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명상을 한다는 것은 몸의 자세에 있다기보다는 마음의 자세, 마음가짐에 있다. 정견과 계를 기반으로 마음챙김과 마음집중, 알아차림이 있으면 명상을 하는 것이요, 석상처럼 아무리 반듯하게 앉아있어도 생각에 빠져있으면 그건 망상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행주좌와 네 가지 자세 중에서 행선(行禪)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자세를 살펴보고자 한다. 서 있으면서 마음 챙기는 입선(立禪), 앉아서 마음챙기는 좌선(坐禪), 누워서 하는 와선(臥禪)이 있다. 이런 자세 명상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명상의 원리를 알아두면, 명상 도중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첫째, 어떤 자세를 취하든 몸의 그 자세 그대로를 분명하게 마음 챙긴다. 
둘째, 몸이 땅바닥이나 방석에 닿아있는 접촉 감각을 알아차린다.
셋째,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거친 대상부터 알아차린다. 
넷째, 거친 대상들이 없다면 들숨 날숨이나 배의 움직임을 알아차린다. 
다섯째, 현재 이 순간에 일어나고 사라지는 느낌 감각들을 관찰한다. 
여섯째, 감각을 관찰할 때는 일어남과 사라짐의 무상성을 면밀하게 보아야 한다. 

행주좌와에서 두 번째 자세는 ‘서 있음(住)’이다. 서 있는 자세에서 몸에 마음챙기는 명상을 입선(立禪)이라고 한다. 서 있을 때는 일단 ‘서 있음’의 자세를 알아차린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죽 훑어 내려오며 몸에 감각을 자각한다. 그리고 온몸의 무게를 받치고 있는 발바닥의 접촉 감각, 즉 딱딱함이나 무거움, 압력감, 따듯함 등의 감각들이 미세한 차원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고요하게 관찰한다. 

세 번째 자세는 앉음(坐)이다. 앉은 자세로 마음챙기는 명상을 좌선(坐禪)이라고 한다. 일단 ‘앉아있음’을 알아차리고, 방석과 엉덩이의 접촉 감각을 알아차린다. 앉은 자세에서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는 현상(대상)은 무엇일까? 들숨 날숨과 복부의 움직임일 것이다. 전면에 마음챙기고 호흡을 관찰해도 좋고, 복부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관찰해도 좋다. 그리고 복부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들도 관찰 대상이다. ‘팽창감이나 수축감’ ‘떨림이나 딱딱함’ 등이 느껴질 수 있는데, 그것은 지수화풍 4대의 현상들이기 때문에 면밀하게 관찰해줘야 한다. 

만약 오래 앉아있을 경우, 몸의 다른 부분에서 통증이나 불편한 감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생각이나 감정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그것들을 없애려고 하거나 싫어하는 마음 없이 평정심을 유지한 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그러다 자세를 바꾸고 싶다면, 바꾸고자 하는 의도를 알아차리고 자세를 바꿔주면 된다. 좌선의 자세에서는 호흡작용과 복부의 움직임이 가장 현저한 대상이 되기 때문에, 호흡과 호흡 감각, 복부의 일어남 사라짐에서 무상성을 알려고 노력하며 명상을 하면 된다.

네 번째 자세는 ‘누워있음(臥)’이다. 누운 자세로 명상하는 것을 와선(臥禪)이라고 한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하는 명상법이다. 다른 자세에 비해서 편안하고 이완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음챙김을 놓아버리고 잠속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유의해야 한다. 일단 편안하게 누워서 몸을 이완하고 ‘누워있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방바닥이나 침대에 닿아있는 몸의 접촉 감각을 알아차린다. 누운 상태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아마 복부일 것이다. 배의 ‘불러옴, 꺼짐,’ ‘일어남, 사라짐’을 온전하게 관찰한다. 와선은 몸이 피곤할 때, 혹은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 하면 좋다. 

이런 자세 동작 명상에서 우리가 챙겨야 할 것은 몸과 마음의 본성(특성)을 알려고 하는 의도와 노력이다. 몸과 마음은 견고하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영원하지도 않다. 찰라 마다 생멸 변화하고 있는 몸과 마음의 현상들을 선명하게 통찰하는 무상(無常)의 지혜가 우리가 도달해야 할 첫 번째 중요한 정류장이자 첫 번째 위빠사나 지혜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